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마켓의 온라인 진출이 이루어지면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자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앞서 시행되던 PB상품(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자체 상표를 붙여 판매)이나 NPB상품(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함께 기획해 특정 유통업체 위주로 공급, 해당 유통업체에 단독 판매) 등이 온라인에도 생긴 지는 오래고 오프라인의 몰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오거나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단독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한다.

 

소셜커머스, ‘선택과 집중’으로 차별화

 

▲ 쿠팡 '어니스트 컴퍼니'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 출처=쿠팡

소셜커머스는 유명 브랜드를 온라인몰에 도입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국내에 없는 해외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최근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헐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가 운영하는 ‘어니스트 컴퍼니’의 유아동 제품을 국내에 단독 런칭했다. 친환경 원료에 해골, 호피 등 트렌디한 무늬를 적용한 패션 기저귀가 주요 제품이다. CJ오쇼핑에서 해당 제품을 단기간 판매한 바는 있지만 브랜드 제품 자체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최초다.

앞서 쿠팡 김범석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생필품이 떨어졌을 때 걱정 없이 온라인으로 배송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을 만큼 서비스의 타겟이 유아동 제품에 집중될 것을 예고했다. 쿠팡의 자체 배송 서비스 ‘쿠팡맨’ 또한 유아동 제품 위주로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쿠팡의 이번 브랜드 런칭은 이커머스가 하나의 브랜드를 도입할 수 있는 하나의 주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은 앞으로도 스위스 유기농 분유 ‘홀레 분유’를 국내 독점 판매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관심이 많은 해외 유아동 제품들에 주력을 다할 계획이다.

쿠팡이 유아동품에 집중하고 있을 때 위메프는 패션, 티몬은 생필품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 4월부터 롯데백화점과 단독 제휴를 맺고 사이트 내 ‘롯데백화점관’을 오픈했다. 기존 소셜커머스에서 백화점 브랜드의 이월상품은 볼 수 있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이 입점한 것은 최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백화점 브랜드의 입점은 그만큼 매출 위기에 놓여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소셜커머스를 하나의 유통업체로 인정했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위메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관'의 오픈 1년이 조금 넘은 5월, 실적 집계 결과 전달에 비해 상품 수와 거래액 모두 전월 대비 3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 측은 주요 요인으로 브랜드 본사와 공동으로 기획한 위메프 단독 특가 제품을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선 것을 꼽았다. 위메프는 닥스 구두, 스위트숲, 디즈니존 등 다양한 추가 브랜드의 입점을 통해 더욱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관을 꾸밀 예정이다.

티몬은 ‘최저가’와 ‘생필품’에 집중공략을 하고 있다. 생필품을 온라인 최저가보다 10% 저렴하게 판매하는 ‘티몬마트’의 컨셉과 더불어 쿠팡의 단독 상품도 분야도 생필품에 큰 방향이 향하고 있다. 티몬은 식품 브랜드 ‘맛의 교과서’와 ‘맛더시크릿’에 견과류, 돈까스, 시리얼 등 8개품목, 32개 제품이 출시하고 있다. 그 외 애견용품으로 나온 ‘복희네 배변패드’나 ‘몬스터 핫팩’, ‘청소용 물티슈 몬스’ 등도 티몬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이다.

 

오픈마켓’, 가전제품부터 식선식품까지 잡았다

 

소셜커머스와 선택과 집중이라면 오픈마켓은 크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단독 상품을 출시한다. 대부분의 제품은 생필품에 해당되는데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PB 혹은 NPB 가전제품을 출시해 서로 ‘윈-윈’ 전략을 짜는가 하면 그 경계가 신선식품까지 넓어졌다.

G마켓은 디지털, 가전 전용 브랜드 ‘GPLUG’를 통해 실속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과 협업해 G마켓이 상품 기획, 선정,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해 유통마진을 최소화시킨 실속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코너다. 칫솔 살균기부터 전자그릴까지 값비싼 가전기기를 저렴하고 실속 있게 판매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IT제조 브랜드 ‘늑대와 여우’의 태블릿과 노트북을 10만 원대에 판매하기도 했다.

온라인몰 신선식품 구매가 활발해짐에 따라 G마켓은 아예 전라남도, 우체국남도특산몰과 공동으로 브랜드 ‘바담’을 열어 전라남도의 농수산물을 판매한다. 대표상품으로는 색소, 방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 ‘모싯잎송편’, 소나무 원목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정남진 장흥 표고버섯’ 등이다.

옥션은 2012년 처음으로 공동기획 상품을 선보였다. 중소기업 판로 지원의 차원에서 기획한 ‘올킬 디지털 TV 초고화질(FULL HD)다. 옥션은 이 TV를 59만9000원에 판매했는데 300대 한정수량이 판매 1분 만에 매진됐다. 브랜드 제품을 주로 찾는 TV의 경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가정의 달을 앞두고는 홍삼전문기업 천지양과 공동 기획해 홍삼정, 어린이홍삼, 홍삼음료 등을 출시했다. 성분은 시중 제품과 비슷하되 가격은 30~40% 저렴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상품 또한 수 시간 만에 완판을 이뤘으며 이후 옥션과 천지양의 협업은 계속되어 옥션 홍삼카테고리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 같은해 12월 매출이 최고 300%까지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마켓을 통한 화장품 구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메틱 유통 트렌드를 착안해 화장품 OEM•ODM 전문기업 메이포레와 ‘에이썸’(A’SOME)‘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상품인 ‘블룸 립글로우’는 옥션 립케어/블러셔 카테고리에서 베스트 3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 11번가의 '그녀라면. 출처=11번가

11번가는 라면 기업 ‘팔도’와 협업해 ‘그녀라면’이라는 콜라보레이션 라면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상품은 온라인상에서 2개월 내 22만개 제품이 완판되는 기록을 내기도 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바로 라면 한 개에 국물용, 볶음용 소스 2개를 넣어 취향에 따라 두 가지 조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 시도는 온라인몰과 식품업계의 만남이라는 취지와 더불어 NPB상품을 통해 제품 출시의 부담을 덜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제품화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후 11번가는 식품 카테고리에서의 단독상품을 꾸준히 출시 중이다. 지난해에는 멸치 선단 ‘대영수산식품’과 PB제품인 ‘바다천지 남해안 국물용 멸치’의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당시 정상가는 1만2000원이었지만 유통단계를 크게 축소해 가격을 6900원까지 내렸고 이 상품 덕에 11번가 멸치 매출이 상품 출시 직후인 6월 동안 전월 동기간 대비 30%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농협중앙회와 쌀 제품 ‘예서린’을 선보였다. 창녕우포지역에서 생산된 이 상품은 지역 농민과의 직거래를 통해 저렴하고 품질 좋은 쌀을 제공하고자 기획됐으며 좋은 질의 쌀을 집 앞가지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구매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식품과 함께 11번가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가전제품이다. 11번가는 2012년 37인치 풀HD LED TV를 ‘쇼킹TV’로 이름 짓고 출시해 물량 500대를 5분만에 완판한 기록이 있다. 또한 다음해 70인치 대형 TV를 TG삼보와 손잡고 반값TV로 출시했다. 1차 예약 100대가 36시간 만에 동이 났고 2차 예약 수량 300대 역시 모두 완판 됐다. 회사 측은 제조사와 직접 손잡고 경쟁사 대비 400만원 이상 가격거품을 뺀 것이 주효했다는 의견이다.

11번가는 향후에도 가격거품을 뺀 NPB 디지털 가전 상품을 지속 출시함으로써 저렴한 실속형 제품을 통해 가전 시장 트렌드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독 상품,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위메프 롯데백화점관. 출처=위메프

사실 온라인몰에서 단독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지는 벌써 약 1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흐름은 확실하게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단독 상품 품목의 확장이다. 한마디로 가공식품에서 신선식품까지의 품목이 늘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품목이 한정되고 품질도 우수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대형 브랜드, 강소 기업, 지자체 등과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해 품목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우수한 품질의 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선식품의 인기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방식의 변화와 온라인몰의 장점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현대인의 바쁜 생활과 스마트폰은 온라인몰의 사용을 급격히 증가시켰으며 온라인몰은 산지 직배송 방식을 사용해 신선하고 저렴한 방식으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보지 않고 구매해야 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G마켓은 ‘G마켓이 간다’, 11번가 ‘신선탐험대’ 등을 통해 온라인몰 MD들이 직접 산지에 가서 제품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흐름은 단독상품이 ‘브랜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PB 혹은 NPB상품을 먼저 선보였던 이커머스는 주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차별화를 뒀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기업과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다양한 제품 라인을 함께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G마켓이 ‘GPLUG’로 중소기업과 협업해 선보이는 가전기기를 한 카테고리로 묶는 것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며 옥션이 천지양과 출시한 제품 반응이 좋자 아예 브랜드화해서 제품 수를 늘린 것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소셜커머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하나의 제품, 딜을 가져오는 대신 브랜드나 아예 오프라인 매장을 그대로 온라인상에 적용하는 ‘몰링(malling)’의 형태로 들여오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쿠팡의 해외 브랜드의 도입이 그러하며 위메프의 롯데백화점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