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단순한 진리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페이스북이라는 훌륭한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하는 것 같지만 당신의 데이터와 정보는 기업들에게 제공되어 페이스북의 이윤이 되고, 구글의 구글포토는 당신에게 평생동안 무료로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구글은 딥러닝의 가능성을 가져갈 여지가 있다. 최소한 냉정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유없는 선의는 없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뉴스제휴라는 권력을 내려놓았다. 다양한 원인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포털입장에서 정치편향성 시비에 휘말리는 뉴스제휴심사라는 ‘계륵’을 처리하기 위해 화두를 언론계로 돌렸다는 말도 나오며, 누군가의 압력에 울며 겨자먹기로 권력을 이양했다는 말도 있다. 물론 공식발표에서 나왔듯이 언론의 투명한 미래와 발전적 비전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을 수 있다.

▲ 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하지만 명확한 것은,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플랫폼 사업자의 필연적 운명에 힘입어, 여론의 파급력 측면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지게 된 포털이 그 권력을 언론계에 다시 돌려줬다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히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대목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 시대를 관통하며 콘텐츠 주도권을 상실한 언론이 SNS라는 기회를 맞아 또 한번 기회를 노리는 순간, 페이스북에 반격을 당하고 휘청이던 바로 그 순간 거짓말처럼 언론이 포털로부터 권한을 받아낸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기술과 트랜드의 흐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지극히 정치공학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결론적으로, 포털은 뉴스권련을 언론에 이양하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구사하게 된 셈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뉴스평가 권력’을 언론에게 나눠줄테니, 너희가 알아서 해라”라는 식이다. 실제로 28일 기자회견에서 포털은 “평가위원회에 포털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실 이번 ‘결단’의 대의명분은 소위 어뷰징 및 사이비 언론의 존재였다. 앞으로 꾸려질 준비위원회와 평가위원회도 포털이 권력을 놓으며 설정한 가이드라인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힘의 균형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털이 놓아버린 권력을 대형 언론사가 휘어잡는 상황을 경계하는 셈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최초 포털이 뉴스권력을 놓기 위해 다양한 언론계와 접촉했을 무렵,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다. 신문협회는 말 그대로 전통의 강호들이고 온라인신문협회는 그 전통의 강호들이 온라인 특화용으로 만든 언론사들의 협회이기 때문이다. 대형 언론사 입장에서 콘텐츠 주도권을 가져간 포털이 해당 권력을 나눠준다면 바랄 것이 없는데, 왜 미온적이었을까?

간단하다. 포털과의 전재료 협상 등 지금까지 포털과 언론의 신경전에서 언론계 대표로 나섰던 것이 바로 신문협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털이 천명한대로 ‘다양한 언론계로 평가위원회’를 만들면 그들의 발언은 순식간에 1에서 N/1이 되어버린다. 물론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로 대표되는 이들이 평가위원회에 참여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지만, 일단 초반에 이러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점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권력의지다. 대형 언론사들은 강력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고, 콘텐츠의 플랫폼 종속성 약화라는, 숙원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며 거대한 벽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그 권력이 ‘무방비상태의 필드’에 풀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주로 중소 인터넷 언론으로 만들어진 인터넷신문협회가 포털의 제안에 ‘적극 환영’을 했던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생생해진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일단 상황이 벌어진 이상 대형 언론사들은 무조건 협회를 전면에 내세워 포털이 놓아버린 권력의 중심으로 진격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내부 권력다툼이다. 포털의 제안에 ‘적극 환영’했던 인터넷신문협회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대형 언론사와 신생 인터넷 매체가 평가위원회 설립을 두고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은 명약관화다.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시민단체가 들어오고, 정부가 들어온다면? 아니면 들어오지 못한다면? 또 ‘감 떨어진 분위기’를 연출하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지상파의 방송협회가 정신을 차리고 전사적으로 뛰어든다면?

여기서 지극히 단순한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이야기는 또 다른 변곡점을 그릴 전망이다. 대형 언론사 입장에서 온라인 시대를 맞아 자신들의 ‘파이’를 갉아먹는 군소 온라인 매체가 곱게 보일리 없다. 이러한 대립의 연장선상에서 양측의 전면전이 발생하면 이미 기득권을 가진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매카시즘과 비슷하다. “어뷰징과 사이비 언론을 몰아내자!”는 구호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가진 중소 매체를 몰아붙일 수 있다. 자신들이야말로 어뷰징과 협박성 광고영업의 멍에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의 경제를 움직여 각개격파에 들어간다면,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평가위원회 인원 반영에 반영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포털은 여기까지 계산에 넣었을 확률이 높다. ‘어뷰징과 사이비 언론’이라는 악습을 만드는데 포털이 일조한 것이 명확한 상태에서, 실시간 검색어와 같은 강력한 여론주도 디바이스를 놓지 않은 부분도 심상치 않다. 자신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가져가고 놓을 수 있는 서비스는 놓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네이버의 경우 뉴스검색 클러스터링으로 비밀스러운 노출빈도를 좌우하며 사실상 대형 언론사의 편에 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되묻고 싶다. 과연 포털은, 언론계가 뉴스평가라는 권력을 부여받으면 언론의 투명한 미래와 발전적 비전을 위해 착착 움직일 것이라고 정말 생각했는가? 이 시나리오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포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