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호산여성병원

아기를 막 낳았거나, 낳기에 앞서 엄마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모유수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2년 이상 아기가 원할 때까지 모유수유를 시행하라고 권고한다. 그만큼 모유는 아기를 위한 최고의 밥상이다.

하지만 처음 출산하는 산모에게 모유수유는 쉽지 않다. 출산 전 모유수유의 기본에 대해 배우면 모유수유가 훨씬 쉬워질 수 있다.

모유는 아기를 낳은 모체의 젖샘인 유선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아기의 음식이다. 생후 6개월까지 아이는 오롯이 엄마 젖만 먹고도 성장할 수 있다.

젖만 먹는데도 몸무게가 늘고 키가 자라며 두뇌가 발달한다. 엄마는 임신 3개월이 지나면 프로탁틴·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성장호르몬 등 여성호르몬의 상호작용으로 유방 내 유관과 유선생성세포가 증식해 가슴이 커지고 젖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따라서 출산 전부터 음식관리에 나서는 게 좋다.

고현주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모유는 엄마의 혈액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엄마의 임신 중 건강상태는 모유수유에 큰 영향을 준다”며 “예컨대 임신 중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지 않은 산모는 초유 분비가 더뎌질 수 있고, 임신 중에 피자·치킨 등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산모는 모유가 악영향을 받아 동맥경화처럼 유선이 막히기 쉽다”고 밝혔다.

모유는 아이에게 영양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으로 섭취할 수 없는 면역력을 물려줘 평생 건강의 밑거름이 된다.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면역글로불린·락토페린 등 면역증진물질과 오메가3 지방산처럼 두뇌발달을 돕는 영양소까지 함유돼 있다.

모유수유를 한 아이가 병치레가 적고 설사와 호흡기 감염, 뇌수막염 등에 걸릴 확률이 적은 이유다.

모유수유는 엄마에게도 긍정적이다. 출산 후 몸의 회복을 빠르게 돕고, 수유기간 동안 피임이 된다. 모유수유를 통해 체중이 조절되며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예방된다는 연구도 있다.

간혹 조기출산 한 산모 중에는 모유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고 원장은 “임신 중후반부터 젖이 생성되기 때문에 조기출산을 하더라도 초유를 먹일 수 있다”며 “생후 6개월이 되면 영양분이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모유의 성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모유수유를 위해서는 출산 후 첫 한 시간 내에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 이때 아기가 젖을 빨아야 유방이 활동하게 된다. 출생 직후 아기를 엄마의 가슴에 올려놓으면 아기는 유방에 접촉하고 유두를 자극한다. 엄마의 옥시토신 분비가 시작되고 젖양이 분비되며 엄마의 모성을 자극시킨다. 아기가 냄새를 맡고 유두에 입을 대고 빨기 시작한다.

고현주 원장은 “모유는 시간대를 정하고 먹이기보다 아기가 원할 때마다 주는 게 좋다”며 “이때 아기에게 엄마 젖 외에 고무젖꼭지 등 다른 것을 물리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한번 고무젖꼭지를 물려도 유두와 혼동해 엄마 젖꼭지를 거부할 수 있다. 무젖꼭지가 있는 젖병 대신 수유컵이나 스푼 젖병을 이용해 모유를 먹여야 한다. 수유 후 남은 젖은 아기가 먹는 만큼 모유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남은 젖은 그냥 두는 게 좋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 모유는 직장에서 직접 짜서 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한 뒤, 집에 돌아와 다시 냉장·냉동 보관하면 된다. 밤에는 직접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며 다음날 출근할 때는 짜놓은 모유를 먹인다. 모유는 냉장실에는 3일, 냉동실에는 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냉동보관 대신 냉장보관을 해야 모유의 면역성분이 잘 보존된다. 최대 8일 정도 보관해도 되지만 가능한 한 72시간 이상 보관하지 않는다. 갓 짜낸 모유를 24시간 이내에 아이에게 먹이지 않을 때에는 냉장 보관하면 된다.

모유는 3~6개월 정도 냉동 보관할 수 있지만 모유를 냉동하면 모유의 지방 성분이 서서히 분해돼 가급적 3개월 이내에 먹여야 한다. 모유는 얼면 부피가 커지므로 용기에 담을 때는 4분의 3 정도만 채운다. 한번 얼었다가 녹은 모유는 다시 냉동하지 않으며 반드시 냉장보관 해야 한다.

얼려둔 모유를 녹일 때는 절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해동하면 안된다. 아이가 먹기 20~30분 전 따뜻한 물에 담가 미지근할 때 먹이는 게 좋다. 이때 그릇 안에 담긴 물이 뚜껑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해동한 모유는 상온에 두지 말고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간혹 모유수유 중 체중을 줄이려고 심한 운동에 나서면 젖산이 과도하게 분비돼 아기가 젖을 잘 먹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아기가 거부할 정도로 젖산이 분비되려면 운동선수 정도로 운동해야 한다. 오히려 하루에 1~2시간 산책하면 엄마의 건강과 모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꾸준히 운동하고 고른 식습관을 유지하며 하루 500㎉정도 음식을 더 섭취하는 게 좋다.

산모가 완모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약물 복용이다. 모유수유 중 감기에 걸리면 엄마들은 덜컥 겁부터 먹는다.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모유를 먹는 아이에게 괜찮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되는 약물은 엄마가 섭취한 용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감기약 대부분은 수유 중에도 복용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와 항히스타민제는 모유로 아주 미량만 전해지므로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콧물약 속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제는 수유하는 엄마와 아이에게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엄마가 감기 증상을 보인다면 아이도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로, 아이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수유를 중단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수유해 모유의 면역성분을 전달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약물은 대부분 소화기관에 흡수되고 간에서 분해돼 대소변으로 배설된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한 약물이라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의 수면 상태나 몸의 컨디션에 변화가 있는지 세심히 관찰하고 꼭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웬만하면 약을 복용하지 않고 증상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가령 코가 막힐 때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근육통이 있다면 마사지를 받는 등 대체요법을 찾아본다. 약물 복용이 불가피 하다면 의사에게 수유 사실을 알려 가능한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처방받는 게 좋다.

약을 처방받은 수유부는 가능하면 수유 직후에 복용하거나 아기가 긴 잠을 자기 전 수유 후 먹으면 모유 내 약물축적을 최소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