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아기 예수’ 엘니뇨가 깨어난다는 예고에 원자재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1997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지난 해 틀린 예고로 피해를 입은 원자재 투자자들은 이 경고를 믿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번 주 호주 기상청의 엘니뇨 현상 예고로 인해 원자재 상품 투자자들과 농산물 생산자들은 크게 혼선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와 같은 기상이변이 나타나면 원자재 가격은 폭등한다. 2009-2010년에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엘니뇨 현상으로 동남아와 호주의 작물 피해가 특히 커 당시 농산물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또 나타나지 않을 경우엔 가격 폭락을 야기해 투자 손실을 야기한다.

엘니뇨 현상은 19세기 페루의 어부들에 의해 관찰된 이후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페루 앞바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많이 올라 중남미와 미국은 집중호우로 홍수가 나게 하고 호주·동남아·남부 아프리카에선 가뭄이 야기한다.

호주의 경우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밀 생산의 타격을 받게 되고, 목초 공급이 줄어 유제품과 쇠고기 생산도 어려워 진다. 또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대부분이 농업 국가인 동남아 지방의 원자재 생산에도 악영향을 준다. 특히 니켈과 구리의 세계 최대 생산지인 인도네시아의 가뭄은 니켈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투자은행 UBS는 금의 최대 소비자인 인도 농부들이 엘니뇨 가뭄으로 어려워져 금 구매가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2014년 엘니뇨에 대한 예고가 틀렸듯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원자재 시장 브로커인 마렉스 스펙트론은 FT와의 대화를 통해 “엘니뇨의 위협이 1년 이상 지속되자 아무도 믿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원자재 시장은 ‘양치기 소년’과 같은 기상예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해에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심상치 않다면서 세계 기후전문가들은 십수년만의 몬스터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어나지 않아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엘니뇨는 한국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남부와 남미의 브라질, 에콰도르 등에 호우가 심해지면 한국과 일본에서 태풍의 위력이 강해져 여름철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