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이 쓰는 이미지 공유 SNS 인스타그램에 #SOKOGLAM이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꽤 많은 이색적인 사진들을 만나게 된다. 마스크팩을 붙이고 누워 있는 백인 남자의 사진부터 앙증맞은 패키지의 화장품을 든 중동계 미국인 여성의 사진들 같은 것 말이다. 한국에서는 SNS의 제법 흔한 ‘셀카’ 사진들이지만 지난해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의 젊은 남성들의 유난스러운 피부 관리에 대해 보도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실용적인 멋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에게서는 낯설기만 한 모습이다.

 

소코글램(Soko Glam)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뷰티 칼럼니스트 샬롯 조(Charlott Cho)와 그녀의 남편 데이비드 조가 2012년 미국 현지에 설립한 화장품 전문 쇼핑몰의 이름이다. 소코글램에 소개된 효과적인 한국식 스킨 케어와 이미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은 한국 화장품들이 만 3년 만에 까다로운 멋쟁이 뉴요커의 뷰티 습관을 바꾸고 있어 미국 내에서도 화제다. 사이트의 한국 화장품 판매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본지는 샬롯 조 공동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현재 미국 내에 점화한 한국 화장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 유통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미국에서 태어난 나는 다른 미국인들처럼 별로 좋지 않은 뷰티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기업에 취업해 한국에 살면서 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내 피부를 돌보게 됐다. 휴일에 미국 집으로 갈 때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내게 입소문난 한국 화장품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미국에서 한국 제품을 사는 것은 어렵고 너무 가격이 높게 매겨졌거나 배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K-뷰티의 잠재력이 미국 시장에도 잘 적용될 것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그래서 소코글램(Soko Glam)을 시작했다.

 

소코글램의 정체성은 한국 화장품 구매대행사인가? 그렇다면 아마존 등을 통한 직구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소코글램은 단순한 e-커머스 사이트가 아니라 미국 시장에 최상의 한국 화장품을 선정해 제공하는 한국식 뷰티·라이프스타일 사이트다. 우리는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하고 소비자들이 한국 뷰티 제품을 발견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아마존과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는 K-뷰티의 종착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브랜드와 강력한 제품군에 대해 알려 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미국 고객과 연결해주고 미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회사다.

 

소코글램의 구매자들 중 한국인 등 아시아인의 비중과 미국 현지인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대다수는 미국인으로 전체의 70%가 넘는 고객들이 아시아인이 아니다. 한국 고객과 미국 고객의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적절한 케어와 투자를 통해 피부가 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메이크업에 더 전념한다. 그들은 나이가 들고 노화의 징후를 보고 나서야 스킨 케어 제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스킨 케어에 대한 마인드가 다르다.

 

미국 현지의 소코글램 고객들은 대체로 어떤 특징이 있나? 호기심 강한 얼리어답터이거나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어린 소비자인가?

우리 고객들은 18~34세의 여성들로서 한국 뷰티 제품을 처음 접하는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뷰티 잡지나 미디어를 통해 한국 뷰티 제품의 장점에 대해서 듣고 우리 사이트를 찾는다. 이들은 메이크업보다 스킨 케어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뷰티 습관에 관심이 크다. 각자의 피부 고민에 적합한 어떤 제품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바르는가 등 한국의 스킨 케어 방법을 배우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어떠한가?

한국 고객들은 놀라울 정도로 스킨 케어 제품이나 메이크업 제품에 대해 박식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서양 업체들에 비해 반응도 즉각적이고 소비자 수요에 적응을 잘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화장품들은 미국에서 ▲가격이 저렴하지만 퀄리티가 높고 ▲서양 제품들에 비해 10년 앞서갈 만큼 혁신적이고 ▲자연적이고 순한 성분에 집중하고 ▲패키징 등 디자인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뷰티 아이템 중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거나 관심이 높은 품목은?

현재 미국 고객들은 마스크팩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거의 10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인기를 모은 아이템이지만 서양인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워시오프 타입의 진흙팩을 주로 쓰는데, 사용 후에 물로 씻어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진흙팩이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면 한국 화장품 회사와 고객들의 경우 수분 공급과 간편한 사용법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에 마스크팩이 발달했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광고 카피는 한국 여성들이 공통으로 신봉하는 격언이 됐다.

서양의 소비자들은 오일 베이스의 클렌저 사용 이후 워터 베이스 클렌저를 사용하는 ‘더블 클렌징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전통적으로 서양의 소비자들은 기름진 오일 클렌저의 질감을 선호하지 않았다. 소코글램 블로그에 더블 클렌징의 효과가 소개되면서 오일 클렌저는 사이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가 됐다.

 

한국 브랜드 각각의 이미지는 미국에서도 똑같이 받아들여지는가? 예컨대 한국에서 에뛰드 하우스는 십대용, 바닐라코는 색조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한국 소비자들과는 달리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들에 대한 기대나 선입견이 없다. 서양의 고객들은 소코글램을 통해 한국의 브랜드에 대해 처음 알게 되기 때문에 나의 주관도 많이 참고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바닐라코는 색조 제품으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브랜드의 ‘클린잇제로(Clean It Zero)’ 클렌저를 무척 좋아해 소코글램을 통해 이를 공유했고, 많은 서양 소비자들은 바닐라코를 고성능의 클렌저 생산업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샬롯 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아이템은?

너무 많지만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XP’, 미샤의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 바닐라코의 ‘클린잇제로’, 투쿨포스쿨의 ‘다이노플라츠 마스카라’, Su:m37의 ‘워터풀 젤로션’과 ‘미라클 클렌징 스틱’, 클리오의 ‘워터프루프 펜라이너’를 꼽겠다.

 

대표가 보는 한국 제품의 진짜 강점은?

한국 화장품은 제품의 포뮬라부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이고 창조적이라는 점이다. 한국 뷰티 제품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영감을 받고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스킨 케어와 뷰티 케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든다. 한국 사람들의 창의력이 화장품 산업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어서 흥분된다.

 

대표가 꿈꾸는 소코글램과 대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말해 달라.

서양인들이 한국의 스킨 케어 테크닉과 한국 제품을 통해 자신들의 피부를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배우도록 도와주고 싶다. 많은 소비자들은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자신들의 피부가 개선됐다며 이는 제품 때문만은 아니고 10 스텝에 이르는 복잡하고 섬세한 한국 스킨 케어의 방식을 따르는 사고방식의 전환 때문이었다고 알려왔다.

공동창업자인 데이브와 나는 서울을 아시아에서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곳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고 두 나라의 특혜를 받고 자랐지만 사람들부터 음식, 쇼핑, 나이트 라이프, 문화, 에너지, 서비스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같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글로벌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큰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그것이 내가 소코글램을 통해 한국 뷰티 제품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이유다.

올 가을 미국의 유명 출판사인 하퍼콜린스를 통해 한국의 스킨 케어와 문화를 담은 <더 리틀북 오브 스킨 케어: 건강하고 빛나는 피부를 위한 한국의 뷰티 시크릿 (The Little Book of Skincare: Korean Beauty Secrets for Healthy)>이라는 책도 출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