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정말 위기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번 언론에서는 ‘늑장대응’이라는 평을 하는 거예요. 자신들이 위기관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밖에서 보이는 부분만 가지고 ‘늑장’이다 ‘부실’하다 이런 평가를 하는 것 같아요. 대체 신속한 대응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게 원칙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이 발생했다고 바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자체가 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니죠. 언론의 평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위기관리에서 언론의 평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30여년 전에 발생했던 미국 시카고 인근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품 판매사인 존슨앤존슨이 전국의 모든 타이레놀 제품을 회수하면서 사고가 마무리되었지요. 물론 초기에는 협박범이 넣은 독극물로 사망자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 언론이 주목한 것은 존슨앤존슨의 용기 있는 선택뿐입니다. 사실 존슨앤존슨이 그렇게 빛의 속도로 대응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왜 이 케이스는 지금까지 유명한 성공 사례로 전 세계에 반복 회자되면서, 존슨앤존슨의 기업 이미지와도 연결되어 있을까요?

언론의 주된 평가 때문입니다. 그 이후 잡혀진 프레임에 따라 많은 위기관리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들을 더해가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거죠. 위기관리에서 언론의 평가는 무시할 수 없는 위기관리 성과 측정의 한 축입니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 기준은 무엇인가요? 많은 기업들은 기업 오너나 CEO의 평가에 많이 의지합니다. 사실 언론과 이해관계자들이 실패로 평가하는 위기관리도 해당 기업 VIP가 “그 정도면 됐다. 선방했다”고 평가하면 바로 내부적으로는 성공 케이스가 됩니다. 그 반대도 물론 있고요.

신속하게 대응했다. 이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부 VIP가 “고생들 했다. 그래도 초기에 빨리 대응했다”고 하면 늦지 않은 대응이었다고 보는 거죠. 언론이 아무리 ‘늑장대응’이라고 해도 실무자들은 안도하게 됩니다. 이것은 기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조언하자면 이렇습니다. 위기 대응에서 빨랐다 늦었다는 판정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커뮤니케이션 수요가 생겼을 때 회사가 이를 적시에 충족시켰느냐?’하는 데서 갈린다고 봅니다.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30분 후 첫 번째 기자 전화가 옵니다. 이때 회사가 준비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었느냐?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직원 가족들이 공장에 배우자의 생사유무를 묻는 전화를 했을 때 회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겁니다.

이렇게 상황 발생 후 즉각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적절하게 초기 대응 관리할 수 있다면 이는 ‘신속한 대응’이라 판정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니 문제가 되는 거죠.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일선에서 보고도 잘 안 올라오고. 언론이나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계속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허둥지둥 시간을 허비하고. 끊임없이 논의만 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뒤늦게 내놓은 대응이 또 현실과는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이러다 보니 당연 언론은 ‘늑장대응’, ‘부실대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빨리 대응할 수 있습니까?’ 이런 질문도 가능하죠. 맞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 소요는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 기업들이 평소 위기상황을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들을 사전에 제거해 놓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죠. 미리 대응 프로세스 속 지방(Fat)을 빼 버리고 날씬한 체계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디테일하게 프로세스 하나하나를 분석해 미리 만들어 놓을 것은 만들어 놓고, 인력들의 숙련도를 높여 위기 대응 업무 속력을 극대화 해놓는 준비죠. 그래야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언론의 평가는 대부분 정확합니다. 내부적으로 아쉽거나 섭섭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위기 시와 사후 언론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알리지 못하는 책임도 있다는 것이죠. 준비하십시오. 그러면 빨라집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수백 배 더 많이 자주 커뮤니케이션하십시오. 그러면 정확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