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 일명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에 쏟아지는 관심이 상당하다. 특히 언론계는 사실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페이스북 뉴스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그 파급력을 계산하는 상황이다. 분위기는 갈린다. "콘텐츠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과 "거절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조건"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입장에서 페이스북 뉴스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좋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말 그대로 재앙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출처=페이스북 공지

극단의 시선
현재 언론은 위기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독자적 유통 주도권을 상실하고 백화점의 상품처럼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을 뿐이다. 물론 상품을 결정하는 것도, 잘 팔리는 곳에 위치시키는 것도 모두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는' 백화점의 몫이며 권리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단 긍정적인 대목은 이용자 입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뉴스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페이스북 뉴스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언론사도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매력적인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본다. 트래픽과 매출에 매몰되어 헉헉대는 온라인 시대의 언론사들에게 페이스북이 해결방법을 찾아 줬다는 논리다.

실제로 버즈피드의 경우 '함께하는 조건'으로 까다로운 7가지 조항을 페이스북에 제시했다고 한다. 트래픽 측정을 위해 컴스코어와 연동시킬 것과 구글 애널리틱스가 모든 콘텐츠에 작동할 수 있도록 하며, 버즈피드의 내부 분석 툴과 호환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페이스북을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언론사는 이러한 조건이 받아들여 졌음에 감탄하며 "감동적이다"고 탄성을 내지른다. 광고매출도, 다양한 서비스 지원 방식도 훌륭한 기술력이다.

결론적으로 페이스북 뉴스를 괜찮은 기회로 여기는 언론사는,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매출과 트래픽에 목이 매어 허덕이는 언론사를 위해 페이스북이 아주 훌륭한 조건으로 우리 사정을 다 맞춰가며 지원한다잖아. 봐라. 트래픽 합산도 가능하다. 수익은? 방식은 어때?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어?"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반론은 무엇이 있을까. 두 가지다. 하나는 페이스북의 정책이 변경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이에 길들여지는 순간, 페이스북이 룰을 바꿀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IT매체 리코드는 “페이스북이 언젠가는 현재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실제로 그 동안 페이스북은 늘 그렇게 해 왔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콘텐츠 장악력에 대한 기본적인 경계다. 지금의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의 관계를 곰곰히 생각하면 된다.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리고 이는 페이스북이 왜 언론사에게 악재인지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서다.

▲ 출처=페이스북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며 언론사의 편의를 모두 봐주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여기에 길들여지는 순간 페이스북이 게임의 룰을 바꿀 확률이 높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 지점에 일차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백보 양보해서 그러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아름다운 상생이 계속된다고 상상하자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연결'의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떠올려보자.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대부분 페이스북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아이템을 통해 건별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페이스북이 폐쇄형 SNS라는 점을 고려하면 간단하다. 사물인터넷이 모든 것을 연결하지 못하고 클러스터링의 방식으로 나름의 영역을 지향하듯이,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계의 연결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화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평소 IT업계에 몸담고 있으며 관심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의 친구 및 구독은 100%가 아니더라도 IT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알고리즘의 변화는 콘텐츠의 확장을 방해할 전망이다. 나는 페이스북을 하면 할 수록 '폐쇄적으로 고립되며, 그 안에서 연결의 경계까지만 뻗아간다'는 뜻이다.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은 '소중한 친구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용자의 뉴스피드 콘텐츠 노출을 친구 콘텐츠에 국한시키는' 알고리즘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정신없이 사라지는 뉴스피드 콘텐츠 중 정말 필요한 콘텐츠만 보여주자는 정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역으로 '친구 외 콘텐츠 노출 제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구의 콘텐츠는 보여도 기존 친구가 관심을 보이던 콘텐츠를 확인할 방법이 막힌다는 뜻이다. 이해되는가? 페이스북 내부에서 오가는 정보의 범위를 축소시킨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페이스북 뉴스 시스템과 건별로 소비되는 (언론) 콘텐츠 방식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체 브랜드가 강력한 대형 언론사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손발이 잘리게 된다. 범용적인 영역을 자랑하는 대형 언론사의 경우 확장은 곧 생명이다. 그런데 건별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를 '페이스북을 통해 고립되어 있는 이용자'에게 전달하며 2차, 3차 확장의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중소 언론사는 사정이 다를까?

인스턴트 아티클이 콘텐츠를 제공받아 인링크의 방식으로 가져가되, 트래픽 합산을 나눈다는 이유로 언론사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를 고립시키고 콘텐츠를 건별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교하고 완벽한 주도권을 잡을 전망이다. 포털이 생각하지도 못한 영역이다.

여기가 제일 중요하다. 페이스북이 매력적인 플랫폼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론사가 '혹시나'하면서 행복한 꿈을 조심스럽게 꿀 여유가 없는 이유다. 단순히 광고 및 매출의 문제를 떠나 콘텐츠 유통의 기본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인스턴트 아티클이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구동되고 확산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이용자 고립과 건별로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콘텐츠 수급 방식은 궁극적으로 이용자에게도, 언론사에게도 마냥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순간, 모든 게임은 끝난다.

보완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물론 인스턴트 아티클의 유통 방법과 확장 전략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이용자 고립의 단면만 보고 유난을 떠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열식의 포털보다 연결을 조절할 수 있는 페이스북이 유통 주도권을 완벽하고 촘촘하게 틀어쥐는 것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영향력 확장을 걱정하는 언론사가 연결의 가치와 만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미래라는 점이 씁쓸한 뿐이다.

여기에 하나 더. 국내에서는 조용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페이스북의 감정조작 실험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었었다. 쉽게 말하자면 페이스북 이용자의 행복도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 이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논문으로 작성한 사태다. 윤리문제가 지적될 정도로 큰일이었다. 하지만 더 크게 보자면, 이는 알고리즘이 세상을 결정하고 규정하는 무서운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연결의 모든 것을 쥐고있는 페이스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