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저환율로 수출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한국 경제가 내외수 동반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갭과 물가갭은 각각 11분기, 12분기 째 마이너스 상태며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물가상승률이 0.7%에 머물며 외환위기(1999년 0.8%) 당시의 역대 최저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7일 ‘적극적 경기부양 노력이면 성장률 3% 가능하다-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원/엔 환율 및 원/유로 환율이 급락하며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악화되면서 L자형의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내다봤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3% 경제성장률 가능성은 있다

이 실장은 저성장‧저물가‧저환율의 3저 공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뒷받침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저성장과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어 단기 부양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 개선 효과는 미미한 반면,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로 소비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정 확대는 경기부양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고, 국가채무가 적어 정책여력 또한 충분하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민간소비가 1%대 증가에 머무는 가운데, 소득 정체 및 가계부채 누증, 평균소비성향 하락으로 소비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2012~2014년(1.9%→1.9%→1.8%)에 이어 2015년에도 1.9%에 머물며 1%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정체 및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소비여력이 미약하고, 노후불안, 주거불안, 일자리불안이 겹치며 소득이 소비지출로 연결되는 힘 또한 약화되고 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주택‧건설경기 내수 회복 견인

건설수주 호조 및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활성화대책으로 주택‧건설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 매매거래량이 2015년 4월 12만 488건을 기록하며,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및 매매거래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3년 이후 급증한 건설수주가 2015년 하반기 건설경기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및 인구‧가구 감소, 가계부채 등의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세계 경기회복, 미국만으로는 한계

미국의 성장세가 뚜렷하기는 하나 유럽과 일본의 회복세가 약하고 신흥국은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 부흥을 위한 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세계경제 성장기여도가 큰 중국이 수출 부진 및 구조개혁으로 6%대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한국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역시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기대보다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 강세 역시 우리나라 경제에는 별반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실질가치가 상승하며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 흑자 내는 구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보다 엔화 및 유로화 가치가 훨씬 더 크게 하락함에 따라 원화의 실질 실효환율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일, 한-독 수출경합도가 상승하고 있어 원/엔 환율 및 원/유로 환율 하락은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가하락 및 대내외 경기부진으로 수출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무역흑자는 810억달러, 경상흑자는 101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단기부양책, 통화보다 재정 확대

우리나라 경제는 내수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수출까지 급감함에 따라 성장잠재력마저 훼손될 처지에 놓여 있다. 단기부양책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이준협 실장은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것과 더불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세입 추경을 통해 지난해와 같은 재정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출 추경을 함께 편성해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고 성장잠재력 훼손을 방지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큰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돈이 꼭 필요한 실물 부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금융중개지원제도 등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

외환정책에 대해서는 환율 급등락 방지를 위한 미세조정이 필요하며, 환변동보험, 수출금융 등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를 엔화에 동조화시켜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잠재성장률 제고 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