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하나로 PC처럼 정보 검색… 무료 화상통화·동영상 재생 기능도

1930년대 텔레비전(TV)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많은 이들은 TV의 탄생에 경탄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조그만 전자 상자는 단조롭기만 하던 인류의 생활을 180도 바꿔 놓았다. TV는 인류의 생활에 커다란 흥밋거리를 제공했고, 똑똑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고마운 일꾼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고마운 TV를 놀림의 대상으로 치부했다. ‘바보상자’라는 별명이 바로 그 증거다. 이 별명은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모든 말과 행동이 인간의 행동을 바보스럽게 만든다는 사회 통념이 만들어 낸 달갑지 않은 말이다.

TV 수상기 자체에게 죄는 없다. 굳이 바보를 양산해 낸 진범을 찾으라면 수준 낮은 TV 방송 프로그램이다. 다만 TV는 우스꽝스러운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보 양산의 죄인’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TV를 많이 보자”라는 긍정적 말보다 “빨리 TV 안 끄니?”라는 채근의 말을 더 많이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심한 경우 멀쩡한 TV가 거실이나 안방이 아닌 창고 또는 쓰레기장으로 옮겨가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TV를 많이 본다고 멍청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TV에 중독이 되면 두뇌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처럼 현대인들은 TV를 깎아내렸다.

우리가 아무리 TV의 긍정적 효과를 곱게 포장해도 TV는 그저 ‘바보상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TV가 그동안 우리 인류의 생활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왔다는 것을 생각하자면, ‘바보상자’는 TV에게 어쩌면 미안한 별명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TV에게 씌워진 ‘바보상자’의 오명을 우리의 손으로 벗겨줄 때가 됐다. 달리 생각하면 TV를 상대로 병 주고 약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TV는 ‘바보’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을 충분히 불식시킬 정도로 똑똑해졌다. ‘꿈의 TV’ ‘신개념 영상미디어 디바이스’로 불리는 스마트 TV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스마트 TV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스마트 TV가 가져올 현대 인류 생활의 놀라운 변화상, 영상미디어 산업과 IT 기술의 진화 모습을 미리 알아보고 세계 차세대 TV(스마트 TV·3D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대박 행진 이유를 알아보기로 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차세대 첨단 영상 기술 구현 방식(셔터 글라스(SG) 방식 vs 필름 편광(FPR) 방식)에 대한 비교 분석도 곁들였다.<편집자 주>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회사원 유병수(31)씨는 최근 스마트 TV를 구입했다. 그저 영상을 보고 듣기만 했던 기존의 저차원적 TV와는 달라진 것이 많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핵심 기능이 TV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구현이 가능해 TV를 통해서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인맥 관리와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다.

유씨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TV부터 켰다. 한동안 TV를 멀리하고, 컴퓨터와 가까이 지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씨는 TV 시청 이전에 먼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접속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SNS에 접속하려면 키보드와 휴대전화 단말기 터치화면의 키패드를 통해야 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무선 전파의 회선 상태에 따라 로딩 시간이 있기 때문에 번거롭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 TV는 리모컨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트위터에 접속하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보였던 것처럼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이 올린 글들이 TV 화면을 장식했다. 시시각각 올라오는 트위터리안들의 각종 의견이 TV를 통해 전달됐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비해 스마트 TV의 SNS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보다 글씨와 이미지가 훨씬 커졌기 때문에 눈의 피로와 시청 편의성이 더 좋아졌다는 점이다.

‘리모컨’으로 원하는 정보 수집

TV를 통해 소셜 친구들이 올린 사진도 열람할 수 있다. 초고화질의 해상도는 아니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비해 큰 화면으로 사진을 볼 수 있다. 나름대로 잘 찍은 사진을 선택하면 사진 전람회에 직접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트위터를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한 유씨는 다음으로 자신의 미니홈피를 열어보기로 했다. 스마트 TV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외산 SNS는 물론 싸이월드 등 국산 SNS 열람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유씨는 일촌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보다 궁금한 것이 생겨 검색을 하기로 했다. 검색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탑재된 시맨틱 검색 앱을 활용할 수 있다. 키보드가 없다고 검색까지 불편한 것은 아니다. 리모컨을 통해 검색이 가능하다. 특히 검색어의 자음만 입력하고도 원하는 검색어를 찾을 수 있다. 검색 도중에는 지식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스마트 TV의 검색 화면은 컴퓨터에서 보던 화면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화면 구성이 매우 깔끔하고 간단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 다만 불편한 것이 있다면 컴퓨터처럼 검색어 검색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미니홈피 열람과 정보 검색을 마친 유씨는 지상파 채널을 통해 드라마를 시청했다. 드라마를 보던 중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평소 같았으면 컴퓨터를 같이 켜놓거나, 스마트폰의 검색 앱을 이용해야 프로그램에 대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 TV를 통해서는 한 번에 실시간 검색이 가능하다. 검색어를 통한 검색 외에도 현재 지상파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실시간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스마트 TV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검색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유씨는 방금 전 검색했던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는 무엇이 있는지 연달아 검색을 시도했다. 그러다보니 최근 볼만한 영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도 궁금해졌다. 유씨는 하나하나 천천히 TV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컴퓨터를 통한 검색이 아니다. 오로지 TV로, 리모컨 하나로 움직이면서 수집한 정보다.

스마트 TV의 검색에 있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검색 도중에는 TV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검색 화면이 TV 화면의 대부분을 덮기 때문에 실시간 방영 중인 TV 화면을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TV와 컴퓨터를 함께 켜지 않은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두 번 일하고, 두 배로 전기를 쓸 것을 한 번으로 줄였으니 말이다.

큰 화면으로 콘텐츠 검색 만족 두배

유씨는 평소 컴퓨터로 보던 유튜브 동영상을 TV를 통해서도 보기로 했다. 양질의 동영상을 큰 화면을 통해서도 보고 싶어서였다. 컴퓨터에서 재생되던 동영상을 TV를 통해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은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TV를 화상 연결선으로 따로 연결하거나, 동영상이 저장된 칩을 TV에 꽂아야 재생이 가능했다. TV를 보면서 컴퓨터를 통하지 않고 직접 영상을 시청하거나, 떠도는 영상을 검색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 TV에서는 유튜브 앱을 통해 유튜브에서 공유되고 있는 각종 동영상의 재생이 가능하다. 해상도가 낮은 점이 흠이라면 흠. 하지만 작은 컴퓨터 모니터로 보던 것과는 느낌의 격이 다르다.

‘집에서 TV로 할 일은 웬만큼 다 했다’고 생각한 유씨는 외출을 결심했다. 친구들과 외부 약속을 잡기로 결정한 그는 무료통화 앱인 ‘스카이프’를 통해 전화로 시간을 조율하기로 했다. 스마트 TV에는 스카이프 앱이 있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이들과 자유롭게 통화를 즐길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텔레비전 화상통화’가 드디어 현실이 된 셈이다.

물론 화상통화를 하려면 웹캠이 필요하다. 웹캠을 TV 위에 부착하면 화상통화까지 가능하지만, 유씨는 아직 웹캠을 구비하지 못했다. 그래도 음성통화는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친구들과 전화로 약속시간을 정한 그는 약속 장소의 위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바로 지도 앱이다. 지도 앱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보던 그 지도 콘텐츠 그대로 탑재가 되어 있다.

스마트 TV 지도 앱의 특징이라면 훨씬 커진 화면에 있다. 위성 항공사진을 기반으로 한 지도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보면 조금은 불편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 TV를 통해 지도를 보면 서울 하늘을 안방에서 내려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금 과장을 섞자면 경찰청 종합상황실에 설치된 서울시내 교통상황 멀티비전이 안방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