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모 항공사의 이른바 땅콩 회항 케이스에 대해 질문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업의 위기관리가 어떻게 저렇게 진행될 수 있을까 놀랄 수밖에 없던 사례라고 보는데요.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위기관리 역량이 그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요? 위기관리가 어려웠던 이유가 대체 뭘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 땅콩 회항 케이스는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이나 시스템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외를 막론한 어떤 기업이라도 동일한 ‘내부 상황’에 처했다면 거의 유사한 위기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케이스라고도 생각합니다.

땅콩 회항 이슈 발생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악이라는 정의는 ‘동일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른 기업들은 이보다 나은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필자는 단순하게 이 케이스를 최악이라고 정의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 케이스가 성공적이었다거나, 또는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시각에서 이 케이스를 좀 더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전부입니다. 사실 이 케이스의 핵심은 ‘VIP 및 VIP 그룹의 위기관리 리더십’ 부분에 있었습니다.

최초 부정적 상황의 발생에서 VIP가 관여된 케이스들은 이전에도 상당수 존재했었습니다. 그 이전의 사례들과 이번 사례가 다른 점은 상황 발생 후 일정 기간 동안 위기관리 리더십을 누가 보유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 이전에 그냥 불미스러웠던 해프닝으로 마감된 여러 VIP 케이스들을 보면 문제 상황에 관여된 VIP가 초기 위기관리 리더십에서 일부 또는 전부 배제되었던 케이스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아주 일부 케이스에서는 문제 상황에 관여된 VIP 스스로 위기대응에 있어 직접 나아가 고개를 숙이고, 재발방지와 개선을 적극 커뮤니케이션한 케이스들도 있습니다. 위기를 그냥 하나의 비판받을 만한 단순 해프닝 정도로 한정하는 VIP 스스로의 초기 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땅콩 회항 케이스에서는 초기 대응에 있어 문제 상황과 관련된 VIP가 직접 위기관리 리더십을 쥐고 있었다는 부분이 다릅니다. 만약 해당 위기관리에서 회장님이 초기부터 이 이슈를 문제 있다 정의하고 직접 강력하게 리드했다면 결과는 상당 부분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이슈에 대해 당사자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하면 위기관리위원회차원의 전략적 의견 개진이나 원활한 내부 소통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VIP에게 사내 어떤 누가 “VIP가 앞으로 나서서 직접 사과하십시오” 또는 “여론 상황이 안 좋으니 모든 걸 내려놓고 자숙하십시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무장과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좀 더 낮은 자세로 적극적인 원점관리를 빨리 하십시오”라는 조언을 어떤 임원들이 나서서 하려 하겠습니까?

VIP 관련 위기에 있어 위기관리 성패의 핵심은 누가 초기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지고 행사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다 생각합니다. 케이스에 따라 해당 VIP가 위기관리 리더십 행사에서 배제되거나, 더 상위의 VIP가 적극적인 위기관리 리더십을 행사하거나 한다면 이런 류의 위기는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이번 땅콩 회항 이슈는 대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그리고 역량과 직접 관련된 케이스는 아닙니다. 그리고 해당 항공사는 적절한 위기관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역량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런 위기관리 자산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었을 뿐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은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것입니다. 국내외 수많은 위기관리 사례에서 반복적이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부분입니다. 땅콩 회항에서 얻는 교훈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