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컨퍼런스 비글로벌 서울 2015(beGLOBAL SEOUL 2015)가 폐막했다. 1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지털프라자 알림 1관에서 열렸던 본 행사는 말 그대로 국내 스타트업의 재발견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마련됐다. 비글로벌 서울 2015는 서울의 '비론치(beLAUNCH)'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비글로벌(beGLOBAL)'로 나누어 열리던 컨퍼런스를 올해 처음 '비글로벌(beGLOBAL)'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했다.

올해 행사에는 다양한 스타트업 및 VC, 미디어 및 관계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아시아와 중국,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를 겨냥한 가능성과 비전이 마치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는 평가다. 스타트업 배틀과 퀄컴의 ‘참전’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 스타트업 배틀 참가팀. 출처=비글로벌 서울 2015

이런 상황에서 비글로벌 서울 2015는 마지막 순간까지 네 가지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다.

먼저 IT와의 콜라보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인 ‘핀테크’는 최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국내가 간편결제 중심의 기술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지점에 머물러 있다면, 해외에서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너지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재조명됐다. 랜딩클럽(Lending club)이 대표적이다. ‘P2P(Peer to Peer·개인 간 연결)대출’ 시스템을 활용해 핀테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랜딩클럽은 온라인이라는 무기로 비용을 낮추고, 남는 역량을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렌딩클럽의 공동 창업자인 소울 타이트는 비글로벌 서울 2015를 통해 “어쩌면 앞으로 10년 후 우리는 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며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 대형 은행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서로 협력해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의 혁신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위해 관련 스타트업이 일종의 생태계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은행보다 더 은행을 잘 알고 있는 카드추천 스타트업’ 뱅크샐러드가 눈에 들어온다. 추천 알고리즘 기술을 바탕으로 수수료에 집중해 사업을 추진하는 부분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15일 음식물류회사인 덤앤더머스를 인수한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단순한 맛집검색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IT와 푸드의 만남을 큐레이션의 영역으로 견인시키는 것이 최종목표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는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한 직후 미래성장동력을 강조하며 “앞으로 푸드테크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드테크가 IT기술 및 큐레이션 알고리즘 탑재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푸드테크의 역사가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 출처=우아한형제들

하지만 비글로벌 서울 2015에 IT와 기존산업의 콜라보인 ‘테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유경제도 단연 화두였다. 컨퍼런스 첫 날 공유경제 기업의 국내지사 대표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여 눈길을 끌었으며,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미래도 공유경제에 집중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흥미로운 점은 공유경제 스타트업의 특성화 경향이다. 실제로 공유경제는 ‘남는 재화를 함께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기본적인 인식을 넘어 이제 ‘서비스의 특성화’를 논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비글로벌 서울 2015를 통해 공유경제 기업들이 궤도에 올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담론이 펼쳐졌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등장이 스타트업의 먹거리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굵직굵직한 공유경제 기업 외 주차장 예약 및 결제를 지원하는 파크히어와 특화된 숙박 공유기업인 코자자, 그리고 잠재적 우버의 경쟁자인 쏘카가 눈에 들어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O2O도 스타트업의 중요한 화두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모색하는 O2O는 모바일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매김했으며, 당연히 스타트업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했다. 다만 비글로벌 서울 2015의 O2O 스타트업은 일단 주변부 경쟁력에 방점을 찍고 틈새시장을 엿보는 뉘앙스가 강했다. O2O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에서 정교한 전략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 인프라도 단연 대세였다. 비글로벌 서울 2015에서 사물인터넷에 집중한 스타트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디, 마커 등에서 다양한 전통적 영역이 사물인터넷으로 묶여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새롭다. 예를 들면 의료용 제품의 초연결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구축되고, 필기를 위한 펜의 움직임이 초연결과 만나 클라우드로 변신하는 장면이다. 결국 스타트업의 관심은 사물인터넷과 O2O를 관통하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