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카카오의 만남은 성공일까? 아직 합병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현 시점에서 나름의 평가를 내린다면 당연히 실패다. 업계 일각에서 말하는 "다음에 카카오의 문화가 깃들기를 원했으나 카카오가 점령군이 되어 버렸다"라는 푸념까지 가지 않아도 당장의 성과를 보자. 지난 3월 폭풍처럼 몰아치던 위기론은 다소 잠잠해졌으나 눈길을 끌만한 인수합병이라는 이벤트가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땠을까.

그나마 카카오택시의 경쟁력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를 두고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기조가 퍼지고 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책적 오판을 무수히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다음카카오

이용자 무시, 디지털 난민은?
최근 다음카카오의 정책적 실패는 무수히 많다. 특히 이용자를 무시하고 무리한 사업재편에 나서는 대목은 결과를 넘어 심각한 위기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카카오게임샵이다. 게임사의 ‘탈(脫)카카오 러시’를 막기 위해 말 그대로 게임사를 위한 정책만 촘촘하게 나열했다.

게임사의 혜택을 늘리고 절차를 간소하게 만들어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이러한 로드맵에 이용자는 보이지 않는다. 굳이 플레이스토어 등을 통한 간편한 이용자 프로세스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은 상황의 문제이기 때문에 차치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이용자를 위한 유인책은 존재해야 했다. 결국 지금 당장 생존하기 위해 이용자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게임사들 다독이기에만 나섰다는 비판이다.

▲ 출처=다음카카오

하지만 이 지점은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넘어간다고 해도, 선택과 집중으로 포장된 일련의 정책은 한심한 수준이다. 최근 다음카카오는 음악 서비스, 영화 서비스, 카카오픽, 마이피플, 키즈짱 , 클라우드 등의 종료계획을 발표하거나 이미 종료했으며 심지어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검색 상위 표시도 삭제하며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선택과 집중이다. 성장성이 없는 사업을 접고 다른 영역, 이를테면 O2O와 모바일같은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는 것 자체는 비난받을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전신 중 하나인 다음은 이메일 서비스를 통해 성장해왔다. 검색보다 자료의 저장과 공유, 인풋과 아웃풋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빼앗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비슷한 서비스를 모두 종료하는 지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국내 서비스를 접으려 하는가?"라는 푸념마저 나올 지경이다.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두 기업이 뭉치며 겹치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자신이 잘 하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인데 왜 그러지?"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적 행보에서 이용자를 위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문제와 더불어, 다음카카오가 지나친 도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음 클라우드 사업을 접으면 114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백업 프로그램 하나 던져주면 끝인가? 차라리 구글포토의 무시무시함에 질려서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변명이 어울릴 지경이다. 게다가 소비자를 유인해 생태계로 창출할 여지가 있는 서비스를 접은 배경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글로벌 전략에도 문제가 감지된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인도네시아 SNS인 패스를 인수했다. 시사하는 바가 많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톡만 고수하지 않겠다"는 다음카카오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패스 인수는 성공보다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생긴 패스는 원래 비즈니스용에 맞춰진 서비스였다. 그리고 망했다. 미국에서 실적부진이 이어지며 2013년 주요 경영진의 대규모 사퇴라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 저가 스마트폰이 빠르게 번지며 기사회생한 패스는 잠재력이 큰 현지에서 자리를 잡아가며 나름의 외연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무려 천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패스가 미국에서 망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저런 서비스를 진행하다가 다행히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잡았지만 의미있는 수익사업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불길하다. 인프라가 구축된 곳에서 수익을 거두기보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볼모지에서 이용자만 늘어날 뿐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업체를 인수해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전을 확인하고, 패스의 부족한 점을 다음카카오가 메워줄 여지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듣기좋은 해석은 현 단계에서 뜬구름잡는 이야기일 뿐이다.

여담이지만 다음카카오는 네이버의 라인보다 먼저 글로벌에 진출했었다. 2010년 3월 출시된 카카오톡은 그해 11월 영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태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어 서비스를 단행하며 외연을 넓혔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라인은 2011년 6월 일본에서 탄생한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톡을 압도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당시 카카오톡은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지화 정책은 커녕 사용자 경험도 건들지 못했지만, 라인은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바탕으로 해외 가입자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타겟을 기능이 아닌, 가입자로 집중시킨 라인의 승리배경이다.

다음카카오는 현지화 정책에 실패하자 아예 가능성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를 연결하는 적절한 시너지를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꼬리를 문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을 모른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소위 O2O를 기반으로 삼아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이 마저도 포털의 나열식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 및 카카오페이, 카카오톡으로 전기료 내는 방식을 자랑하기전, 그 철학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웹의 시대에는 포털이 주인공이었다. 포털은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전면에 거는 방법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방향을 적절히 콘트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는 다르다. 모바일 시대에는 포털이라는 나열식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앱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카카오는 O2O를 기반으로 삼아 이용자 중심의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해 성장동력을 잡아낸다는 복안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다음카카오에게 총망라된 로드맵은 전무해 보인다.

먼저 서비스의 방향성이다. 다음카카오는 교통을 기점으로 물류, 택배 등의 영역으로 진출하며 O2O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지만 그 타깃이 지나치게 좁다.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을 잡는 촘촘함으로만 따지면 현실가능성 문제는 차치해도 옐로모바일이 더 경쟁력 있어 보일 지경이다. 차라리 유통이라는 키워드를 잡아 아마존 모델로 나간다면 모르겠지만, 현재의 다음카카오가 아마존, 혹은 네이버처럼 거대한 키워드로 다양한 퍼즐을 맞춰가며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추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626억 원의 록앤롤 인수에 찬사만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결국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전략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연속되지 못한다.

패스트팔로워는 커녕, 모바일 시대를 잡아내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하는 지점도 문제다. 모바일 블로깅 플레인의 '데이터 광탈 사건'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항이기에 일단 차치한다고 해도 최근 서비스된 브런치는 완벽한 아류다. 글쓰기라는 타깃을 넓혀 약간의 사용자 경험을 탑재한 것을 제외하고는 네이버의 포스트와 다를 것이 없다.

결국 맹목적으로 모바일을 잡아내기 위해 플랫폼만 찍어내는 식이다. 사람들을 유인하고, 납득시키는 일에 나서기는 커녕 일단 판을 깔아주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판만 깔아주면 사람이 자동으로 모일까? 포털의 나열식 서비스가 강력했던 웹의 시대는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파편화된 모바일 앱의 시대다.

위기관리마저 엉망
현재의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묘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합병 당시부터 양사 직원들의 반목이 외부까지 새어나오더니, 심지어 카카오톡 사찰같은 거대한 이슈가 시작되던 합병 당일, 다음카카오 운영진은 문제의 심각성도 인지하지 못한체 서로의 이름을 한가롭게 영어로 부르며 모바일 라이프만 부르짖었다.

당시 합병 기자회견장에서 카카오톡 사찰에 대한 지적이 나왔을 때 이석우 대표는 "오해가 많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함까지 느껴지는 지점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서비스가 암호화 되어 있는지, 되어 있지 않은지도 몰랐던 뉘앙스를 풍겼던 대목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카카오의 총체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록앤롤을 인수해 스타트업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찬사와 패스를 인수해 글로벌로 나간다는 주장이 이러한 위기론을 잠재울 수 없다.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ICT 전문가들이 총집결한 다음카카오에서 왜 이런 헛발질을 연발할까? 다음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경쟁력을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구글에게 모바일 검색 2위 자리를 꽤 오랫동안 빼앗기고 있어 실제적인 모바일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많이 달리지만 일단 차치한다고 해도, 왜 제대로 된 정책적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까?

일각에서는 김범수 의장을 지목하기도 한다. 케이큐브벤처스의 다음카카오 자회사 편입 당시부터 일가족 요직 앉히기 의혹이 제기되며 국내 대기업의 고질적인 폐혜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대목은 실체가 없다는 반론이 있으니 무시한다고 치자. 케이큐브벤처스 인수가격은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슬쩍 넘어간다고 치자.

하지만 기사회생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마인드 프리즘 사태에서 보여준 김범수 의장의 위기관리 능력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 벌어지는 다음카카오의 선택과 집중에서 김범수 의장의 편애를 받는 서비스만 유독 강한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고약한 음모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징적 의미에서 김범수 의장의 상황판단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음카카오는 국내에 필요한 기업이다. 새로운 ICT 발전을 위해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존재의미가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위기론은 분명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위기론은 없으며, 다음카카오는 훌륭하게 잘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글을 접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이벤트에서 다음카카오의 행보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다음카카오는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