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하면 누구나 어렵고 골치 아픈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는 데다 가격마저 소폭 상승하는 추세다 보니 투자심리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초보자들이 요즘 같은 때에 낙찰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경험 없이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 받아 세입자와의 분쟁으로 한동안 고생했다가, 그래도 ‘싸게 구입한 기쁨’을 잊지 못해 다시 경매 시장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경매로 부동산을 사면 무조건 복잡하고 골치 아플까? ‘완전 초보’도 손쉽게 경매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안전한’ 경매 물건 고르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부동산 양극화 시대를 맞아 경매를 통해 내 집을 장만해보려는 수요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필자가 아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필자의 친인척까지도 관심 없는 척 하면서 여전히 관심을 보인다. 경매를 통하면 싸게 산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그러나 이구동성으로 권리 분석의 까다로움과 낙찰 후 명도에 대해 지나치게 고민한다. 그러나 너무 고민하지 말고 꾸준히 기회를 만들어 우량한 경매 물건 탐색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네 공인중개사마다 ‘경매 투자 상담’ 홍보 글이 붙어있다. 공인중개사도 동네 고객들을 대상으로 경매 컨설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겁 많은(?) 초보자들은 거액의 수수료를 물더라도 동네 중개업소에 경매 물건을 의뢰해두는 경우가 늘었다.

안전한 경매 물건을 낙찰 받기 위해 전문가에게 맡기면 감정가 또는 낙찰가의 1~1.5%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불경기에 값싸게 부동산을 사기 위해 경매장에 뛰어든 이상 굳이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식은 죽 먹기’ 경매 물건을 찾아낸다면, 경매 경험이 없는 투자자도 값 싸게 부동산을 장만할 수 있다. 권리 분석에 대해 이해한 다음 직접 공부삼아 낙찰 받는다면 굳이 거액의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경험은 앞으로 더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법원 경매장의 특징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경매 시장에서 ‘식은 죽 먹기 물건’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권리 분석’이 어렵게 느껴지고, ‘명도’가 부담스럽다면 필자가 이야기하는 몇 가지 물건을 노려보자. 경매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자도 얼마든지 경매 투자의 묘미를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은행권에서 경매에 부친 물건’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라.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허술하게 하는 것을 봤는가? 확실한 담보물을 갖고 있어야만 대출을 해준다. 선순위 세입자가 있거나 선순위 가처분, 가등기 같은 등기부등본상 하자 있는 부동산은 대출에서 처음부터 제외한다. 당연히 낙찰 후에 후순위 권리나 ‘꼬리표(근저당, 가압류 등)’들은 경매 낙찰 후에 직권으로 말소된다. 은행에서 경매에 부쳤다면 70% 정도는 세입자 관계는 깨끗할 것이고 등기부등본상 인수할 권리는 거의 없는 안전한 물건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둘째, ‘채무자가 직접 거주’하고 있다면 일단 안전한 물건이다. 주택 경매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세입자 문제이다. 세입자가 한두 세대 정도 살고 있으면 아무래도 이사비를 챙겨야 한다. 체납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을 낙찰자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싸게 낙찰 받았다는 점 때문에 세입자들의 고충과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 또 이사 날짜를 잡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세입자 없이 직접 채무자가 살고 있다면 그런 수고를 덜어주어 여러모로 편하다. 세입자와 달리 약간의 위로금만 줘도 손쉽게 명도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세입자가 여럿이더라도 배당받는 세입자라면 별 문제없는 경매 물건이다. 즉 세입자들이 후순위 임차인(말소기준권리보다 늦게 전입신고를 마친 대항력 없는 세입자)이면서, 전입신고를 했고 최우선 변제 소액임차인이라면, 또 그 소액임차인이 법원에 배당요구를 했다면, 일정 부분의 보증금을 매각대금에서 받아 나가게 된다. 이럴 경우 배당과 명도의 ‘칼자루’는 낙찰자에게 있다.

즉 배당금을 법원에서 받으려면 새로운 낙찰자한테 ‘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에서 배당금을 받으려면 이 두 장의 서류가 필수로 따라 붙는다. 따라서 세입자가 속을 썩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 서류들은 언제 해줘야 할까? 당연히 세입자가 명도, 즉 이사가는 당일에 해줘야 한다.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고 사람의 대상이다”고 했던가? 경매 투자자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다. 너무 사람을 믿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경매에 부쳐진 집에 사는 세입자나 주인의 경우 막무가내 식 요구를 통해 낙찰자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칼자루(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필요로 할 때 휘둘러야 한다.

배당받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라면 반드시 이 철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간혹 이사를 서두르는 세입자 중 이사가 확정된 상태라면 전·월세 계약서를 확인해본 후 그곳의 집주인과 연락을 해봐야 한다. 이삿짐센터와 계약했다면 이 또한 이사날짜를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그 날짜에 입주할 것인지 확실하게 알아본 다음에 서류를 챙겨줘도 늦지 않다.

넷째, ‘선순위 세입자가 경매를 부친 채권자’라면 일단 안전하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강제 경매를 부친 경우이다. 이런 매물이 경매에 부쳐져 낙찰된 경우 세입자는 매각대금에서 전액 배당을 받고 집을 비워주게 된다. 대체로 세입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별도로 이사비를 줘가며 명도를 할 필요가 없어 초보자도 안전하게 낙찰 받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낮은 값에 낙찰됐다면 세입자의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나머지 세입자가 못 받은 금액만큼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가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미분양, 공실 주택은 권리를 바로 넘겨받을 수 있다. 경매에 부쳐진 부동산에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면 크게 두 가지 사례로 나뉜다. 하나는 경매 부동산에 사람이 살고 있다가 이사를 가면서 폐문부재가 된 경우다. 이럴 경우 짐이 없다면 잔금을 납부하고 바로 입주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처음부터 입주하지 않은 미분양 상태의 부동산이다. 건물은 지었지만 입주자를 찾지 못한 채 경매에 부쳐졌다면 낙찰자는 바로 입주해도 된다.

비어 있는 부동산이기 때문에 굳이 소유자 또는 세입자 등을 내보낼 필요가 없어 낙찰 후 바로 자물쇠를 열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입찰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얼마든지 낙찰 받아 낙찰 목적에 맞게 바로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폐문부재 상태에서 이삿짐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까다로운 명도 과정을 거쳐야 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입찰 전 이삿짐 유무에 따라 명도 난이도와 전략도 달라짐에 유의해야 한다.

여섯째, 인도 받기 쉬운 경매 물건이 권리상 안전한 부동산이다. 손쉽게 권리를 넘겨받는다는 것은 명도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재빨리 권리를 넘겨와 입주를 마친다는 뜻이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경매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명도가 어려운 부동산은 이해당사자가 법적인 권리를 주장하며 시간을 끌거나 항고를 남발해 입주를 지연하는 권리자가 있다는 뜻이다. 권리관계가 명확 단순하고 입주에 따르는 어려움이 없는 부동산이 안전한 경매 물건이다.

인도받기 쉬운 경매 물건으로는 임차인이 배당신청을 하고 배당 가능성이 높은 물건, 최우선 변제 소액임차인이 많은 주택, 임차인의 2/3 이상이 최우선변제 대상이거나 배당을 요구한 경우, 점유자나 채무자가 소유자와 친인척 관계, 임차인수가 적은 상가나 사무실 등이다. 이런 경매 부동산은 임차인에게 일부라도 배당금액이 돌아가거나 배당을 통해 권리가 소멸되기 때문에 새로운 낙찰자와 분쟁을 벌일 염려가 없어 명도가 손쉬운 것이 일반적이다.

 

윤재호 metrocst@hanmail.net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경기대 서비스경영대학원 경매과정 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원 강의교수, 현 메트로컨설팅(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