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국립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준연구소 측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9일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바이러스 부소장인 뱅상 에누프 박사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병원 내에서만 전염되고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학교 문을 닫을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서 메르스 여파로 휴업한 유치원과 학교가 전국적으로 2천199곳에 이르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에누프 박사는 "휴교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삼가는 것은 바이러스가 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전염이 발생할 때 취하는 조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에누프 박사는 메르스가 전염성이 낮다면서 마스크 착용 등 예방 조치만 잘하면 충분히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침 등 체액과 접촉을 통해서만 전염되고 공기로는 전파가 안 되므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예방만 잘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해도 감염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2∼3명의 메르스 환자가 같은 방에 있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면 일상에서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며 프랑스의 사례를 들었다.

2013년 프랑스에서도 메르스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귀국한 프랑스 여성은 자신이 메르스에 걸린 줄 모르고 있다가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에게 메르스를 전염시켰다. 이 여성은 메르스로 숨졌으나 두 명의 메르스 환자를 돌보던 의사, 간호사 누구도 감염되지 않았다.

에누프 박사는 또 메르스가 건강 상황에 따라 위험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메르스가 그냥 지나가는 병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만성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의 메르스가 언제 진정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고려해 보면 아직 2주 정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와 감염자 발생에 따른 단계적 대응 수위를 책정하므로 WHO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라고도 조언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메르스 발병에도 한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자국 여행자들이 손을 잘 씻고 호흡기 환자와 접촉을 삼가라고만 당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