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산층 비중이 9년만에 다시 70%대로 회복했지만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체감중산층 비중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년동안 중산층의 월소득 증가율은 저소득, 고소득층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베이비부머의 퇴직 급증에 따른 무직가구주 비율 증가와 주거비,교육비 부담의 가중으로 삶의 질은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가 문화에 대한 소비지출은 소득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의료비의 지출비중도 다른 계층보다 감소하고 있어 삶의 여유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중산층 비중은 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으로 1990년 75.4%에서 2005년에 69.2%로 70%선이 붕괴된 이래, 2008년 66.3%를 최저점을 찍고 6년연속 상승하면서 2014년에 다시 70.0%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체감중산층 비중은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56.2%에서 2013년 51.4%(현대경제연구원 51.8%)로 떨어졌고,  2014년에 51.2%로 하락 추세에 있다.  공식 중산층 비중과 체감 중산층 비중이 20%포인트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소득 측면에서 중산층의 월소득은 1990년 81.6만원에서 2014년 390.5만원으로 연평균 6.7%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5.9%, 고소득층의 6.5%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고용 측면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늘어남에 따라 중산층 무직가구주 비율이 9.9%에서 10.0%로 소폭 상승했는데 저소득층이 0.2%포인트(47.7%→47.5%), 고소득층이 3.0%포인트(7.4%→4.4%) 하락 개선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주거 측면에서도 중산층의 전세보증금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1% 상승해 소득(6.7%)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가처분소득대비 전세보증금 부담도 1.1배에서 3.2배로 가중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중산층 1인당 주거면적은 2014년 현재 22.0㎡로 저소득층(25.6㎡)과 고소득층(26.7㎡)에 비해서 협소해졌다.

교육 부문에서는 중산층가구의 교육비 지출이 1990년 8.0만원에서 2014년 48.2만원으로 연평균 7.8% 증가해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소비지출대비 교육비지출 비중도 같은 기간 13.4%에서 17.0%로 3.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가처분소득대비 학원비 비중은 10.2%로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고소득층보다 오히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측면에서 중산층가구의 오락·문화지출이 1990년 3.2만원에서 2014년 13.8만원으로 연평균 6.3% 증가해 소득증가율 6.7%보다 조금 낮았다. 중산층의 소비지출대비 오락·문화지출 비중은 같은 기간 5.9%에서 5.6%로 0.3%포인트 하락함으로써 여가문화에 대한 소비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건강 측면에서는 소비지출대비 보건·의료비지출 비중은 1990년~2014년 6.5%에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계층의 보건·의료비 지출 비중은 저소득층 3.9%포인트, 고소득층 0.4%포인트 늘어나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의료비 지출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중산층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액은 2014년 현재 연간 59.0만원으로 저소득층(59.1만원), 고소득층(85.6만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중산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득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출측면의 과중한 부담을 완화시켜 여가 소비확대로 유도해야 한다"며 "중산층의 전월세 부담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해소, 다양한 오락 문화 서비스 상품의 개발로 중산층의 여가 소비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