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가시화한 가운데 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8곳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금리에 대한 인식과 대응실태 조사’를 통해 응답기업 75% 가량이 경제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응답기업의 74.5%가 ‘경제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5.5%에 불과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구체적인 영향으로는 ‘외국인자금 대량이탈’(29.8%)을 가장 많이 우려했고, 이어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27.3%), ‘국내 소비‧투자심리 악화’(22.7%), ‘미국경기 둔화’(18.2%) 등을 꼽았다.

금리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이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대책을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는 기업은 20.7%에 그쳤다. 이들은 ‘현금성자산 등 유동성 확보’(37.1%), ‘시장모니터링 강화’(21.0%), ‘가격변동성이 낮은 단기채권 투자’(14.5%), ‘부채상환계획 조정’(14.5%), ‘투자계획 연기’(12.9%) 등의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응답기업의 79.3%는 대책을 세우지 못했는데 ‘인상폭이나 시기 불투명’(64.3%), ‘다른 우선순위 사업으로 인해 계획수립 지지부진’(13%), ‘수립 역량 부족’(2.9%) 등을 대책 미비의 원인으로 들었다.

 

▲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속도는 완만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이지하고 있음에도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주식시장과 국제 금값이 떨어지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라며 “기업은 투자와 자금조달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여건변화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로는 ‘올해 3분기’(43.3%)를 예상한 기업이 가장 많았고, ‘올해 4분기’(24.7%), ‘내년 중’(16.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올 하반기 재무전략의 변수로도 가장 많은 기업이 ‘美 금리인상 추진 폭과 속도의 불확실성’(33.3%)을 꼽았다.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인하 여부’(20.0%)를 지목했다.

이어 ‘원자재시장의 불안’(13%), ‘금융산업 구조개혁의 이행과 성과’(11.3%), ‘선진국 경제회복 지연’(10.3%), ‘다른나라 양적완화 추세’(6.7%), ‘신흥국 성장둔화’(5.4%) 순으로 응답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성장과 물가를 고려한다면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있고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해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국내외 경기흐름, 주요국가 대응, 파급영향 등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78%가 ‘저금리기조가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답했다. ‘인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100%)과 ‘철강’(100%) 응답기업 모두가 저금리 기조 유지를 주장했고, 이어 ‘섬유‧의복’(95.8%), ‘금속‧소재’(85.7%), ‘목재‧종이’(83.3%), ‘운송장비’(77.5%), ‘식음료’(59.3%), ‘전기전자’(54.3%)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취업자 증가, 주택시장 활성화 등으로 경기회복이 안정적 국면에 접어든 미국과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우리는 금융‧통화정책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며 “EU나 일본도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이후 탈동조화로 인한 파급효과를 염려하면서도 최근까지 통화확대기조 유지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규제개혁 장관회의. 출처= 청와대

저금리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자금조달 비용인하에 따른 투자여력 확대’(60.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대출이자 부담경감으로 인한 소비촉진’(21.9%), ‘부동산․주식시장 활성화 및 내수진작’(9.5%), ‘원화가치 상승억제에 의한 수출경쟁력 향상’(7.7%) 등을 예상했다.

저금리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방향으로는 대다수가 ‘고금리 자금조달을 저금리로 전환’(85.4%)을 꼽았다. 그밖에 ‘부채규모 확대’(4.9%), ‘변동금리 차입을 고정금리로 전환’(4.9%), ‘회사채 및 CP 이용 확대’(4.9%) 등을 답했다.

실제로 자금시장에서 저금리를 활용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여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저금리 차환 목적으로 발행된 일반회사채 발행액수는 지난해 12월 3100억원에서 올 3월 1조 5300억원까지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폭도 올해 3월 3조 1000억원에서 4월 6조 2000억원으로 2배까지 커졌다.

저금리 차환 목적 일반회사채 발행액수는 2014년 12월 3100억원→ 2015년 1월 1조 3690억원→ 2015년 2월 1조 4400억원→ 2015년 3월 1조 530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정부 대응방안으로 기업들은 ‘환위험·금융리스크 관리 지원’(38%)을 첫 손 꼽았다. 이어 ‘기업에게 금융시장 상황 상세정보 제공’(23.7%), ‘가계부채 정책처방’(22.7%), ‘투자심리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13.0%)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저금리를 투자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환율‧원자재 가격안정’(37.7%), ‘자금조달여건 개선’(21%), ‘구조개혁’(16%), ‘입지·환경 등 규제완화’(10.3%), ‘R&D 및 신산업 발굴지원’(9.7%), ‘법인세·상속세 등 세제 개선’(5.0%) 등을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7년여 만에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만큼 그 파급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즉각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 마련, 금융리스크 관리 지원 등을 통해 만일에 있을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