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벨이라는 기업이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은 아니지만 아는 기업은 잘 아는 ‘개인화 마케팅 B2B 기업’이다. 옐로모바일의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 속해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옐로모바일의 손자회사며, 자연스럽게 그 존재감을 강렬하게 떨치고 있는 기술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모바일 앱 솔루션 회사인 루켓을 인수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레코벨의 박성혁 대표를 만났다.

▲ 노연주 이코노믹리뷰 기자

레코벨은?

박성혁 대표가 이끌고 있는 레코벨은 인터넷쇼핑몰 및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다. 파트너에는 대형 유통회사부터 다양한 회사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신세계, GS샵, 이마트, 교보문고, 그리고 같은 ‘옐로패밀리’에 속해 있는 쿠차도 있다.

그렇다면 개인화 마케팅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아 개인, 즉 고객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기업활동에 유리한 지점을 찾아내는 솔루션이다. 박 대표는 “특정 전자상거래 홈페이지에 100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가정하면, 여기서 95명은 실제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나가버린다. 실제로 그렇지 않나. 쇼핑하러 사이트에 들어왔지만 물건만 구경하고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넣어도 보지만 이 모든 것들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실제 구매활동을 벌이는 고객을 포함해 벌이지 않는 고객들도 노린다. 100명 중 놓치게 되는 95명의 일부만 잡아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성공이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고객들에게 특화된 개인화 마케팅을 전자동으로 제공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기존고객'은 물론 ‘누수고객’을 개인화 마케팅으로 유혹하는 기술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박 대표는 “고객의 성별과 연령, 과거 쇼핑구매 이력을 방대하게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분석을 실시한다. 이후 해당 고객이 사이트에 들어와 구경한 물건과 그 외 보여주는 다양한 패턴을 계산해 특화된 마케팅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라는 30대 여성고객은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아 사이트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경했다. A는 B사의 향수를 특히 좋아하고 C스타일의 제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A가 사이트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B사의 C스타일 향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세인 빅데이터 기술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지점에 이르러 박 대표는 레코벨의 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박 대표는 “개인화 마케팅을 수작업이 아닌,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해 일종의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커다란 성과”라고 강조했다. 개인화 마케팅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하면 실제 일을 하는 사람은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박 대표는 “B2B 사업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레코벨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지만, 사실 대중은 우리의 파트너를 통해 레코벨을 수시로 만난다고 볼 수 있다. 그 숫자는 1000만 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가 업계 1등”이라며 “개인화 마케팅 자체가 블루오션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창업한 이후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B테스트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AB테스트는 말 그대로 실험군 대조다. 레코벨의 솔루션이 탑재되기 전과 후를 비교해 살펴본다는 뜻인데, 그 결과가 고무적이었다는 것.

박 대표는 “A는 기존 기업이 거둔 수익이고 B는 우리의 솔루션이 탑재된 이후 거둔 수익이다. 둘 사이의 격차를 델타값이라고 부르는데 AB테스트 결과 상당한 초과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델타값을 기업에 제시하면 이후로는 일사천리다”고 밝혔다.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레코벨의 솔루션을 사용해 당장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기업이 왜 가만히 있겠는가.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레코벨은 솔루션을 제공하며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익은 어디서 거둘까? 바로 델타값, 초과 영업이익에서 수수료를 받는 개념이다. 박 대표는 “기술력으로 매출을 더 뽑아주는 개념이다. 우리의 기조는 한결같다. 솔루션은 공짜, 수수료는 초과 영업이익에서 받는다”고 말했다. 솔루션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솔루션 자체로 돈을 받는 것 보다 초과 영업이익 수수료가 이윤창출에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 자체로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박 대표의 자랑. “창업 초기 아모레퍼시픽과 일했을 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매출 1조5000억 원 기업에게 단숨에 3%의 추가매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생각 하나. 박 대표의 말대로라면 개인화 마케팅은 그 자체로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분명 불안요소도 있다. 느끼기에 따라 누군가 내 성향을 모조리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편리하겠지만, 그 자체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지 않을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고질적인 ‘시비거리’가 오버랩된다.

여기에는 박 대표도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관련 법규를 100% 지키고 있으며, 고객이 불쾌감을 느낄 수준의 마케팅은 아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 노연주 이코노믹리뷰 기자

개인화 솔루션 + ‘알파’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레코벨은 개인화 마케팅이라는 기본적인 경쟁력에 모바일 앱 솔루션 회사 루켓을 인수하며 새로운 신형엔진을 추가로 장착했다. 루켓은 박 대표의 카이스트 후배인 김성호 대표(현 레코벨 본부장)가 이끌던 기업이다. 이유가 뭘까?

박 대표는 ‘결혼’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 대표는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자동화 솔루션이다. 개인화 마케팅을 정교하제 지원하는 일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루켓을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인수 당시 우리는 프리미엄 파트너 20개사와 관계를 맺었고, 루켓은 약 100여 개사와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루켓은 더욱 수준높은 자동화 공정을 실시하더라. 루켓은 자동화, 우리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화 마케팅이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었다. 합병의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했다.

여기서 루켓의 역할이 궁금하다.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박 대표는 “개인화 마케팅으로 자동화를 추구하는 우리가 기본적인 골격을 잡고, 루켓의 푸시 메시지 기술 등으로 또 한번 고객을 잡아내는 셈이다”고 말했다. 결국 개인화 마케팅의 강화로 해석된다. 뛰어난 기술로 고객을 잡아내고, 능동적으로 고객을 불러오는 지점에서 루켓의 경쟁력이 발휘된다는 뜻이다.

▲ 노연주 이코노믹리뷰 기자

박성혁 대표, 그리고 레코벨의 길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 하는 박 대표를 보면, 마치 창업이 그의 운명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의외로 박 대표는 “창업에 관심이 없었다. 교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극적이다. 이야기는 인생의 전환점을 고려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표는 카이스트 박사과정 후 유학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사이에 전공인 데이터 분석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롯데백화점과 인연을 맺었다. 롯데백화점 사이트에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이탈방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이트에 찾아오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신호등 체계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고객은 3개월마다 사이트에 왔기 때문에 오늘 당장 오지 않아도 문제는 없으니 노란불, 하지만 B라는 고객은 1개월마다 사이트에 왔기 때문에 한 달이 되는 오늘 오지 않으면 빨간불’로 체크하는 방식이다.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롯데 마포교육장에서 임직원들 대상으로 교육까지 했다고 한다. 레코벨 비긴즈인 셈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본인이 진짜 창업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인으로부터 서울대학교 독서동아리 멤버들이 만든 전자책 리디북스 사람들을 소개받았는데 박 대표의 재능을 알아본 리디북스에서 시스템 분석 및 고도화 작업을 부탁했다고 한다. 일종의 컨설팅 개념도 포함된 일이었다.

이후 박 대표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에 몸을 담으면서도 낮에는 학업을, 밤에는 리디북스 업무를 하며 점점 창업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말했다. “시차를 고려하면 미국에서 밤에 일하는 것이 딱 맞았다. 그 시각 한국은 낮이었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싸이월드 창업자 이동형 씨였다. 평소 이 창업자와 인연이 있었던 박 대표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의 노비제도를 두고 말도 않되는 체계라고 말하는 것처럼, 앞으로 200년 후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를 두고 미래 사람들은 말도 않되는 체계라고 말할 것이다. 결국 모두가 창업자고 모두가 기업인 세상이 온다. 스타트업에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다”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 이야기

2013년 2월 25일 레코벨은 옐로모바일의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 합류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모델에 대한 극단의 평가가 오가는 상황에서 잘 나가는 레코벨과 박 대표가 선뜻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일까? 이에 박 대표는 “시너지, 그리고 글로벌”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실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 합류 당시 다른 곳과 대규모 투자유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IR도 하면서 나름 성과를 거두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을 만났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합류결정을 내렸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일단 회사를 인수해도 기업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려주고, 경영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너지였다. 박 대표는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 옐로모바일에 속해있는 기업들이 융합하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여행박사와 협력하고 쿠챠와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데, 상상해 보라. 다양한 스타트업이 각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솔루션 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 대표의 결심을 굳힌 배경에는 글로벌이라는 화두도 있다. 이 지점에서 박 대표의 말이 재미있다. 그는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이 인도네이사 광고사인 애드플러스를 인수했다. 아시아 넘버원을 위한 의미있는 행보다. 그리고 레코벨은 이미 상당한 수혜를 입었다”며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 합류하기 전부터 글로벌을 노렸고,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을 원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하지만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은 달랐다. 최근 인도네시아에 갔는데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서 현지 기업 리스트를 모두 뽑아 주더라. 원하는 기업이 있으면 당장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했다. 만약 레코벨 단독이었으면 가능한 일일까? 현지파악만 수 년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드플러스를 인수한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이었기에 우리는 몇 분만에 기업을 파악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다. 글로벌로 가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에 감사한다. 물론 인수가도 적절했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평범한 기업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이대로 순조롭게 단독으로 운영했다면 그런저런 기업으로 남았겠지. 그것이 끝이다. 하지만 시너지와 글로벌의 길이 주어졌다면 당장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노연주 이코노믹리뷰 기자

마지막 우려, 그리고 비전

박 대표의 말은 희망 그 자체다. 하지만 옐로모바일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극명한 편이다.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모바일에만 의지한 비즈니스 모델은 그 자체로 취약성을 가지고, 조직의 부실함이 극적으로 발견되면 나머지는 허망하게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박 대표의 말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직 옐로모바일은 시험을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애드플러스 인수로 동남아시아, 그것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단숨에 장악할 수 없는 것처럼.

다만 박 대표는 이 지점에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박 대표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는 “위험이 있고 기회가 있다. 나와 레코벨은 이 지점에서 위기를 의식하며 기회를 향해 나가기로 했다. 모바일이 있기에 O2O가 존재하고, 더 큰 비전이 있다고 본다. 이걸 놓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필사즉생의 심정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