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거래소는 오는 6월 15일부터 주식·파생상품의 일일 가격제한폭을 기존 ±15%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가격제한폭제도는 그간 개별 종목의 유일한 가격안정화 장치로서 증시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나 가격제한폭을 넘는 거래 기회 제약, 가격변동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균형가격 발견 및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상한가 굳히기’ 등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해 추종매매를 유도하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거래소가 추진하는 가격제한폭제도 확대의 취지는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해 보다 효율적인 시장을 구현하는 데 있다. 증시의 역동성을 제고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도를 추진함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증시 전반에 걸쳐 가격변동폭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 출처:한국거래소

이에 대해 거래소는 지난해 9월 도입한 ‘동적 변동성완화장치’에 보다 더 큰 폭의 가격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정적 장치를 도입한다. 동시에 기능이 일부 중복되는 단일가 매매의 랜덤엔드(임의종료)를 개선해 제도의 단순화 및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별·종목별 과거 발동내역을 거래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 투자 참고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아울러 대용증권 제외종목(관리, 정리매매, 거래정지, 투자위험종목 등)을 추가해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주가급락에 따른 결제불이행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시장 차원의 보완장치로는 서킷 브레이커스(CB) 개선을 통해 시장충격 발생 시 주가급변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이를 위해 CB의 발동비율을 현행보다 낮추고 단계적으로 발동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주식 관련 파생상품의 최종거래일 종가결정 시에는 평소보다 강화된 동적 변동성완화장치발동 기준 적용으로 주식시장 종가의 가격급변을 완화시킨다.

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가격발견 기능 강화로 시장효율성이 증대되고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투자자의 시장참여도 확대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가격제한폭 확대 시 시장 효율성 증대 및 거래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우려감보다는 시장 효율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변동성,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증시에서 변동성은 위험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위험=주가폭락’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위험’의 진정한 의미는 가격 급변으로 주가폭락은 물론 주가급등도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가격제한폭 확대는 단기적 관점에서 볼 때, 주가하락과 상승의 폭이 넓어지는 것으로 다양한 투자전략을 통한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해 정보에 대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같은 전문 인력들과 그렇지 못한 개인 투자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는 만큼 시장에 이용 가능한 정보들이 주식 가격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변동성확대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민감하게 반응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현대증권이 과거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변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주들의 경우 실적 혹은 성장 동력과 무관하게 급등·급락을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소형주의 경우 대형주 대비 기관 혹은 외국인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참여도가 적다는 점도 가격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가격제한폭 화대는 개인투자자들을 가격변동성은 물론 정보비대칭 위험에 노출시킨다. 이뿐만 아니라 수급적 요소 또 다른 위험이다.

ETN, 다양한 투자전략 추구… 가격변동폭 확대에 긍정적

상장지수채권(ETN: Exchange Traded Notes)이란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증권을 말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와 사장지주펀드(ETF: Exchanged Traded Funds)의 특성을 합쳐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ETF의 경우 특정 기초자산을 추종하며 공개 시장에서만 거래되지만 일정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적절한 상품이 아니다. 언제나 시장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ELS는 특정 기초자산을 토대로 상품, 주식, 채권, 선물, 옵션 등을 이용해 일정구간의 변동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원하는 수익을 보장한다. 하지만 ETF처럼 공개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에 환금성 문제가 존재한다. 게다가 각 증권사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해 투자자들은 증권사별 ELS의 장단점을 비교하기 어렵다.

ETN은 ELS를 ETF처럼 누구나 공개 시장에서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ETN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한다면 기초지수 요건 및 자산운용 등이 엄격한 ETF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종전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 대상 및 전략을 일반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 출처:한국거래소

투자대상으로는 해외지수, 원자재, 금리는 물론 심지어 변동성도 해당되며 투자전략으로는 롱숏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전략, 섹터 로테이션, 옵션 매도 등 다양한 구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단기적 변동성이 우려된다면 ETN 상품을 이용한 대응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ETN 시장 개설 이후 최근까지 약 6개월간의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개인 투자자 비중 및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상품이 다양화되는 등 ETN이 새로운 자산관리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11월 1억1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77억7000만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원자재 ETN상장 종목 수는 10종목에서 현재 18종목으로 늘었다. ETN 시장 참여 투자자들을 보면 개인 간 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ET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주식형펀드 대비 ETN 수익률이 우수하다는 데 있다. 최근 1개월(4월 10일~5월 11일) 국내주식형 펀드(ETF 포함) 및 ETN 수익률 분석결과, 수익률 상위 20종목 중 ETN이 3종목을 차지했다.

‘octo Big Vol’은 코스피 대형주 중 변동성이 높은 10종목에 투자하는 ETN으로 같은 기간 수익률은 9.38%를 기록해 코스피 200이 이 기간 동안 -0.18%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 대비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한국 ETN 시장은 미국·일본 시장 초기보다 상품 다양화 및 거래 규모 측면에서 발전 속도가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ETN 시장 개설 이후 초기 6개월의 일평균 거래대금 1900만원에 불과했지만 한국의 경우 15억800만원에 달하고 있다.

ETN 시장은 발행사들이 신상품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올해 약 50종목이 신규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거래 규모도 약 1조50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투자 수요 유출 방지를 위한 해외 상품 라인업을 확충할 것”이라며 “투자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장기·안정적 수요 기반 구축을 위한 마케팅·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