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플랫폼, 특히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도 상당한 가운데 특히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의 힘겨루기도 치열한 상황이다. 아직 스마트카 시장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복마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는 각각 안드로이드 오토, 카플레이, 미러링크로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물론 미묘한 차이점은 존재한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개발자 회의를 기점으로 바짝 공략하는 한편 이를 무인자동차의 영역까지 빠르게 가져가는 분위기라면 애플의 카플레이는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물론 WWDC15를 통해 카플레이를 소개하기는 했지만 원론적인 재확인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구글은 스마트카에 이어 무인자동차 상용화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는 격전의 현장에서 살짝 물러난 분위기다. 일단 정통적인 자동차 산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모바일 헬스 및 총체적 스마트 생태계에만 집중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한 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열렸던 MWC 2015 현장에서 공개된 미러링크가 단적인 사례다. 당시 삼성전자는 폭스바겐 그룹의 일부인 스페인 완성차 업체 세아트와 함께 미러링크를 공개하며 스마트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1월 열렸던 CES 2015에서 자체 태블릿으로 BMW를 움직이는 시스템인 터치 커맨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분명 전사적인 태세를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일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각) 주요외신은 삼성전자가 일반적인 자동차를 스마트카로 만들어 주는 기술을 만드는 미국의 스타트업 빈리에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물론 단독투자는 아니다. 콕스오토모티브, 콘티넨탈, 웨스틀리그룹과 함께 총 73억 원을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IT와 제조사, 자동차 분야의 고수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빈리에 투자했다는 뜻이다. 투자의 통로는 삼성글로벌혁신센터를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빈리 디바이스. 출처=빈리

삼성전자가 빈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스마트카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당장 일반 고객들이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빈리가 해답이 되어줄 수 있다. 빈리는 단돈 99달러만 제공하면 일반 자동차와 인터넷을 연결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카플레이와 같은 독자적 OS를 완전하게 구축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당장 빈리의 경쟁력을 체화시켜 스마트카 시장에 쉽게 녹아들 여지가 생긴다. 삼성페이를 위한 루프페이 인수를 통해 범용성을 노린 전략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시너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인 만큼 전통의 강자와 함께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동으로 투자한 콕스는 북비지역 자동차 딜러 사이에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콘티넨탈은 부품기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막강한 제조 인프라를 가진 삼성전자와 이들의 만남은 빈리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외연확장을 이룰 여지가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안드로이드오토 출하량은 64만3000대에서 오는 2020년 3100만대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같은 기간 동안 카플레이는 86만1000대에서 37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미러링크는 110만대에서 17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스마트카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늘어나며 네비게이션, 텔레매틱스, 응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의 경쟁력도 각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0년까지 글로벌 자동차의 75%는 스마트카가 차지하며 시장 규모는 약 3조1863억 원에 다를 것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도 등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구글의 브릴로, 애플의 홈킷, 삼성전자의 아틱이 전방위적 승부를 던지는 가운데 스마트카 시장에서 3개 기업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스마트폰 시절부터 이어온 지독한 인연이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시대까지 끈질기게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