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롭게 출시되는 iOS9에 모바일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다는 소식이다. 1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이러한 소식을 전하며 “모바일 광고 시장에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모바일 광고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언론사와의 관계설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애플은 맥용 사파리에 광고 차단 확장 기능을 적용해 왔다. iOS에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iOS9을 기점으로 콘텐츠 차단(Content Blocking) 기술이 정식으로 탑재된다. 애플은 “이 기능을 활용하면 이용자는 쿠키, 이미지, 팝업을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묘한 대목은, 애플은 최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을 필두로 다양한 ICT 기업들이 모바일 광고 시장을 잡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에서 왜 애플은 이런 중요한 변화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일까?

업계에서는 애플 뉴스의 존재와 iOS9의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을 같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단서는 인링크 방식이다. 최근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를 통해 뉴스스탠드를 폐지하는 대신 플립보드 형식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인 애플 뉴스를 런칭한다고 밝혔다.

방식은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과 비슷하다. 인링크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를 잡아내어 그들이 편리하게 자사의 생태계 내부에 안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언론사에는 적절한 광고수입을 보장하는 한편, 모바일에 특화된 UI 및 다양한 부가 유인효과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언론사의 유통 주도권을 휘어잡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iOS9의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은 언론사 입장에서 결정적인 타격이다. 언론사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광고수입을 애플이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언론사가 독자적 유통 주도권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모바일 광고 수입마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애플의 생태계로 진입할 수 밖에 없다. iOS9의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과 애플 뉴스의 등장에는 새로운 이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글로벌 모바일 광고 시장은 치열한 전쟁중이다. 지난해 미국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37%의 점유율을 자랑한 구글과 17%를 장악한 페이스북이 나름의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1% 내외의 점유율을 가진 아마존은 모바일 앱 개발자를 위한 광고 플랫폼을 구축해 공개한 상태다. 해당 플랫폼은 아마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용 앱에 광고를 추가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수익배분을 염두에 둔 기술적 장치까지 완비했다.

결국 모바일 기기에서 고객의 구매욕구를 고취시키는 한편, 광고 수입도 올리는 알고리즘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유럽의 통신사는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샤인이 개발한 '광고 블록 소프트웨어'를 올해 중으로 적용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지점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망 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애플이 iOS9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해 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언론사를 휘어잡으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모바일 광고 시장을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기회비용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페이스북이 애플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모바일 광고 시장이 단순히 ‘뺏고 뺏기는 전장’이 아니라 기회비용을 따져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치열한 두뇌싸움의 전장으로 변할 여지도 생긴다. 물론 언론사 콘텐츠의 플랫폼 종속화도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