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필자가 속해있던 보험업종에는 생명보험사는 한 곳도 상장이 돼있지 않았다. 손해보험사와 코리안리(재보험사)만이 증시에 상장돼 있었다. 이 중 메리츠화재만이 본사가 여의도에 있었다.

당시 각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종이에 프린터해서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교환해 각사가 보관하고 있었다. 이를 필요로 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여의도에 소재하다보니 메리츠화재는 지리적으로 유리해 증권사를 자주 방문했다.

점심 먹으러 음식점을 들를 때면, 바이사이드(Buy-Side)인 투자자와 셀사이드(Sell-Side)인 애널리스트를 종종 마주치게 됐다.

2000년대 초 대신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이 있는 한국거래소쪽이 여의도의 증권 타운이었다. 지금의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금융감독원 자리에 또 다른 증권가가 형성되기 시작한 때였다.

현재의 한화증권, KTB증권, 유화증권, NH증권이 있는 쪽은 건물이 한창 지어질 때였다. 다른 한 쪽인 광화문, 시청, 을지로, 종로일대에서 삼성증권과 외국계 증권사가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메리츠화재는 거점별 소그룹미팅을 자주 했다. 소미팅은 메리츠화재 IR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줬다.

거점은 총 6곳이었다. 여의도 4군데 정도의 거점과 광화문, 시청일대의 거점, 그리고 강남지역으로 나눠 3~5명의 애널리스트들이 소그룹 미팅에 참여했다. 그것도 메리츠화재 IR룸이 아니라 거점에 있는 한 증권사에서 이뤄졌다.

이를 두고 애널리스트들은 바쁜 본인들을 위해 메리츠화재가 ‘찾아가는 IR’을 한다고 매우 좋아했다. 사실 IR 초창기였던 메리츠화재 본사사옥에는 IR미팅룸이 없었다. 또한 회의실이 비는 경우도 많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물론 적극적인 IR을 했던 것은 사실이었고, 거점별로 증권사를 찾아가다 보니 애널리스트들과의 관계관리도 큰 도움이 됐다.

IR은 ①②편에서 얘기했듯 투자자와 신뢰를 구축하고 기업의 공정가치 실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영어 그대로 번역하자면 ‘Investor Relation’ 곧 '투자자와의 관계'다.

특히 애널리스트는 우리 회사를 투자자에게 어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애널리스트들과 소그룹미팅을 자주할 것을 IRO들에게 제안한다.

회사실적만 언급하는 소그룹미팅이 아닌, 애널리스트에게 꼭 필요하고 이론무장이 되는 공부방이 돼야 한다. 업종의 이론과 실무, 이슈를 강의하고 토론하는 스터디그룹이 돼야 한다.

보험산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보험업법 개정, 보험사 회계기준 변화, 보험사 특유의 자산운용 방법, GA(보험대리점채널) 도입에 따른 회사의 영향, 장기보험의 수당수수료 체계 등 산업 종사자가 아니면 잘 알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다.

해당부장(자산운용팀장·자금팀장·마케팅팀장·선임계리사)을 직접 모셔다가 강의하기도 해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절실한 업무지식을 제공해라. 이 시간은 우리 IRO에게 해당실무팀의 정서와 논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필자는 소그룹미팅이 메리츠화재 투자자들과의 관계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자부한다.

 

그때 당시 공부방 멤버이자 신입 애널리스트였던 신영증권 장효선(현 삼성증권팀장), 동원증권 이철호(현 한투증권팀장), 권기정(현 홍콩거주), 한투운용의 정무일(현 템플턴투신운용 팀장), 교보증권 김원열(현 KTB증권이사) 동부증권 이병건(동부증권팀장), 메리츠증권의 박석현(현 한국은행), CJ투자증권 심규선(현 삼성자산운용팀장), KB투자증권 유승창, 현대증권의 구철호, 키움증권 서영수 팀장이 기억에 남는다.

이같은 분들이 이제는 보험, 금융분야 애널리스트로 우뚝 서있는 가운데, 필자와 15년 지기가 돼 있어 매우 감사하다.

또 내가 신입 IRO 였을 때 많이 도와준 LG증권 이준재(현 한투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증권 조병문팀장(현 FN가이드 본부장), 삼성증권 백운팀장, CS증권 윤석 전무(현 삼성자산운용)를 통해 오히려 SELL-SIDE의 고충과 심정을 배웠다. 자본시장의 냉혹함을 가르쳐 준 이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혹, 필자의 나쁜 기억력으로 감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언급하지 못한 분들께서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연락 주시기를 간절히 원한다.

참고로 2012년 NIRI(전미IR협회)는 컨퍼런스에서 IR 활동시 해야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발표했다.<위의 표 참조>

이중 Do의 ③과 Do Not의 ③⑤을 애널리스트와의 공부방 소그룹미팅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상장기업의 IRO분들께 '거점별 삼삼오오 찾아가는 IR 공부방 소그룹미팅'을 꼭 할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