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양 재단은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러한 사실을 발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삼성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5월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되어 1991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으며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지원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이 재단 운영 자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다.

삼성문화재단은 역사가 더 길다. 1965년 이병철 창업주가 설립했으며 호암미술관, 플라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마찬가지로 최근까지 이건희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이 지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양 재단 이사장 선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며 1년이 넘에 그룹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인수합병 및 글로벌 경영, 조직의 슬림화 및 적절한 오픈정책을 바탕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결국 그룹 경영승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용 체제의 1년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시기에서 삼성SDS 주식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되어 운신의 폭이 늘어난 대목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선임을 연결하면 결론적으로 ‘경영승계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양 재단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문화재단 이사장 임기는 이달 말 종료되지만 삼성문화재단은 2016년 8월 27일까지다.

여기에 그룹의 핵심인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자리를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한 부분은 대내외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로 부각될 소지가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경영승계적 차원에서 직접적인 관련이 적지만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자리를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을 발표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재단의 설립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경영철학과 사회공헌의지를 계승 및 발전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조직의 1인자, 즉 수장을 맡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 및 오너 일가의 승진이 없을 확률이 높은 상태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성장동력과는 무관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처음으로’ 조직의 수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리더십과 접점을 이루며 이재용 부회장의 대내외적 위상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양 재단 이사장 선임은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선 이 부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정신을 계승한다’는 상징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의 2.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4.7%, 삼성화재 3.1%, 제일모직 0.8%, 삼성SDI 0.6%, 삼성증권 0.3%, 삼성물산 0.1% 등 주요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