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직언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조직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권력이 클수록 대화와 소통은 더 막혀 있다는 게 문제다.

한 보험사 최고경영자가 3년전 현장의 직원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직원 자기 딴에는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회사혁신책을 메일로 보낸 것이다. 그의 글이 경영자 스스로 판단케 하는 '자기주도형 직언' 인지, 본인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그 경영자는 때로는 밖에서 회사를 더 잘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 편지를 의미있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부 직원들과도 공유해 회사의 성장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영업만으로 승부를 걸 수 없었던 당시의 회사 상황을 이해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편지를 보면 수년전 보험업계 고민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일정한 패턴이 보험업의 속성이라고는 하지만, 과거 고민을 반복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나간 사실을 되새겨 보며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보험살롱에서 보험인들에게 그 직언을 소개한다.

 

[직원의 편지]

 

삼성 이병철 회장의 큰 아들 이맹희 씨의 자서전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설탕공장을 지어 설탕을 생산하려고 기계에 재료를 부었습니다. 전기를 넣고 기계를 돌리면서 하얀 설탕이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까만 물만 콸콸 쏟아졌다고 하네요. 이런 방법 저런 방법 다 써보았지만 까만 설탕물만 나와 애가 탔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고 있는데 공장 옆으로 삽을 어깨에 메고 지나가던 한 잡부가 "웬 재료를 저렇게 많이 넣었어?"하고 중얼거리며 지나갑니다. 그 소리를 들은 이맹희 씨는 속는 셈치고 재료를 덜어내라고 지시했고, 압력이 낮아진 설탕기계에서는 하얀 설탕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설탕이 생산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합니다. 그 잡부 때문이죠. 제가 지금부터 삽을 멘 잡부의 심정으로 몇 마디 하겠습니다.

저는 '상도'라는 연속극을 저장해 지금까지 100번 이상을 보았습니다. 거상 임상옥이 역경을 헤치고 자신의 길을 걷는 내용이지만, 어려움을 이기는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귀감으로 삼고 있습니다.

연속극 임상옥의 심정으로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임상옥의 '장사스승' 홍득주는 "장사는 사람을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장사는 밖에서 안 되면 안에서도 할수 있다는 명대사도 나옵니다.

회사가 수 조원 자산을 가지고 한 달에 ○○억원 ○○보험 실적을 내고  ○○○○명 가까운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국에 ○○○○명의 영업조직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우리 회사의 위치나 규모를 직원들은 뼈저리게 느끼고는 있는 것일까요.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본사를 방문했을 때 실망스러웠던 것은 밖에서는 보험업계가 어렵다고 떠들고 있는데 근무시간에 신문을 보시는 임원님, 직원은 바글바글한데 책상에는 별 서류가 안 보이고 ‘회사에서 자동차보험 계약을 안 받으니 일이 없다’는 보상직원이었습니다.

<중략>

현재의 상황으로 놓아두면서 회사 회복은 요원합니다. 영업이 안 되니 항상 남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영업이 안 된다는 설계사 조직을 위해 이런저런 방법, 편법으로 수당을 올려줘야 합니다.

보험설계사 2명이 1명의 직원을 먹여 살려야 하는 보험사, 생산성은 가장 떨어지면서 수당은 가장 높은 회사, 우리 회사는 이렇게 외부에 알려져 있습니다.

GA대리점에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영업이 안 되는 회사, 틈새시장을 갖고 있지만 여의치는 않고, 남들이 하는 것(영업채널, 상품)은 다 따라하는 회사 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것들이 별 도움은 안 되는 것 같고, 실손 상품을 만들면 가장 칭찬받는 회사입니다. 왜냐구요? 많이 팔아야 하니까요. 상품이 타사보다 좋아야 하니까요. 좋은 상품을 팔면서 팔기가 쉬우니까요.

결국 이 계약은 악성 물건이 되고 이는 손해사정에 부하가 걸립니다. 좋은 상품을 팔아 '있는 욕 없는 욕' 바가지로 먹는 회사가 우리 회사입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영업조직 대부분을 수익구조로 과감히 바꾸십시오. 월급쟁이 점포장들을 이익이 나면 수익이 창출되는 수익 점포장으로 과감히 전환하시고 일없는 직원들을 영업일선으로 과감히 배치해 항아리구조를 과감히 피라미드로 정리하셔야 합니다.

과거 제일생명(현 알리안츠생명)이 다른 보험사로 넘어가면서 취했던 과감한 혁신은 바로 정직원이던 점포장들을 과감히 수익 지점장으로 만들어 영업실적을 키운 적이 있었습니다.

ING생명이 수천명의 영업 조직 중 이름뿐인 허울 좋은 조직을 정리해 단 700명만 남겨두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더 늘었습니다.

영업이 안 돼도 월급을 타가는 지점장이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영업점포에서 회사에 이익을 주지 못하는 점포장이 월급을 왜 가져가는 걸까요? 지점장은 정년도 필요 없습니다. 능력 있는 자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주요 보험사 출신 임원이 우리 회사 대표가 됐지만 몇 개월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다른 조건이나 좋은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뿌리 깊은 배타적인 문화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겁니다. 자신들끼리만 싸고도는 이상한 파벌주의를 없애기 위해 사표를 받았던 임원들을 얼마 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혁신과 개혁은 위장이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보험시장, 현장에서 우리 회사는 고객의 머리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습니다. 보험시장에서 정말 살아나려면 내부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경영진이 바뀐들 성공할 수 있을까요? 주인이 바뀐들 살 수 있을까요? 어차피 그들은 피를 묻히기 원하지 않습니다. 잘 정리된 두부를 원하겠죠.

지금 변화해야 합니다. 언더라이팅 기능을 혁신하고 보상 기능을 취합하고 정규직 영업조직을 수익조직으로 전환하면서 시범적으로 지점장을 지원하는 직원이나 경험 있는 모집조직에게 적극적인 영업지원을 해주십시오.

지금 우리 회사 영업방법은 나이 먹은 여직원에게 점포장을 맡겨야 할 정도로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썩은 물이 고여서 회사가 이런 사태가 된 것입니다.

영업은 야성과 패기와 독기가 가득한 인물들이 시장바닥과 같은 곳에서 자라나야 합니다. 어느 신문에 우리 회사 지점이 소개됐는데 조직의 영업경력이 평균 10년이 넘는다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이런...인물이 없구나’하고 절망했습니다.

직원들은 어떤 변화를 줘야 할까요? 회사를 살리는 위원회라도 만들어 노조와 협의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영업조직의 변화와 직원의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뻔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 회사 오랜 구태인 '같이 먹고 산다'는 이상한 구조 때문에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따지고 보면 같이 무너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회사는 어려운데 이럴 때 직원들의 자발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드리마 '상도'를 너무 많이 봐서 잠깐 임상옥이 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