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올해로 흡연경력 13년의 헤비스모커이다. 연초마다 금연을 결심하지만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일쑤다. 올해 초에는 담뱃값이 오르면서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연일 들리는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에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김 모씨는 1개월 전부터 다시 기존의 궐련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흡연자의 수는 12억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년간 금연 성공률은 10명 중 1명(13.4%)에 불과하다. 금연에 실패한 대다수의 흡연가들은 금연 실패 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떠안고 또 다시 담배를 머금게 된다. 금연의 날을 맞아 건강을 위한 금연의 다른 대안은 없을지 알아본다.

 

금연시도자 대부분 실패, 흡연자 절반 이상 ‘암 걸려도 담배 못 끊는다’
흔히 담배를 기호품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흡연자에게 담배는 그저 즐기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피우게 되는 중독물이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쾌락과 관련된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농도가 낮아져 각종 금단증상 즉 신경 과민, 현기증, 우울증, 집중력 감소, 두통, 불면증 등이 발생해 다시 니코틴을 찾게 된다.

흡연자의 니코틴 중독은 비흡연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 흡연자에 따르면 한 번 담배를 입에 대면 금연을 해도 흡연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평생 흡연의 욕구를 참고 견뎌야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암 환자 6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국내 암환자의 절반 이상(53%)이 암 진단을 받고도 담배를 계속해서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의 목표는 흡연자의 ‘건강’, 끊을 수 없다면 건강을 위한 다른 대안은?
담뱃값 인상, 금연구역 확대, 금연 치료 지원 등 등 정부의 현 금연 정책은 금연이 흡연자의 건강을 위한 방법이라는 전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금연해야 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끊을 수 없는 흡연자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속적인 금연 시도에도 번번히 실패하는 흡연자, 이미 니코틴에 심각하게 중독되어 금단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 금연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흡연자 등에게 금연은 그저 이상적인 얘기일 뿐,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일부 흡연자 사이에서는 금연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 흡연자들의 흡연할 권리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뜨거운 감자’ 전자담배, 유효성·안전성 논란에도 차선책이 될 수 있는가? 
올해 초 담뱃값 인상 이후 일반 궐련담배(연초담배)의 대안으로 물 담배, 씹는 담배, 머금는 담배 등이 주목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전자담배다. 전자담배는 2003년 개발되어 2007년 영국에서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역사가 짧은 만큼 안전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명확한 규제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의 97%가 ‘전자담배가 해롭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57.6%는 ‘금연효과가 없다’고 응답했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미국의 시사잡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니코틴 액상을 가열해 수증기로 만들기 때문에 연초담배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성분에 비해 독성물질이 적으며, 이러한 이유로 독성학자들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95% 이상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전자담배 역시 담배의 일종이기 때문에 유해물질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그 양이 일반담배보다 극히 적다는 것이다. 내셔널 리뷰는 전자담배에서 일반 궐련 담배보다 높은 수준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었다는 논란에 대해 실제로 전자담배를 사용할 때 올라가는 전압의 수준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함께 소개했다.

이러한 근거로 금연을 할 수 없거나 원치 않는 흡연자에게 전자담배는 담배의 유해성을 조금이라도 줄인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미국보건학회(American Association of Public Health)는 전자담배를 위험 경감 관점에서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에게 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금연에 지속적으로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부 흡연자를 위해서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의 유해성을 조금이라도 낮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일 아침부터 당장 금연하여 담배로 인한 유해성을 한 번에 끊어버릴 수 없다면, 담배로 인한 위험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현실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보건의료전문가들은 국가적으로도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