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시원하다’

최근 출간된 기업 위기관리 비밀을 담은 도서 <1% 원퍼센트>의 저자 정용민 스트래티지 샐러드 대표를 만나기 위해 그의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다. 일반 회사처럼 삭막한 파티션과 같은 ‘경계’는 없었다. 다만 회사 내 대부분의 공간 사이에 유리벽이 설치돼 있어 단순 개방적이라기보다는 그 이면에 ‘절제’가 내재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트래티지 샐러드는 기업 위기관리 전문컨설팅 회사다.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기업을 둘러싼 이슈를 관리한다. 그리고 정 대표는 자신의 책 제목처럼 기업 내 ‘1%’의 사람들이 반드시 훈련돼 있어야만 이러한 뜻하지 않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위기관리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업들의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스트래티지 샐러드는 ‘경계’가 없는 시대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회사의 인테리어로 표현했는지 모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 샐러드 대표는 지난 2011년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라는 책을 출간했다.

정 대표는 “2009년 소셜미디어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트위터가 유행했지만 현재 소셜미디어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페이스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절이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셜미디어를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만 생각한 반면 향후 이러한 소셜미디어가 기업에 어떤 위험요소로 돌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블로그,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 등은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이용자들을 만족시켰다. 이어 인터넷 산업 발전에 이은 모바일 시대의 기존 소셜미디어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 파악은 물론 자사의 제품,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만큼 정보의 확산은 더 빨라지고 그 파급력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셜미디어로 인한 ‘위기’도 빠르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이 이를 파악하고 내부에 관련 대응팀을 꾸리기도 했지만 정확한 매뉴얼이 없다보니 크게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업은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라 한다면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다. 만약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건 발생 후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했거나 혹은 대한항공의 주요 임원들이 사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조 전 부사장에게 적절한 조언과 함께 다양한 관계자들에 대한 대응전략을 구사했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떤 사건의 원인은 같지만 대응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해당 기업 내 1% 인력이다. 이 1%가 얼마나 훈련이 돼 있느냐에 따라 위기관리 여부도 달라진다.”

<1% 원퍼센트>의 ‘1%’는 한 기업의 극소수 즉, 중심 인력을 뜻한다. 대한항공 내 1%의 주요임원들이 이슈 대응에 대한 훈련이 잘 돼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삼성그룹은 전 직원 대비 임원 비율이 1%가 되지 않는다. 적은 인력이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만큼 위기관리 또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내 1%가 훈련이 잘 돼 있다면 충분히 위기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대한항공의 사례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건의 진실여부와 무관하게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위기관리’를 주제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위기관리’에 집중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이슈를 둘러싼 이해관계자(고객, 피고용자, 고용자 등)들의 파워가 커졌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정치권과 언론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현재는 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시대이다. 이는 인터넷 산업에 이은 모바일 산업의 발전이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이슈관리 시스템이 잘 돼 있다. 과거에는 주주들을 중요시했지만 현재는 이해관계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와는 다르게 NGO 단체도 이해관계자에 포함될 만큼 이러한 이슈관리에 있어서 선진화 돼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이러한 경험을 몸소 체험했다. 이를 통해 SNS의 발전은 국내 기업들에게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지난 2009년 출범한 위기관리 전문 기업 ‘스트래티지 샐러드’다. 샐러드는 생야채나 과일을 주재료로 해 각종 드레싱과 함께 버무린 음식이다. 여기서 샐러드의 ‘버무리다’라는 의미를 ‘스트래티지(전략)’에 불어 넣었다. 한 마디로 ‘스트래티지 샐러드’는 ‘전략을 버무린다’는 뜻이다.

“기업은 한 이슈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들에 대한 대응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이란 ‘선의’를 가진 기업을 말한다. 부정한 행위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진행하는 기업은 그 대상이 아니다. 또한 이번에 출간된 <1% 원퍼센트>도 이런 기업들에게는 쓸모없는 책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은 단호하고도 명료했다. 한 마디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기업들의 오해를 풀어 그들이 정상적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부정행위를 하는 기업들에게 스트래티지 샐러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기자가 정 대표 그리고 스트래티지 샐러드에 대해 느낀 감정은 회사의 ‘인테리어’와 일치했다. 현 시대는 커뮤니케이션의 ‘경계’가 사라지는 만큼 통제가 아닌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기업 내 1%가 가지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해당 기업의 미래도 달라진다. 그의 책 서문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CEO는 외롭다.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외로움은 더 커진다.”

그는 회사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CEO들이 외롭지 않기 위해 이 책을 구성했다.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자신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적은 비중이지만 역할 비중만큼은 절대로 작지 않은 외로운 ‘1%’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