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해오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은 많은 후과(後果)를 가져온다. 대표적인 것이 전쟁일 터이고, 이보다 더 무서운 결과는 환경 파괴에서 나올 것이다. 지구촌 어디 가나 사람이 있다면 집과 자동차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인간이 만든 공산품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 중 하나가 자동차다. 하지만 편리한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는 대기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인류는 여전히 잘못된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자동차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록을 보면 1910년 미국에 등록된 전기차 숫자는 무려 3만4000대에 이른다. 전기차가 대중적인 자동차로 자리 잡을 무렵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전기차를 버리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힘이 달리고 배터리가 비싼 것이 이유라지만 결국 정치와 이권의 문제였다.

최근 반가운 통계 지표가 있다. 독일 ZWC 태양에너지 및 수소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등록된 전 세계 전기차가 74만대를 돌파했다. 2013년 대비 76% 증가한 수치다. 미국이 29만대를 추가 등록하면서 전체 전기차 등록 대수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판매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11만대)과 중국(5만4000대)이 뒤쫓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부는 전기차 열풍은 그만큼 자동차로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이자 자동차 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오는 2020년 전기차 점유율을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3%로 각각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2020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를 1억대로 예상하고 있다. 3%로 잡아도 300만대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한국은 전체 전기차 등록 대수가 3000대에 불과하다. 세계 5번째 완성차 생산국이자 등록대수 2000만대를 돌파한 세계 15번째 국가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다.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주요 국가나 도시들이 전기 보급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세우고 닛산과 테슬라, 미쓰비시 등 해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국내에는 아직 전기자동차 전용 모델조차 없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지난해 국내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순수 전기차 전용 모델은 BMW i3가 유일하다. BMW는 독일 디젤엔진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국내 수입차 열풍을 불러온 당사자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다.

순수 전기 자동차 BMW i3를 타고 1박 2일 서울 도심을 누볐다. BMW i3는 1회 충전으로 최대 132㎞까지 주행할 수 있다. 완충된 차를 받고 에어컨을 작동하니 주행 가능 거리가 100㎞ 정도로 줄어든다. 시승차를 인도받은 명동역 인근 BMW 코리아 본사부터 기자가 사는 성북구 길음동까지 거리는 불과 8㎞다. 길음동에서 안국역 회사를 거쳐 급속 충전소가 있는 이마트 성수점까지는 19㎞, 여기서 사진 촬영을 위해 이동한 여의도는 20㎞, 다시 차량 반납을 위해 명동역까지 12㎞, 이틀 동안 평소보다 많은 거리인 돌았지만 60㎞ 정도다. 주행거리 100㎞는 용인 시민이 서울 시내로 매일 출퇴근하는 왕복 거리 정도다. 1회 완충 시 필요한 비용은 1330원으로 대중교통 비용의 절반도 못 미친다. (서울-용인 간 광역버스 편도 비용은 2000원이다.)

실내외 디자인은 미래 어디선가 툭 튀어 나온 그런 느낌이다. BMW 디자인 통일성은 유지하면서 곳곳에 친환경차 i를 강조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는 전기이니 그 자리에 콩팥(키드니) 모양 테두리를 둘렀고 커다란 바퀴와 아담한 사이즈, 투톤 칼라는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천연섬유와 천연가죽, 원목, 양모, 그리고 재생 가능한 소재들로 조합하는 등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주행 느낌은 가볍고 정숙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내려놓으면 저절로 브레이크가 잡히는 ‘원 페달’ 방식으로 정지 시에는 두 발 모두 자유롭다. 내연기관차가 아니니 출발할 때는 머리가 뒤로 젖혀질 만큼 치고 나가는 성능은 탁월하다.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주행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며 특히 ‘에코 플러스’를 선택하면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으며 속도도 90㎞/h로 제한된다.

BMW i3는 후륜 구동에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m이며,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7.2초에 도달하며 가격은 5800만~6900만원으로 보조금을 빼고도 BMW 차종 가운데 싼 편에 속하지만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번 시승을 통해 전기차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과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확신이 들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기차 보급의 두 가지 반대 요소가 작용한다. 하나는 배터리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고 충전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환경 파괴에 따른 인류가 지불해야 할 가치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전기차 BMW i3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전기차는 힘이 약하다?

- 아니다. 실제로 주행해보니 정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토크감은 내연기관차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다. 마치 진공청소기를 전원을 켜자마자 모터가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무겁다?

-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100㎏ 이상 나가지만 BMW i3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전기차 전용모델로 설계되고 경량 소재를 대거 착용해 1300㎏에 불과하다. 이는 동급 전기차 대비 200㎏ 정도 가벼운 것이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중간에 갑자기 멈추게 된다?

- 전기차 1회 충전으로 평균 1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단번에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터리 상태와 주행 가능거리는 계기판을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방전에 따른 공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충전할 곳이 많지 않다?

- 아직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만큼 많지 않다. 다만 전기차 구입 시 보급받는 완속충전기로도 충전할 수 있고, 가정용 콘센트로도 충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충전에 따른 불편함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출퇴근 정도는 전기에 대한 아무런 저항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안전 문제는 없는가?

-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는 국내 LG화학과 삼성SDI가 세계 1~2위를 다툴 만큼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이들 기업은 폭발방지 기능과 안전성강화분리막 등 다양한 안전 기능을 경쟁하며 중대형 2차전지는 아직 이렇다 할 사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기차는 비싸다?

- 맞다. 현재로써는 그렇다. 하지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최대 2000만원 가량 할인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차량 가격의 5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으로 갈수록 낮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