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폭발했다. 지난 10월 시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핵심취지는 가계통신비 절감이다. 소비자를 위한 법인 셈이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반발했다.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느끼는 소비자가 다수였다. 정부의 예상시나리오가 빗나간 것이다.

시행 8개월이 지났다. 지금도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를 살피면 단통법 여론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단통법 이전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현재 보급형 제품 가격이 더 비싸다.” 단통법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많은 소비자가 ‘단통법 때문에 휴대전화가 비싸졌다’고 인식하는 상황이다. 숫자가 말하는 진실이 무엇이든 말이다. 때문에 휴대전화 유통대리점이 한산해졌다. 이동통신 불황이 닥치자 줄줄이 폐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 발표대로 가계통신비가 줄었을지는 몰라도 시장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만 화살을 맞진 않았다. “단통법 시행으로 가장 이득을 본 건 통신사”, “정부와 통신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주장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통신사는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몇몇 소비자들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왜 피해의식을 느낄까. 단통법은 보조금 지급 액수나 규모 등을 투명하게 해 소비자 피해를 막자는 취지다. 그런데 보조금 하향평준화를 불러 그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단통법 효과로 업계가 제품·서비스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인상적인 인하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최근 한 칼럼에서 단통법이 “재래시장 가격과 백화점 가격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래시장에서도 백화점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하라고 정부가 강요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신뢰가 무너졌다. 소비자 다수가 정부나 통신사가 관련 자료나 서비스를 발표하면 무조건적으로 반감을 표하는 상황이 됐다. 일례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국내 통신비가 OECD 평균에 비해 저렴하다고 강조하며, 단통법 효과를 거론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많은 비난 댓글이 달렸다. “보조금을 낮춰서 단말기 구입 부담을 높였으니 소비자가 요금제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일견 타당한 지적도 있었다.

통신사도 뭇매를 맞았다. 최근 3사가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하자 “소비자를 속여 배를 불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랐다. 소비자들은 통신3사가 데이터 요금제 출시로 금전적 이득을 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데이터 요금제는 출시 3주 만에 100만 가입자를 유치했다.

중요한 것은 ‘이득인가, 아닌가?’라는 진실공방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여론 자체가 통신사에게 좋을 게 없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통신3사가 단통법 수혜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그들에게 단통법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시장 냉각이 지속된다는 것은 불안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과도한 피해의식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은 사실 대부분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며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주로 빠르게 정보를 취득해 싸게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던 소수의 ‘얼리어답터’들”이라고 지적했다. 부정적 여론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