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난리법석이다.

지난 5월 20일 68세의 남성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20일이 경과한 6월 8일 오전 현재 확진자 총 87명, 이 가운데 사망자 5명에 격리된 메리스 감염 의심자 수만 2300명을 넘어섰다.

메르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무지와 안일함으로 초기대응에 실패했기에 평택성모병원의 첫 확진자를 매개로 다수 사람이 전파되면서 일주일 뒤엔 감염자 및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던 탓이다.

초기대응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참사를 겪은 ‘학습효과’를 거치고도 별반 달라진게 없었다. 오히려 국가 차원의 방역 시스템만 후퇴시켰다는 비난만 받았다.

지난 2003년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하자마자 선제적으로 대처, 전세계 사망자 총 810여명 가운데 한국은 사망자 3명만 내고 수습했다. 이 같은 체계적 방역 시스템을 높이 평가 받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사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중국 정부와 중국인에 손가락질을 하던 우리가 지금은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메르스는 진행형이다. 하루 밤 지나면 추가 확진자 발표가 나와 국민들을 여전히 불안에 떨게 만든다. 일반 국민들은 전염을 두려워하느라, 생업으로 장사를 하는 기업이나 소상인들은 급감한 매출을 걱정하느라 모두 걱정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메르스 확산의 원인은 밝혀졌다. 전염을 차단하고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한 빠르고 체계적인 후속조치만이 남았을 뿐이다.

하루빨리 메르스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보건당국이 제대로 된 방역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 보건의 주체도 중앙정부 홀로가 아닌 지방정부, 의료업계, 그리고 전 국민이 합심해서 ‘메르스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간 메르스 공동대처는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반갑고 바람직한 보건위생적 행동이었다.

다만 정파가 다른 중앙-지방 정부끼리 서로 공치사를 노리고 여론홍보용 과열경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뜩이나 중앙과 지방 간 복지 등 예산 배정을 놓고 드러난 해묵은 갈등,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를 놓고 보인 엇박자 등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리고 국회를 중심으로 한 여야 정치권은 이같은 정부의 메르스 근절 총력전에 아낌없는 입법적 지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역시 ‘메르스 국면’을 당파적인 시각으로 접근, 자기 정파에 유리한 지원을 하기 위해 충돌대립하거나, 서로 딴지를 걸어 사태 수습을 더디게 한다면 전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다.

오늘(8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한 달 기간으로 열린다. 당초 이번 임시국회 의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국회법 개정안 재협상이었다. 지난달 메르스 발생으로 관련 긴급현안질문이 추가됐다.

메르스 현안질문에선 여야 구분없이 정부의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 및 방역시스템 개선 등을 한목소리로 낼 것이다. 물론 여당은 사태 수습에, 야당은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차별성을 드러내려 할 것이지만.

그러나 8~10일로 잡힌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청문회 준비를 놓고 이미 각을 세워온 여야가 본격적인 후보 검증 자리에서 자칫 감정대립으로 치달을 경우, 다른 현안들이 발목잡힐까 노파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가 그동안 주요 정치사안 대립에서 보여준 행태를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지만 ‘인재(人災)성’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면 물리적 수습은 정부나 정치세력이 나섰지만, 결국 정서적 수습은 국민들의 몫이었다. 위정자들은 절차적 해결을 마치면 그것으로 손을 떼지만, 피해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분노를 품어주고 토닥거려주는 건은 언제나 국민이었다.

메르스도 매한가지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종결될 것이다. 사태 원인과 재발 방지를 놓고 제도적 수습책을 정부와 정치권이 맡겠지만, 사망자와 확진자 등 피해자들을 보살피고 좀더 사회적 위생방역에 대한 경각심으로 본질적인 수습에 나서는 자정(自淨) 역할자는 역시 국민이었다.

메르스를 막는 진정한 자세는 제도나 절차의 빠른 효율성 못지 않게 ‘국민의 안위’를 내 몸, 내 가족 같이 생각하고 보살피는 ‘위민(爲民)정신’임을 정부 보건당국과 국회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