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미션(Mission), 요즘은 TV 예능 프로에서도 흔히 등장해 귀에 익숙한 용어다. 정작 기업에선 예능 프로만큼도 비전과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당신의 조직에서 미션과 비전은 홈페이지 속의 화려한 구호나 액자 속의 글귀로 박제돼 있지는 않은가. 구성원 각각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잠꼬대로라도 말할 수 있을 만큼 미션이 직원 개개인의 삶에 체화되어 있고, 비전으로 가슴 뛰는 열정 조직을 만들고 있는가.

미국의 유명한 리더십 컨설턴트 존 R 카첸바흐는 열정적 조직의 기본적 요소로 규율 즉, 가치관을 꼽는다. “직원에게 활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기술한 수많은 목록에 규율이 드러내놓고 올라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규율 없이 직원을 활성화시키긴 힘들다. 비전 미션을 체화한 자기 규율을 성공적으로 적용해야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이하 IGM) 이사장은 국내에서 MVP(Mission(사명), Vision(비전), Passion(열정))의 가치관 경영 전파 및 실천에 앞장서온 MVP(Most Valuable Player)다.

CEO들의 멘토로서, 리더십 교육은 물론 경영까지 하는 양수겸장의 리더다. 리더십 이론과 경영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적용해가며 선순환의 시너지 효과를 본다는 그는 자타공인 행복한 CEO다.

2003년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8년 만에 직원 120여 명의 국내 굴지의 명품 교육기업으로 양적 성장을 이루어서가 아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체력관리가 걱정이고, 야근을 하는 직원에게 사유서를 내라며 만류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조직의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 조직의 리더십 이면엔 가치관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앉으나 서나’ 가치관 경영 전도사 전 이사장은 “인간은 영적 존재란 것을 명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하고 대우하면 직원은 스스로 움직이게 돼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가치 창출의 대가가 아닌 돈은 죽어도 안 받겠다는 결심과 각오가 곧 가치관 경영의 핵심”이며 “각자 고객, 동료, 상사, 부하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변화와 창조에 앞장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IGM에선 지위의 고저가 아닌 역할 구별이 있을 뿐이다. 식당 아주머니도 월요조회에 참여, 변화 경영을 ‘식단’에 반영해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강의 스태프도 고객만족도에 따른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선도적으로 일하고자 한다.

리더의 요건 ‘인사와 회계’ 투명성

가치 창출의 목적은 같되 각각 역할에 따라 적용 방법이 다를 뿐이다. 많은 경영자들이 “나만한 부하직원이 한 명만 있어도 내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하고 한숨을 쉰다. ‘중소기업이라 대기업만한 대우를 해주지 못해서’ ‘제조업이라 지식노동자들과는 달라서’ ‘요즘 신세대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서’ 원인 분석도 가지가지다.

이에 대한 전성철 이사장의 대답은 한결 같다. 소형차를 벤츠처럼 달리게 하는 것도, 벤츠를 경량급 소형차로밖에 달리지 못하게 하는 것도 결국은 부하의 책임이 아니라 경영자의 책임이란 진단이다.

“직원들이 CEO를 신뢰하면, 직원들 역시 받아들이게 돼 있습니다. 고용자를 객차가 아니라. 스스로 기관차가 되게 하십시오. 변화와 창조가 곧 자신의 가치이지요. 변화와 창조가 남을 위한 가치가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되면 내부의 기관차가 작동합니다. 똑같은 발마사지를 하더라도 돈 몇 푼 위해서 하는 것과, 사람들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선사하는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양지차 아닙니까. 그 다음부터는 상사가 오히려 변화하지 말라고 하면 화낼 겁니다. 그것이 경영의 요체요,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가치관경영의 구체적 적용 방법을 묻는 필자에게 그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리더는 입이 아니라 몸으로 말해야 합니다. 나도 저렇게 살아가야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빨간 펜으로 줄을 긋는 게 아니라 스스로 빨간 펜이 돼 모범이 돼야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지요.”

그가 말하는 리더의 모범은 인사와 회계의 투명성으로 요약된다. 비자금이 1원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푼돈 한 푼도 희미하게 다루지 않는 엄정함이 리더에 대한 존경과 조직에 대한 헌신을 낳는다는 설명이다. 전 이사장은 지방출장 중 구입한 생수, 군것질용 과자들 항목도 일일이 계산해 월급에서 제하도록 하는 게 회계 처리 원칙이다.

부하들이 경영자의 반칙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란 것.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CCTV로 365일 24시간 찍히듯 부하들에게 관찰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가 경영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인사에 있어서도 투명함은 마찬가지다. IGM은 능력과 성과만이 유일한 기준이고, 성-나이-학벌 등의 차별은 없다.

성과와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문화 자체가 조직에 열정과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는 크다. IGM이 명품기업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게 되는 데는 엄격한 강의 평가 공개도 한 역할 했다. 모든 강의 평가를 고객은 물론 전 직원이 월요조회, 메일, SMS 등으로 공유한다.

한번은 전성철 이사장에 대한 강의 평가가 형편없이 낮게 나왔단다. 한 직원이 충성심(?)에 점수를 상향 조작했다. 이것을 뒤늦게 안 전 이사장은 노발대발 그 직원을 공개적으로 호되게 야단쳤다. “당신이 IGM을 망칠 작정이냐”고. 그 다음부터 이 같은 왜곡 충성은 사라졌다.

“경영자가 먼저 규칙을 어기지 않더라도 부하의 위반 행동을 용인하는 것 자체가 조직을 오염시킵니다. 한번 용인하고 넘어가면 십년 공들인 노력이 한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지요.

리더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손해도 불사한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처음엔 다소 불편하고 손해 같지만 일단 직원들과 신뢰를 쌓고 나면 편해집니다.
일사불란 척척 손발이 맞아서 가니까요. 규율과 가치관은 리더가 먼저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모범을 보여야 조직이 살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직원들을 손님처럼 존중하라

그는 가치관경영은 ‘세상 좋은 것들의 집합’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라고 강조했다. 상충되는 가치가 있을 때 어느 것이 상위 기준인가를 분명히 해줘야 직원들이 헷갈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동안 각 기업들이 스스로를 가족으로, 직원을 식구로 표현하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전 이사장은 역으로 “직원을 손님으로 수탁받았다”고 생각한다. 더 유능하고 더 능력 있고 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하니 직원들을 어렵게 여기고, 존중하며 잘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통의 사내헌장은 기업을 위한 역량 육성의 내용을 담더라도 개인의 성공적 삶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는 경우는 드물다. IGM은 직원 개개인의 적성을 발견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찾게 해 성공친화적인 가치관을 수립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문득 그의 말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픈 짓궂은 생각이 발동했다. “당장 조직에서 꼭 필요한 인재인데 더 나은 조건을 향해 굳이 떠나겠다면 어쩌겠는가?” 전혀 망설임 없이 3초도 안 돼 답이 돌아왔다.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보내줘야지요.”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리더십은 마술이 아니라 과학”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특별한 비결이 아니라 공식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성회 칼럼니스트는…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