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국내 신재생에너지 매출 70%… 현대중공업·LG·삼성 등 선점경쟁 치열

태양광은 무한한 녹색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타 에너지에 비해 에너지원이 많고 전기에너지로 전환되기도 쉬워서다. 사하라 사막(860만㎢)의 1/10 면적에 태양전지를 설치하면 세계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다. 태양광이 유독 성장잠재력이 큰 미래 유망사업으로 떠오른 이유다. 태양광은 밸류체인(value-chain)별로 산업이 조성돼 있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이를 가공해 만든 잉곳과 웨이퍼, 태양전지 여러 개를 모아놓은 태양광 모듈, 태양광 모듈을 집대성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체 매출 중 태양광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미 각 단계별로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어 대·중소 동반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린 에너지의 대표주자인 태양광 산업 중 그 첫 번째로 국내 태양전지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태양전지’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불꽃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이 국내 태양전지 시장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_001|LG전자_$}, {$_001|삼성전자_$}, 한화솔라원, STX솔라 등이 공격적 행보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5월 충북 음성 소이공업단지에 총 340억 원을 투자해 30MW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을 첫 완공했다. 이후 추가로 3000억 원을 투자해 2009년 12월 태양광 제2공장을 완공함으로써 370MW로 국내 1위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10월엔 충북 음성에 위치한 태양광 3공장이 태양광 모듈 시제품 생산에 들어가면서 태양전지 생산 규모는 600MW로 크게 늘어났다. 태양전지 공장을 세운 지 3년도 안 돼 20배 이상으로 괄목할 만한 규모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1위 위상 굳히기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2012년까지 생산 능력을 1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경북 구미에 총 120MW 규모의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 각축전 속 중견 전문기업 두각

LG전자와 삼성전자도 태양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 온 반도체 기술을 앞세워 태양전지 개발에 주력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경북 구미에 총 120MW의 규모의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라인 등 일괄 생산 체제를 가동하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2기 라인 추가 투자를 통해 전체 생산 능력을 총 330MW로 늘릴 예정이며, 2013년에는 생산량을 1GW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2015년까지 태양전지 사업에 1조 원을 들여 매출 3조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양산에는 나서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09년 용인시 기흥사업장 내에 30MW급 15.24cm(6인치)형 셀과 모듈을 개발한 뒤, 지난해 양산을 위한 시험 생산라인(연구용)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르면 올 상반기 상업생산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3D TV’를 두고 한판 맞붙은 삼성과 LG는 고효율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태양전지 분야에선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생산 효율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1 세계태양광 에너지엑스포’에서 LG전자는 고출력, 고효율의 260W 단결정 태양광 모듈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이 모듈은 기존 대비 13% 이상 효율을 개선했으며, 모듈 효율 16.2%를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고효율 260W 결정계 태양전지 모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측은 “결정계 SP 방식에서 국내업체가 260W의 세계 최고 출력 태양전지 모듈을 R&D 모델이 아닌 생산용 모델에서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태양전지 시장에선 미리넷솔라, 신성홀딩스, KPE, 한국철강 등 중견·중소기업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미리넷솔라는 지난 2005년 대구 성서공단에서 국내 최초로 태양전지 생산을 시작한 태양전지 전문기업.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양산한 16% 효율의 태양전지가 세계시장에서 각광 받으면서 독일·이태리·스페인 모듈 업체로부터의 누적 수주실적이 1조 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 수출 국가만 전 세계 20여 개국. 지난해 창사 5년 만에 수출액 1억 3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신성홀딩스는 최근 ‘신성솔라에너지’로 사명을 바꿨다. 태양광 사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서다. 생산 제품은 6인치 단결정 태양전지와 다결정 태양전지. 태양전지 사업에 진출한 지는 올해로 3년째지만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해 매출 2107억 원, 1년 6개월 만에 18%의 업계 최고 광변환 효율을 달성했다. 현재 연 생산 250MW로 국내 태양전지 시장에서 2위의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최근 고효율 태양전지의 해외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이들 두 업체는 올해 설비 투자에 바짝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미리넷솔라와 신성솔라에너지는 각각 2013년과 2015년 ‘1GW의 생산설비 증설’ 이라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올해 400MW와 300MW(상반기)로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증설을 진행 중이다.

박막·염료감응형 2·3세대 주목

태양전지 시장에 주요 대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양전지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와 함께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분류된다. 그 만큼 시장성과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은 연평균 40%씩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또한 10~20%에 이른다.

제조공정이 반도체와 비슷하다는 점 또한 국내 전자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는 까닭이다. 이성호 한국태양광협회 부회장은 “태양전지 공정기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 단계 중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태양전지 시장의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엔 2010년의 7배인 13.6GW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매출만 91억 8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을 이어갈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충분히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태양전지는 전체 생산량의 90%를 수출하면서 차세대 수출 주력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5년 5500만 달러이던 수출액은 지난해 18억 7300만 달러로 34배나 급증했다. 그동안 태양전지 무역수지는 적자를 보여왔으나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 신성홀딩스, 미리넷솔라 등 1세대 기업들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태양전지는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최근 태양전지 업계의 기술 화두는 2세대 ‘박막 태양전지’다. 국내에서는 고가(高價)의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결정형 태양전지가 주류다. 하지만 유리 기판을 주 원료로 얇은 화합물을 입히는 박막 태양전지는 결정형에 비해 제조원가를 크게 줄이는 것이 가능하고 미관이 뛰어나 향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할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생산 업체들도 박막 태양전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생고방그룹과 박막 태양전지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데 이어, 12월엔 충북 오창 외국인 투자지역 내에 연간 400MW 생산 규모의 박막형 태양전지 공장을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LG이노텍 역시 CIGS 박막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들어 현재 연구개발 중에 있다.

차세대 전지로는 3세대 염료감응형(DSSC) 태양전지가 손꼽힌다. 금속 산화물인 산화티타늄 표면에 특수 염료를 흡착시켜 만드는 DSSC 태양전지는 제조단가가 결정형에 비해 최대 5배나 적게 든다는 점이 강점이다. 쉽게 휘어지고 화려한 컬러도 가능해 창문이나 전자제품·가방·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전지 후발주자’ 국내 기업의 해법은
선진국 따라잡기 수직계열화가 해법

전통적으로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강자는 ‘유럽’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이변이 연출됐다. 중국의 JA솔라가 글로벌 태양전지 기업 순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그동안 1, 2위를 주고받던 독일의 큐셀(Q-Cell)과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를 단숨에 제압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거대한 내수물량과 낮은 제조원가에 힘입어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약 40%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태양전지 시장 순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10위 안에서 한국 업체를 단 한 곳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나마 600MW의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12위에 이름을 올려 자존심을 지켰다.

국내에서 태양전지 산업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선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상용화 기술 정착 단계에 있는 결정 실리콘 태양전지에서 중국의 저비용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효율 및 박막 태양전지 등의 차세대 선도기술에 있어서는 독일과 일본에 대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송병운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후 선진국의 기술력을 따라 잡던 기존의 전통적 산업발전 전략은 태양광산업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며 “태양광산업의 기술 기반인 반도체와 LCD의 높은 원천기술력을 활용한 고효율·저비용 기술을 개발해 태양광 선진국인 독일, 일본, 중국을 동시에 뛰어넘을 수 있는 도약식 발전전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도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선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LG, 삼성 등 대기업은 계열사를 통해 시동을 건 상태다.

최근 미리넷솔라의 모회사인 미리넷도 발전·시스템에 이어 태양광 모듈사업에 진출했다. 이로써 자회사인 미리네솔라의 태양전지, 미리넷실리콘의 잉곳·웨이퍼 제조를 통해 태양광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