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신흥국들의 자금유출이다. 이뿐만 아니라 저금리 수혜를 본 자산들의 가치 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우리나라에도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다가올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미국 정책금리, 달러가치와 신흥국 외환위기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지난 22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고용과 물가가 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했을 때까지 통화정책 강화를 늦춘다면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며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시사한 바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지난 6일 워싱턴 IMF 본사에서 열린 신경제사고연구소(INET) 주최 세미나에서 옐런 의장의 ‘잠재적 위험’ 발언 즉, 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장기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일부 해소하려는 의도다. 둘째, 미국의 경제지표를 통해 그동안 시장의 안정을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7일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물가상승률이 낮아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Fed는 시장의 시선을 부진한 미국의 경제지표로 돌렸으며 이는 그동안 금리인상 우려를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Fed는 ‘금리인상을 하되 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미 금리인상, 비정상화에서 정상화로...자산 버블 해소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비정상적 방법인 양적완화를 통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금리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금리인상은 양적완화에 반하는 유동성 축소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분명 ‘비정상’인 통화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상화’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행위는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소식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는 이미 장기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자산 쏠림이 발생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에 옐런 의장의 ‘잠재적 위험’ 발언이 이를 경계하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과도한 자금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 신흥국의 펀더멘탈 비교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54.3%가 증권투자(7.7%)와 차입금(46.6%)으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유동성 경색 시 경제펀더멘탈이 취약한 국가를 중심으로 자금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며 특히 차입을 통한 자금유입 비중이 높아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문제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글로벌 유동성축소를 유발할 경우 신흥국들은 외화유동성 경색 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나라 통화에 대한 수요와 감소는 해당 국가의 재정건정성, 경제성장률, 외환보유고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단순히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해 신흥국이 타격을 받기보단 신흥국내에서도 그 영향력이 차별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 안심할 수 없어

지난 2012~2014년 신흥국 대부분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과 경상수지는 지난 2009~2011년보다 둔화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고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재정적자가 발생함에 따라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화유동성 측면에서는 외환보유고 대비 대외채무가 많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이 외화유동성 경색에 취약한 상황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거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부 신흥국들은 통화 고평가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재정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제 펀더멘탈이 취약하고 외채가 과도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화유동성 경색이 발생했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별 대응방법 또한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수지가 낮고, 국가부채가 높으며 외환보유고대비 대외채무가 높은 국가일수록 대응카드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13일 ‘미국 성장세 둔화에도 연내 금리인상 여전히 유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당국이 금리정책 면에서 운신의 폭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여타 신흥국 대비 우리나라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등으로 차별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그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조기금리인상 완화와 금리인상 속도가 느릴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변화에 따른 자금유출 가능성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 3~4년의 시차를 두고 신흥국 외환위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사는 단기적으로 시장 과열 해소 등으로 인해 자금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모르는 사이에 부작용이 암 덩어리처럼 커져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3년 전부터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감지되고 있었다”며 “사태 발생 직전에도 일각에서는 위기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닥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은 한국의 재정건전성, 외환보유고 등 문제뿐만 아니라 보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