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이 LG화학에서 개발 중인 OLED조명 소재를 현미경으로 보고 있다.


1조원 투자 빅플랜 미래 먹거리 찾기 나서

-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해서는 결코 미래를 선도할 수 없다’
- ‘숨가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해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우는 주도면밀함이 필요하다’
- ‘유능한 핵심인재, 그리고 원천 기술 확보에 모든 것을 다 걸어라’
지난 1995년 취임해 16년째 경영일선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영 모토는 ‘R&D 경영’ ‘선도 경영’ ‘현장 경영’으로 요약된다.
그는 만사를 다 제쳐둘 지언정 취임후 매년 열리는 연구개발성과 보고회만은 빠트리지 않는다. 그의 남다른 R&D 애착은 투자 규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LG는 올해 에너지·리빙에코·헬스케어 등 차세대 성장엔진 R&D에 1조 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어제가 좋았고 오늘도 괜찮았더라도 내일 준비에 잠시라도 소홀할 경우 하루아침에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은 요즘같이 치열한 글로벌경쟁 환경속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단 하루라도 간과하게 되면 중고(中古)인생이 되고 만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경영자들이 현안에만 신경 쓴다면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한다. 생산 현장의 흐름을 낱낱히 파악하고 이를 미래 먹거리로 연결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발품 경영에서 잘 엿볼 수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15일 충북 오창의 {$_001|LG화학_$}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이어, 17일 경북 구미의 {$_001|LG전자_$} 태양전지와 {$_001|LG디스플레이_$} 태블릿PC용 LCD모듈 공장을 잇따라 방문해 미래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이들 전기차 배터리, 태양전지, 태블릿PC용 LCD 등은 LG가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분야다. 지난해 6월 가동을 시작한 {$_001|LG화학_$}의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연간 850만셀이 가능하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으로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라인. 전력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반떼 하이브리드카 연간 50만 대 이상에 탑재될 수 있는 배터리가 생산되는 셈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는 GM, 포드 등 10여 개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공급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아반떼, 포르테, 소나타 하이브리드카 등에도 공급 중이다. 현장에서 구 회장은 “고출력을 내면서도 부피는 지금보다 더 작은 배터리 개발에 매진해 달라”며 “그래야 전기차 제조 회사들이 최종 사용 고객을 위해 디자인이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LG전자의 태양전지는 태양광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양산 4개월 만에 태양전지 모듈의 제조수율이 98%를 상회하는 수준의 성과도 냈다. 120MW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해외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미 올해 생산분은 공급 계약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구미 태양전지 공장은 지난해부터 120MW급 1기 라인에서 결정형 방식의 태양전지 셀과 모듈을 생산해 왔다. 현재는 210MW급 라인을 추가로 증설해 시험 가동 중이다.
태블릿PC용 LCD는 최근 관련 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LG디스플레이가 구미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올 1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외 태블릿PC 업체들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연내 월 500만 대로 생산 규모를 늘려 향후 증가하는 태블릿PC 수요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원천기술 확보 강력한 의지

구 회장이 이번 현장경영을 통해 해당 사업 경영진에게 강하게 당부한 것은 ‘과감한 R&D 투자’였다. 그는 “미래성장사업의 성패는 R&D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R&D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일에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핵심기술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구 회장이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1월 신년사를 시작으로 글로벌CEO전략회의, 신임 임원·전무 만찬, 미래현장 방문, 임원세미나 등 6번의 공식석상마다 빼놓지 않고 R&D에 주력할 것을 반복 강조했다. ‘기술의 LG(테크놀로지 컴퍼니 LG)’ 구현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인 것이다.

실제 구 회장의 R&D 애착은 남다르다. 지난 1995년 취임 후 16년째 그는 매년 열리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킨 2003년부터 아무리 환경이 어렵더라도 R&D 투자만은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 1.6조였던 LG의 R&D 투자는 지난해 말 3.7조 원으로 무려 131% 늘어났다. 올해는 4.7조 원의 R&D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이를 달성할 경우 8년 만에 R&D 투자가 3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최근 LG는 구 회장의 강력한 R&D 리더십을 필두로 ‘강하고 빠른 R&D’ 만들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우선 보강되는 부분은 ‘R&D 인력’이다. LG는 올해 채용할 9000명의 대졸 사원 중 50%가 넘는 5000명을 R&D 인력으로 뽑기로 했다. 이로써 LG의 R&D 인력은 지난해 2만6000명에서 올해 3만1000명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사상 최초로 3만 명 R&D 시대가 열리게 된 셈이다.

인력뿐만이 아니다. 투자액도 ‘통’ 크다. LG는 올해 에너지·리빙에코·헬스케어 등 차세대 성장엔진 R&D에 1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태양전지, 차세대전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리빙에코 분야는 LED/OLED 조명, 종합공조, 수처리 사업을, 헬스케어 분야는 U-헬스케어 사업을 각각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사업별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핵심소재와 시스템 개발, 리빙에코 분야는 주거환경의 그린화를 위한 친환경 소재 및 제품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수처리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수처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헬스케어 분야는 병원 등 의료기관과 연계해 헬스케어 IT시스템 및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