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는 건강식품 회사인데요. 골치 아픈 큰일이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 정부 규제기관이 조사 목적으로 원료를 거둬 갔고요. 조금 있으면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사내에서는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상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요. 자발적 리콜 같은 조치도 고려해보아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결정된 건 아니고요. 근데 자발적 리콜이라고 하면서 보도자료도 내고 홈페이지에 팝업도 올리며 시끄럽게 떠들 필요까지 있을까요?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서 ‘무조건’, ‘예외 없이’, ‘당연히’라는 가이드라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CEO를 비롯해 핵심 임원진들과 주요 주주들이 고심해 결정한 문제일 뿐이죠. 물론 그런 결정의 근간에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의식 등이 깔려 있겠지요.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인지하고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는 경우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해당 문제 사실을 자사가 먼저 확인했느냐, 아니면 제3자인 규제기관이나 소비자 단체 등이 먼저 발견했는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조금 나뉩니다.

회사 스스로 품질을 검사하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바로 시정합니다. 이를 대대적으로 바깥으로 알리는 행동은 대체로 하지 않지요. 물론 아주 심각한 위해성이 발견된다면 이는 일부 신고 의무나 책임들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개선이나 방지 차원에서 수면 하에 회사에 의해 마무리되곤 합니다.

크게 심각하지 않은 문제나 위해성이라도 발견했을 때 회사가 바로 리콜을 선언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로서 ‘자발적 리콜’이라고 봅니다. 상당히 드물지만 훌륭한 소비자 철학과 품질 기준을 지닌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선언하고 내외부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큰 의미에서 사전적 위기관리라고도 볼 수 있는 아주 존경스러운 행동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외부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적발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조사를 진행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식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 적발 사실을 공표하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문제가 공표되는 순간이지요. 회사가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이때부터 벌어집니다.

일단 공표된 제품의 문제는 소비자들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판매가 바로 곤두박질칩니다. 상당 기간 팔리지 않지요. 유통채널에서는 어떻습니까? 문제의 제품을 더 이상 진열 판매하지 않으려 합니다. 재고 처리를 하고 선반에서 모든 문제 제품을 끌어내 창고에 쌓아 놓지요. 회사는 수많은 재고를 수거해 소각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회사들은 ‘자발적 리콜’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카드를 꺼내듭니다.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리콜하겠다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 전략에는 ‘어차피 팔리지 않고 재고를 수거 소각해야 하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비자 철학이나 사회적 책임 이미지라도 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품질 및 대관 이슈가 홍보 이슈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우 ‘자발적 리콜’이라는 자사의 방침을 떠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 언론에서 받는 공격(?)에 대한 방어의 의미로도 생각하기 때문이죠. 크게 떠들어서 자사의 이미지를 그나마 지키는 것이 차후를 대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부 소규모 회사 같은 경우에는 좀 다릅니다.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에서 적발 사실을 공표했지만, 언론에서 그렇게 규모 있게 다루지 않는 경우죠. 이럴 때 소규모 회사의 경우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지 않곤 합니다. 내부적으로 ‘알려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죠.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지속 가능 하려면 이런 전략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진정한 철학과 책임 의식을 가진 기업이라면,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조사를 시작했을 때라도 신속 정확하게 문제 유무를 판단하고 의사결정 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다면서 제3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자발적 리콜’을 보통의 커뮤니케이션 이슈로만 보면 안 됩니다. 그것은 철학과 책임에 대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