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장을 잡아내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글로벌 ICT 무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초연결의 시대를 맞아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를 비롯해 통신사 및 기타 제조사들도 모두 사물인터넷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물론 허브의 위치와 연결의 방식은 물론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당장의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홈의 시대를 넘어 웨어러블을 활용한 스마트홈의 가능성에서 다시 출발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는 사물인터넷이 스마트카의 가능성을 품고 사용자 경험의 ‘마법’을 타고 넘어와 스마트홈 구축에서 실제적인 윤곽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홈에서 생명력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115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대략적으로 1년에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단순히 금액으로만 재단할 것이 아니다. 스마트홈을 잡아내면 이후 펼쳐질 ICT의 신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

먼저 구글이다. ‘구글I/O 2015’를 통해 브릴로를 공개했다. 차기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M이 예상보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며 그 반대급부로 브릴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브릴로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지원해 기기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며 지난해 1월 네스트를 인수하는 등 차근차근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쌓아올린 구글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브릴로는 저사양 제품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케이스다. 일종의 소물인터넷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사양자체가 가볍고 배터리 소모가 적으며 가격도 저렴해 다양한 활용적 측면에서 여지가 많다. 브릴로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네트워크로 묶으면 간편하고 ‘가볍게’ 사물인터넷을 구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 즉 허브로 둔다. 현재 글로벌 ICT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의 심장을 TV에 두느냐, 스마트폰에 두느냐에 따라 각자의 생각이 판이한 상태지만, 일단 구글은 예상대로 스마트폰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당장 익숙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택했다는 뜻이며, 제조 인프라의 부족함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브릴로에 대해 “안드로이드에서 파생된 형태로, 최소한의 공간을 차지하며 광범위한 실리콘 지원을 보증한다. 기본적인 통신이 가능하다”고 정의했다. 올해 3분기 개발자 프리뷰로 공개된다.

‘위브’도 있다. 브릴로가 사물인터넷 OS라면 동시에 공개된 위브는 소통, 즉 통신계층이다.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센서와 디바이스가 공유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며 크로스플랫폼 방식으로 개발자 API를 노출하며 브릴로와 위브를 감지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설정을 통해 사물인터넷 콘트롤 타워 기능을 잡아낸다. 쉽게 말해 브릴로가 OS의 역할에 충실해 전반적인 틀을 잡는다면, 위브는 연결된 각 단말기의 유무선 통신규격을 안드로이드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다. 올해 4분기 개발자 프리뷰로 공개된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의 원스톱 패키지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M을 바탕에 깔고 브릴로를 사물인터넷의 중심으로, 위브를 유기적인 알고리즘의 수단으로 위치시켰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오토와 안드로이드웨어 등 스마트워치 OS 등이 안드로이드M과의 접점을 유지하며 사물인터넷 전략을 완성시키는 구조다. 모바일을 넘어 사물인터넷 시장을 공력하는 한편 스마트홈에 집중한 특화된, 즉 가벼운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셈이다.

애플의 홈킷도 있다. 지난해 개발자회의에서 처음 공개되고 올해 개발자회의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홈킷의 상용화는 비록 가을로 연기됐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홈킷 디바이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출처=애플

재미있는 점은 애플 홈킷의 허브가 아이폰이 아닌 애플TV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점이다.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집의 온도와 조명을 설정하는 기술이 주를 이루겠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콘트롤하는 디바이스의 역할을 애플TV가 수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홈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홈앱은 홈킷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이며 올해 개발자회의에서 iOS9에 기본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홈킷 단말들의 무선 탐색과 셋업 기능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가상룸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단말들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골자로 한다.

현 시점에서 애플TV를 허브로 설정한 홈앱이 홈킷의 기능들을 콘트롤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이 높다. 일단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아닌, 애플TV를 사물인터넷의 허브로 설정했다는 측면에서 애플은 ‘당장의 진입장벽을 납추는 일’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되는 일’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독자적인 iOS라는 사용자 경험을 성공적으로 확장시켜 애플TV의 사물인터넷 가능성을 ‘믿어본다’는 복안일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모듈 ‘아틱’을 공개한 삼성전자도 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아틱이 상당부분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한 스마트싱스의 경쟁력을 개방형으로 돌리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생태계 자체에 집중한 통 큰 실험이며 다른기업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스토리지, 보안솔루션, 개발보드, 클라우드 기능이 탑재됐으며 차세대 임베디드 패키니 온 패키지 이팝(ePoP)이 활용된 부분도 새롭다.

▲ 출처=아틱

아틱은 3가지 버전이 있다. 아틱1, 아틱5, 아틱10이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기능이 강력하다. 아틱1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모듈이며 아틱5는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D램, 플래시 메모리로 구성되어 드론과 같은 하이엔드 제품에 삽입할 수 있다. 아틱10은 스마트폰을 서버에 연동하는 등 다양한 방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아틱과 타이젠OS를 통해 사물인터넷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중국의 화웨이는 초경량을 자랑하는 애자일을, 샤오미는 미홈을 런칭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사물인터넷, 즉 스마트홈은 다양한 방법과 결론의 혼합방정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서드파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구글의 브릴로가 3분기를 기점으로 조금씩 시동을 거는 상황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로드맵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스마트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