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입는 속옷이라 누구에게 맘껏 보여줄 수도 없고, 게다가 꼭 쥐면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크기. 하지만 이렇게 가벼운 부피에 비해 브래지어의 가격대는 절대 가볍지 않다. 다가오는 여름을 앞두고 입을 브래지어를 사러 가서, 혹은 큰맘 먹고 집사람 생일을 위한 선물로 섹시한 브래지어를 사러 가서 등, 속옷의 비싼 가격에 놀랐다는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속옷회사 직원이 하는 이야기라 믿음이 덜할지 모르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래지어 가격이 가볍지 않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요즘은 공장에 사람 대신 기계 소리만 요란할 정도로 대부분의 제품은 생산 공정이 기계화되어 있다. 하지만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생산되는 제품이 있다. 바로 브래지어다. 겉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크기도 작은 브래지어가 실은 수 십 가지 재료와 그에 비례하는 수많은 공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패션시장규모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6개월

 

동안 가구 평균 6.1개의 속옷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브래지어 구입 비중이 58% 정도이니, 6개월간 가구당 적어도 3~4개의 브래지어를 구입한 셈이다. 이처럼 많이 소비되는 아이템이니 커다란 공장에서 마치 1분에 한 개꼴로 대량생산될 것 같지만 막상 생산 현장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브래지어 생산 공장에 가 보면 커다란 기계 대신에 수십 대의 재봉틀이 가지런히 열을 지어 있고 그 앞마다 전문 봉제 담당자들이 분업을 통해 브래지어를 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봉제 담당자 한 명이 하나의 브래지어를 생산하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브래지어는 신체의 굴곡에 맞춰 아름다운 실루엣을 완성하는 아이템이므로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또한 사이즈에도 민감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분마다 각기 다른 봉제 기술과 힘을 적용해야 한다. 겉옷과 달리 신축성이 있는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힘을 조절하면서 봉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비비안 봉제 작업 지도서에 ‘봉제 시 원단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고, 원단을 너무 당겨 들뜨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야말로 10년차의 내공을 모두 쏟아야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브래지어인 셈이다.

 

브래지어의 크기가 작고 겉옷에 비해 사이즈가 세분화된 것도 정교한 수작업이 요구되는 이유다. 브래지어 하나의 크기도 매우 작지만 그 안에 20가지 이상의 자재가 들어가야 하니 각각의 자재 크기는 매우 작다. 게다가 각각의 자재를 봉제할 때 발생하는 0.1㎜의 오차가 모여 마지막에 사이즈 하나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브래지어의 크기가 작으니까 가격대도 낮아야 한다’가 아니라, 반대로 ‘크기가 작으니까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해서 가격대가 높다’는 설명이 되겠다.

“아무리 사람 손을 거쳐 생산된다고 해도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또 하나의 이유이자 변명을 준비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브래지어의 구조에 대해 묻다가 공장에서 20년 이상 일한 분의 ‘브래지어 해체 과정’에 함께한 적이 있었다. 약 2시간에 걸친 해체 과정 끝에 나온 부자재 수는 20가지가 조금 넘었다. 브래지어의 경우, 평균 20가지의 부자재를 사용하고 27가지 정도의 봉제 과정을 거쳐서 1장이 완성된다고 한다. 겉감과 안감, 장식을 위한 기타 한두 가지 원단과 봉제를 위한 실, 단추 등으로 된 겉옷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아이템이다.

 

성인 여성이라면 학생 때부터 누구나 접하는 브래지어. 매일 아침 무심코 가슴에 걸치는 브래지어가 완성되는 데 이렇게 많은 자재와 다양한 공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몰랐을 것이다. 앞으로도 속옷에 숨겨져 미처 알지 못했던 재밌는 이야기들을 풀어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