▲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그리스와 영국이 각각 유로존과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유럽 내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그리스는 채권단과의 협상 난항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재직면하고 있으며 영국은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공약으로 총선에 승리한 후 관련 법안이 지난 9일 하원을 통과했다.

이 같은 정치적 위기에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1분기 0.4%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상승세다.

미국의 0.2%, 영국의 0.3% 성장률을 상회한다. 국가별로는 스페인 0.9%, 프랑스 0.6%로 유로존 평균보다 높았지만, 독일은 2014년 4분기 전기대비 0.7%에서 2015년 1분기 0.3%로 하락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유로존 경제의 회복 지속가능성 점검- 2015년 하반기 유로존 경제의 하방 요인 FOGGY’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경제가 올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그는 이 같은 전망의 이유로 첫째, 구매력 확대로 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유로존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6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며 구매력이 확대됐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빠르게 개선됐다. 이에 유로존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2014년 이후 16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로는, 생산과 투자도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유로존의 산업 생산과 제조업 PMI가 2014년 하반기 이후 재차 상승하고 있다. 또,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도 2015년 1분기 전기대비 0.8%로 3분기 연속 상승했고 유로존의 설비 가동률도 2014년 4분기 80.4%에서 2015년 2분기 81.2%로 상승 전망됨에 따라 투자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유로화 가치 절하로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무역수지도 확대되고 있다.

유로화는 2015년 4월 월평균 기준 달러, 엔화의 전고점대비 각각 22.0%, 12.4% 가치가 하락했다. 환율 절하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유로존의 무역수지는 2015년 1분기 526억유로로 전년 동기간의 307억유로 대비 41.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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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ECB의 전면적 양적완화로 시중자금 경색이 완화되고 있는 점이다.

ECB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지난 3월 이후 기존 매월 100억유로에서 매월 600억유로의 전면적 양적완화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실질금리 하락과 가계, 기업으로의 대출 경색이 완화되고 있다. 실제로 재정위기 이후 감소세가 지속됐던 기업대출 잔액은 2015년 4월말 3조 9561억유로로 전년 말 대비 204억유로 증가했다.

이 같은 경제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요소는 산재해 있다. 조호정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유로존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FOGGY’를 꼽았다.

‘FOGGY’는 ▲금융시장 불확실성(Financial-market uncertainty) ▲국제원유 가격 상승(Oil-price rising) ▲회원국 간 경제 회복력 차이(Growth difference)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 ▲청년 고용의 취약성(Youth labor market vulnerability)을 말한다.

우선 경제회복 순항을 가로막는 하방 요인으로는 첫째, 그렉시트,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금융시장 불안(Financial-market uncertainty)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디폴트 문제는 부채상환이 몰려있는 2015년 3분기에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유로존에 유입됐던 달러 유동성이 빠르게 유턴(U-Turn)한다면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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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제 원유가격 상승(Oil-price rising)이 소비 심리를 재차 위축 시킬 수 있다.

유로존의 구매력 확대는 낮은 물가 상승과 원유 가격 하락에 기인하고 유럽 위원회는 국제원유가격 하락이 2015년 GDP 성장률의 0.5%p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최근 국제유가의 빠른 상승세는 소비 심리 위축과 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역내 국가 간 성장 격차(Growth Difference) 지속이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경제 안정성도 낮출 수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가뿐만 아니라 핀란드도 2014년 실질 GDP가 재정위기가 시작된 2010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2015년에도 성장률이 유로존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재정위기 국가들은 꾸준한 재정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경제 회복력으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올해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여전히 역내 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넷째,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가 유로존의 수출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화의 가치 급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됐지만 CIS, MENA 지역의 혼란과 중국의 성장률 저하 등이 유로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CIS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유로존 내 발틱 국가들과 핀란드, 중동 지역이 포함된 MENA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들은 이들 지역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경제 회복력이 약화될 수 있다.

다섯째, 유럽의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 고용의 취약성(Youth labor market vulnerability)가 지속되며 고용 개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위기 국가들의 청년실업률은 50%대로 재정위기는 청년층 고용에 더 크게 타격을 주었다. 높은 실업률 이외에도 유로존 청년층은 불완전취업률이 2014년 4분기 청년층 경제활동인구의 5.7%에 달하고 구직단념자도 10명 중 1명에 달할 정도로 취약한 고용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존 경제는 2015년 하반기에도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렉시트 위협과 원유가격 상승, 역내 국가 간 성장 격차, 지정학적 리스크, 청년 고용의 취약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대(對) 유럽 수출진흥 전략을 재정비하고 유로존 경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위기 재발 가능성에 항시 대비해야 한다”며 “원화 환율 변동성 리스크 관리와 함께 정부 역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