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의 삼성은 글로벌, 현장, 선택과 집중 등으로 경영의 화두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대목이 빠졌다. 바로 경계의 파괴와 융합의 기조다. 실제로 삼성은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경영의 핵심을 특정한 키워드로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적 변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물론 나름의 화두를 내세워 정의내릴 수 있는 대목은 있으나, 현 상황에서 이를 명문화된 선언으로 남기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현재 글로벌 경제는 슈퍼스타를 원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비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시대는 끝났으며, 실제적인 화두와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과 구글이다. 이들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혁신과 비전을 빠르게 잡아온 기업들이다. 세상은 이들에 열광하고, 끝없는 지지를 보낸다.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대목이다.

여기서 삼성을 돌아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삼성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규모의 경제로 보면 삼성은 슈퍼스타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슈퍼스타는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입어 그들의 지도자가 되고, 그들을 아우르며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자 적 의미다. “삼성은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말은 영웅시대를 관통하는 실제적 추억과 괴리감이 있는 비판이지만, “제품과 회사의 비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온전히 타당하다.

하지만 이재용 체제의 삼성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뚜렷한 조직개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름의 체질개선을 통해 스토리가 있는 슈퍼스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영역의 파괴다. 삼성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ICT의 발전이 이재용 체제와 맞물리며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지점이 삼성페이의 등장이다. 삼성페이는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삼는 모바일 결제의 선봉이며, 핀테크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시사한다. 15년 전 이재용 부회장의 실패로 여겨지는 e-삼성의 에프앤가이드와 지금의 핀테크 열풍을 연결해보자. 오래 전부터 영역의 파괴는 존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또 하나의 비상을 노릴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융합의 기조가 포함된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이해하는 한편, 콘텐츠와 상품의 흐름에도 전사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B2B2C가 대표적이다. B2B2C는 삼성이 잘하는 B2C와 앞으로 잘해야 하는 B2B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선언적 의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전자가 삼성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은 크게 전자의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코닝과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가 포진해 있으며 중공업 및 건설에는 한화그룹 계열사 매각 전 기준으로 삼성중공업, 삼성물산(건설 부문),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이 있다. 화학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이 있고 금융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및 삼성벤처투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서비스에 삼성물산(상사 부문), 제일모직,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의료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웰스토리가 있고 사회공헌 및 문화예술에는 다양한 재단과 봉사단이 포진한 상태다.

이러한 계열사들이 각각의 방향성을 가지고 아이러니하지만 일관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삼성의 경쟁력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화두를 던지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기를 지켜보는 한편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은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의 새로운 실험은 재차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