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 내 악세서리 점포    /사진=송보미기자

이곳은 명동만큼이나 중국인 관광의 특수를 실감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 상권이다. 중국어 안내 방송이 여기저기서 익숙하게 흘러나오고, 중국어 안내표지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근 대형쇼핑몰에 입점한 한 매장의 직원은 “지나가는 사람 2명 중 1명은 중국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름 아닌 서울지하철 2,4,5호선 등 3개 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동대문공원역)이다. 서울 강북권의 주요 도심에 있는 환승역인 만큼 지난해 최대 3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이용했다.

동대문공원역의 슬로건은 ‘쇼핑의 메카’. 슬로건처럼 지상 상권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쇼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상 상권과 함께 역 내 지하상권도 ‘요우커 후광’ 효과를 보고 있다.

▲역 내 식음료 상점    /사진=송보미 기자

역 내 시설관리공단 소속 경비원은 능숙하게 외국인에게 관광지와 쇼핑몰을 안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지하철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액세서리 매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1회용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자동판매기 바로 옆에는 커피 전문점이 향긋한 커피향을 뿜고 있다.

동대문공원역 지하상가의 최고 월 임대료 수준은 1332만3200원(서울 메트로 2015년 상가 현황 기준). 최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매장은 요우커들의 인기 쇼핑 품목인 ‘화장품’ 매장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지하상가의 이용자는 단순통과자와 쇼핑객으로 나뉜다. 쇼핑객의 경우, 일상을 바쁘게 이동하는 국내인은 주로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지하상가를 이용한다. 반면에 외국인 관광객은 구경과 쇼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하상권의 소중한 손님인 셈이다.

 

역내상가·지하상가·지상 쇼핑몰 교차된 ‘복합쇼핑 상권’

동대문공원역은 환승 노선처럼 상권도 겹겹이 교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하철 역 내 상점들과 지하상가, 그리고 역 내 출구는 대형쇼핑몰의 지하층과 서로 연결돼 있다. 이처럼 동대문공원역을 이용하면 3개의 상권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먼저 동대문공원역의 지하상권은 크게 ‘지하상가’와 ‘역내 상가’으로 구분된다. 동대문공원역에 들어서면 경비실을 기준으로 오른편에 커다란 노란 기둥이 있다. 역 내 관계자에 따르면 노란 기둥을 기준으로 지하상가와 역 내 상가의 운영 및 관리 구획이 갈라진다.

역내상가는 서울메트로에서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2011년 4개만 운영되던 입점 매장 수는 현재 8개로 늘어났다. 업종도 다양해져 2011년 여성의류와 액세서리, 신발만 판매됐지만, 현재는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매장 2개를 비롯해 액세서리 매장 3개, 커피 전문점 2개, 의류상점 1개로 커졌다.

▲ 동대문스포츠지하쇼핑센터 입구  / 사진=송보미 기자

지하상가는 서울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운영은 2013년부터 대현프리몰이 담당한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은 지하상가 내 시설물 유지보수 및 청소, 경비와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운영자인 대현프리몰은 “동대문공원역이 포함되는 을지스타몰 지하상가의 점포 입찰 및 임대료 정산 등을 맡고 있으며, 을지로입구역 부근에 관리사무소를 두고 상인들의 점포 운영 및 문의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을지스타몰은 (서울)시청역부터 을지로를 지나 동대문공원역을 잇는 대형 지하상가다. 전체가 4개 구간으로 구분돼 총면적 2만334㎡에 217개 점포들이 입점해 있다. 동대문공원역 지하상가는 ‘을지스타몰 4구역(동대문공원역~을지로4가역)’에 해당된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동대문스포츠지하상가’가 끝나는 지점까지를 동대문공원역 구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포츠지하상가는 철거된 동대문운동장 시절부터 30~40년간 운영된 스포츠 의류 및 용품을 취급하는 매장 37개와 식당 2개, 휴대폰케이스 가게 1개, 화장품 매장 1개, 가방판매 1개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 동대문역사공원역 11번 출구는 롯데 피트인의 연결통로다.   /사진=송보미 기자

동대문공원역은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역 내에서 대형 쇼핑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13번 출구로 가면 굿모닝시티로 들어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11번 출구는 롯데 피트인으로, 1번 출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장터로 연결된다. 역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동대문공원역은 출구가 워낙 많아 길 찾기가 힘든데, 대형쇼핑몰은 출구와 바로 연결돼 있어 찾기 쉽다”고 말했다.

 

쇼핑·관광의 메카, 지리적 이점으로 ‘요우커 특수 기대’

동대문공원역의 최대 장점은 서울 중심지라는 지리적 요건과 함께 지상상권 활성화에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2, 4호선 하루 평균 수송 인원은 각각 2만5542명, 3만3200명이다. 또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자료 기준으로 2013년 최대 264만여명이었던 이용객 규모는 지난해 최대 301만여명으로 증가했다.

▲ 역 내 액세서리 점포와 화장품 점포    /사진=송보미 기자

2002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동대문 상가 일대는 지상 상권의 복합쇼핑몰 및 인근 시장과 함께 ‘쇼핑 특구’를 넘어서 ‘관광의 메카’로 발전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2014)’에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동대문시장(55.5%)이었다.

외국인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동대문시장 인근 지역의 ‘남대문시장 칼국수 갈치골목’(30.1%)과 ‘광장시장’(30.2%)이 최고로 꼽혔다. 복합문화공간 중 높은 방문 빈도를 보인 곳 역시 동대문에 있는 두타(59%)와 밀리오레(37.9%)가 1, 2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SK네트웍스와 롯데피트인이 경쟁하고 있는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도 조만간 확정되면 쇼핑을 노린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상가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 사진=송보미 기자

실제로 롯데 피트인 동대문점의 순수 방문객 60% 이상이 외국인이며,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다. 두타 쇼핑몰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최근 4년 새 10%에서 최대 40%까지 늘어났다.

이같은 동대문 주변 상권의 활성화는 동대문공원역 지하상권에도 긍정적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역내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전체 구매고객의 50% 이상이 관광객이며,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아 성수기에는 월 매출의 70%를 차지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역 내 커피 전문점 직원도 “항상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빈다. 주말에는 특히 더 많은 외국인들이 몰리며 대다수가 요우커”라고 말했다.

동대문공원역 지하상권의 요우커 특수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개별 여행객의 증가’ 추세다. 2013년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 관광객 비중은 57.2%로 단체관광객(42.8%)을 앞섰다.

개별관광객의 57.7%는 이동할 때 서울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이용 비율(9%)보다 월등히 높았다. 서울지하철 일회용 교통카드 외국인 이용현황(2011~2013년)을 참고하면 이 기간에 1401만명의 외국인이 지하철 일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했다. 이는 전체 지하철 이용객 1억7800만명 가운데 7.9%에 해당하는 수치로 2011년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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