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땅콩회항’ 사건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판결 직후 검은색 옷을 입고 법원 입구에서 기다리던 취재진 앞에 선 조현아 전 부사장은 곧장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30분 만에 현장을 빠져나갔다.

각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승무원 탄원서의 효과보다 변호인단의 논리가 법원에 더욱 어필했다는 다소 침착한 분석부터, “유전집유 무전복역”이라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다소 거친 비판도 흘러나왔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복수 시작?”이라는 타이틀도 내걸었다. 대부분 부정적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주장도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당시 그녀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비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해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가 22일 칼럼을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석방을 두고 “정의가 살아있다”라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의견개진의 측면에서 이를 소개한다.

아래는 칼럼 전문이다.

조현아 석방, 정의는 살아있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22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등의 혐의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항소심 선거공판이 열렸다. 소위 ‘땅콩 회항’ 사태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가장 쟁점이 되었던 항로변경죄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는 “피고인의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고 밝혔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143일 만에 석방되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대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 적용은 사실상 무리가 따르는 것이었다. 항로변경죄의 입법 취지는 테러를 방지하고 지상의 경찰력이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이다. 즉 911세계무역센터사태와 같은 테러를 방지하고 항공기 탈취범을 엄단하기 위한 법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전 총괄부사장이 이유야 어떻든 기내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어 ‘램프 리턴’한 것을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엄격한 법 적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란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사건의 주체가 재벌 3세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가십란에 실리고 말았을 것이다. 기사 제목도 “마카다미아 서비스 불만고객, 비행기를 돌리다” 정도이고, 그 어느 누구도 고소, 고발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의든 실수든 고객이 심지어 이륙한 비행기를 회항시킨 사례는 부지기수였지만 조 전 부사장과 같이 항로변경죄를 무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이 이 법에 처벌받는다면 일반인들도 같은 잣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되겠는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당연히 온라인은 뜨겁게 달궈졌다. 6·25전쟁도 이런 난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거의 99% 누리꾼들은 사법부와 조 전 부사장을 맹비난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전무죄’라는 것이다. 아니다 사실은 ‘유전유죄’의 전형적인 마녀사냥 케이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재벌 3세가 아닌 일반인의 난동이었다면 당연히 처벌받지 않았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도 과하다. 만약 사법부를 비난하는 누리꾼 자신들이 이 정도의 난동으로 이런 형을 선고받는다면 분명 ‘무전유죄’를 외칠 것이다. 법에 인정이 없다고.

 

학생 : 제가 꿈이 있는데요.

선생님 : 그래 네 꿈이 뭐냐?

학생 : 제 꿈은 재벌 2세거든요.

선생님 : 그런데?

학생 : 아빠가 노력을 안 해요.

 

한동안 인터넷을 달궜던 블랙유머(black humour)이다.

‘재벌 2세의 꿈’ 유머에는 자녀에게도, 부모에게도 자신들에 대한 자조·불신·절망이란 감정이 숨어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서 ‘재벌 3세’란 타이틀을 떼내도 여전히 최고의 스펙을 자랑한다. 미 명문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사와 173cm의 늘씬한 키에 고현정을 연상시키는 수려한 외모는 모든 이의 부러움을 자아낼 만하다. 이는 달리 보면, 남녀노소 모두에게 ‘비호감’으로 비칠 만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는 뜻도 된다. 과도한 ‘조현아 마녀사냥’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원죄를 가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확실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은수저가 아닌 독을 물고 살았던 구치소 생활이다. 이 경험은 조 전 부사장의 내공을 키웠을 것이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그리고 이끌고 있는 대다수의 회사 대표들은 고난을 경험했다. 같은 맥락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번 ‘땅콩 회항’ 사태로 인해 환골탈태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인한 정신력을 다잡았을 것이다. 단언컨대, 우리는 20년 안에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당찬 여성 CEO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땅콩 회항’ 사태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