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한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냈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매일 감염자, 격리대상자는 늘어만 갔다. 어디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지, 어느 지역까지 퍼졌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간간히 들려오는 사망자 소식은 불안을 가중키에 충분했다. 

해외에도 한국의 메르스 사례는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사스(SARS) 여파를 심하게 겪었던 중국과 홍콩은 여행 주의 조처를 내렸으며,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반 토막 났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불안을 느끼지 않을까? 한국인들의 메르스 공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서울에서도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강남역에 나가봤다. 왠지 강남역 지하상가가 비어 보였다. 지하철 곳곳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퇴근길을 서둘렀다.

그러나 한국에서 퇴근하는 외국인 중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실제로 질문을 해봐도 메르스를 무섭게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 잠실 부근에서 영어 교사를 하는 케이틀린. 출처 = 이코노믹리뷰

한국에 온 지 1년 3개월 정도 됐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케이틀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하상가 쇼핑을 하고 있었다. 메르스에 대해 질문을 하니 "한국 사람들은 메르스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동료 외국인들과 자주 다니는 이태원 길거리가 한산해진 것을 느끼지만, 저녁 약속이 취소된 적은 없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메르스가 한국에 상륙했다며 걱정스럽게 흘러가는 여론에 하루 마스크를 시도했지만 답답해서 곧 치워버렸다고도 했다.

케이틀린은 "메르스, 지금까지 발표로는 병원에서만 전염됐다면서요? 난 병원에 가지 않는데?"라며 한국 사람들이 메르스 관련 사실 그대로를 좀 믿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강남역에서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이엔. 출처 = 이코노믹리뷰

한국에 좀 더 오래 거주한 사람에게 물어봤다. 강남역 한구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이엔은 메르스 때문에 일하던 어학원이 일주일 째 휴업 중이라고 말했다. 집에만 박혀 있다가 도저히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 약속을 잡고 강남에 나온 것이다.

한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한국 뉴스도 챙겨보는 이엔은 처음엔 한국 정부가 메르스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공포심도 들고 화가 났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어요. 그게 문제를 키우지 않았나요? 오히려 BBC나 CNN을 듣는 것이 더 빠를 정도였으니."

그러나 이번 주말 이후 걱정을 않기로 했다. 아리랑 TV에 출연한 한 미국인 의사가 '면역력이 있고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에 감염돼도 거의 다 낫는다'라고 한 인터뷰를 봤기 때문이란다. 이엔은 "난 건강하고 면역력도 있으니, 설마 죽지는 않겠죠"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자국의 경험을 통해 메르스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본 사람도 있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한국에 거주한 지 1년 정도 됐다는 홍콩 출신 신디 타이는 중국, 홍콩이 한국처럼 메르스가 크게 퍼지지 않은 것은 사스(SARS) 사태를 심하게 겪은 후 철저하게 준비해 초기 대응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초기 대응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스가 대중과의 접촉에 의한 것이었다면 메르스 확진자가 모두 병원 내 전염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미 다국적 도시가 되어버린 한국 서울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 공통으로 생각하는 내용은 초기에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다. 자국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이해하기 힘든 조처인 셈이다. 또한 SNS, 블로그를 통해서 메르스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꽤 나왔다.

그러나 한국 언론뿐 아니라 외신으로도 한국의 메르스 상황을 접하는 이들은 메르스를 그렇게까지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건강한 사람일 경우 치사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 메르스 확진자는 다 병원에서 전염됐으며 한국에서 일반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이들에게 메르스는 그저 '매우 조심해야 할 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