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한국 ‘메르스’ 집단 발병 사태로 전세계 언론들의 이목이 한반도에 꽂히고 있다. 외신은 한국 정부의 ‘비밀주의’ 대응법이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외신들은 초기에는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빠른 확산세에 대한 단순보도를 하는데 그쳤다면 현재 홍콩, 중국 등의 인접 국가 언론들을 중심으로 부적절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한국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4일 보도를 통해 “한국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앞서 3일에도 “한국 정부의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 미숙이 세월호 이후 생겨난 한국 국민들 사이의 공포감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한국 당국, 메르스 사태 더 악화시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사스 전문가인 홍콩대학 미생물학자 호 팍릉은 “한국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다루는 방식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또한 “한국 방문객들은 성형외과에 가지 않는게 좋다”고 권고했다.

홍콩이 한국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대한 검진 및 방역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 홍콩 위생방호센터 렁팅훙 박사는 “한국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이와 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4일자 신문 1면에 "백신과 치료법이 없는 이 병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는 보도를 실었으며 일본 교도통신도 후생성 관리들을 인용해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한국과 정보 공유 약정이 있는데도 어떤 병원인지 알려주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내 에볼라 환자가 나왔을 때 환자의 동선과 병원을 상세히 보도했던 뉴욕타임스 등의 언론과 미국 정부의 대처와 비교하면서 현재 한국 정부는 의미없는 비밀주의로 국제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 당국은 애초 모든 메르스 발병 병원을 ⓐ∼ⓕ 등 기호로만 표기하는 등 철저히 함구해 오다 5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고 확산 진원지로 평택성모병원을 지목했다. 

메르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외신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이 것이 국가신인도 차원의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견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