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산업은 정부와 업계의 집중적인 투자에 힘입어 최근 3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제2반도체·조선 장밋빛 전망 속 기술력, 금융 지원 미비 등 과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온 것 같지 않다는 뜻이다. 국내 신·재생업계의 현실이 딱 그렇다.

MB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올해로 시행 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괄목할만한 규모의 성장을 이뤄냈다.

올 초 지식경제부가 실시한 산업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MB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간 기업체 수는 2.2배, 고용 인원은 3.6배, 매출액은 6.5배, 수출액은 5.9배, 민간투자는 5배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산업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태양광 산업 규모는 ’07년 대비 제조업체 수는 3.2배, 고용인원 수는 7.4배, 매출액은 13.4배로 크게 늘었다. 총 수출액 중에서도 태양광이 82.7%, 풍력이 17.2%를 차지했다. 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수출을 전담하고 있는 셈이다.

지경부 측은 “태양광산업의 급성장은 국내 Value-Chain별 산업 완성, 정부와 업계의 집중적인 투자, 세계 태양광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 등에 의한 성과”라며 “제 2의 반도체, 조선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화 수준 선진국 60~70%선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데에는 정부와 업계 모두 이견이 없다. 2008년 당시 향후 20년간(2030년까지) 111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힌 정부는 이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다 강하게 육성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올 1월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총 1조 35억 원을 신·재생에너지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950억 원보다 24.1% 늘어난 수치다. 보급과 융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도 동참하고 나섰다.

산업 육성 촉진을 위해 올해 RPS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 없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조사와 현지 인증 획득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외견상 ‘봄’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앞다투어 뛰어들었다.

진출한 업체 수천 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아직 산업화 수준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아직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태양광설비, 풍력설비, 연료전지설비의 제조업체 3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산업의 역량 분석 및 정책 지원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산업화 수준과 기업 역량이 100점 만점 중 절반 이하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성공의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계 태양광 기술(88%)을 제외하고는 풍력이나 연료전지는 60~7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설문 조사 대상 기업의 66.4%가 ‘대부분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기술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실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 독립의 현 주소를 극명히 보여준다. 자체 기술 수준을 높이지 못한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조차 외국업체만 배불리는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 연구인력과 원천기술 부재는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 반도체, LCD 등의 기반사업이 잘 발달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산업의 성장 전망이 더욱 밝은 편이다.

하지만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특허기술 의존도도 높은 현실에선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과 대만 등의 신규 업체 진입으로 가격이 낮아질 경우 뚜렷한 대비책조차 없다.

업체들의 마구잡이식 진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부실 성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받는다. 특히 태양광 사업의 경우 시스템이나 모듈 생산 분야는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사업 목적에 ‘태양광’만 추가하여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업체까지 난무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 업체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생산되는 전기를 한국전력이 원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매입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악용해 지원금을 타내는 업체들로 인해 정작 시설 설비 자금이 필요한 선의의 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볼 멘 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수혜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견 태양광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금융 지원이지만, 아직 그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한 싯점이다.

성과 불확실성 금융지원도 꺼려

녹색산업은 초기 자금이 많이 소요되지만,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고 자금 회수 기간이 길다. 초기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원활한 자금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 일부에서는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국내 제조업이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것처럼 신성장 산업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으려면 ‘선지원, 후담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금융권의 지원 기준 자체 또한 장벽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력이나 성장 전망성이 아닌,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지원 규모를 정하거나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이 제대로 융자를 받기란 현실적인 장벽이 크다는 얘기다.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녹색금융(녹색펀드, 녹색채권 등) 활성화 필요성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도 다양한 시책을 마련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금융권은 냉담한 분위기다.

아직까지 수익성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 소속 홍재형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배당 소득 비과세 혜택에도 불구 녹색펀드 출시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 분야는 상품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없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나 민감 금융기관 모두 녹색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리스크와 수익성을 따질 수 없다보니 민간자본이 외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40조 원(정부 7조 원, 민간 33조 원)을 투자해 수출 362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로,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천기술 및 전문인력 확보, 전략적 혁신투자, 수요시장 선점 등의 당면 과제의 해결이 우선되지 않은 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미래를 두고 정부만 ‘들 뜨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란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보 급 촉진법」 제2조의 규정에 의거,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地熱), 강수(降水) 생물 유기체 등을 포함,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로 변환하여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친환경, 비고갈성, 기술주도형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 등이 8개 분야가 재생에너지로,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 등 3개 분야는 신에너지로 지정돼 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