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2일 새벽 유럽으로 떠났다. 출장의 공식적인 성격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이사회 참석과 유럽지역 사업 점검을 위함이다.

이 부회장이 다양한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를 누비는 것은 삼성 입장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다.

▲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역사
모든 인간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명사도, 당장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뒷골목 취객도 마찬가지다. 나름의 발자취와 추억, 그리고 흔적은 평등한 법이며 그 무게는 동일하다. 이재용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이다. 어려서부터 '사람을 관찰하는 일'을 즐겨했던 아버지 이건희 회장 밑에서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1991년 처음 삼성에 입사한 이후 잠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영대학원 석사과정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밟았던 것을 빼면 꾸준히 삼성맨으로 활동한 셈이다.

이후 이 부회장은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 양성과정을 밟으며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한편, 더욱 구체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당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는 지금의 이 부회장에게 상당한 '강점'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스마트'라는 키워드가 세상을 휘감는 순간 이 부회장은 세상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이 부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대목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삼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갤럭시S2의 경우 이재용 폰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이 부회장의 흔적이 강하게 배어있는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갤럭시S2의 성공으로 이 부회장은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침은 있었지만, 현재의 갤럭시S6에도 이 부회장의 의지가 진하게 묻어 난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삼성전자

키워드는 글로벌-포옹력-현장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경영전반에 나선 이 부회장의 키워드는 글로벌과 포옹력, 그리고 현장중심이다. 이 회장이 사업을 관통하는 화두를 제시하고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면,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전반에 나서 현장을 챙기는 스타일로 여겨진다. 여기에 글로벌 감각이 더해지며 전략적 유연성이 돋보인다. 이 부회장은 애플의 팀 쿡 CEO와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를 연이어 만나 특허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했으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연이어 회동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도 노련해졌다. 방산업체 매각으로 조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기술적 진보를 스스로 선도하기도 했다. 모바일 솔루션 경쟁력을 위해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의 가능성을 타진한 대목도, B2B에 방점을 찍어 사물인터넷 전반의 전략을 짜는 대목도 긍정적이다. 조직의 가능성을 내부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부분도 평가받을만 하다.

하지만 가장 탁월해진 부분은 역시 조직의 실리추구다. 이런 측면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핵심을 찔렀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다르다"며 "기업 규모의 성장에 집중했던 이 회장과 달리 실질적인 수익성에 방점을 찍을 것이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이 부회장의 개인적인 소탈함까지 겹치며 알수없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낸다.

왜 주목해야 하는가?
사실 이 부회장처럼 오래 준비된 경영자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반반이다. 일단 전면에 나선지 1년이 된 상황에서 경영능력에 합격점을 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지만, 외신의 혹독한 비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1년, 삼성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다양한 정책적 포석이 어우러지는 현상을 꽤 많이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B2B에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극적으로 대입한 부분이다.

초연결의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모든 사물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각각의 영역에 맞게 클러스터링되는 방식으로 제한적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기업의 거래를 의미하는 B2B에 사물인터넷, 즉 미래의 클러스터링 연결방식을 접목하는 방향성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한 마디로 업그레이드다.

더 나아가 이 부회장 1년 동안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조직의 '속도'가 빨라진 대목이다. 수직계열화의 기조는 여전하지만 내부에서 상황별로 대응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비전을 그리는 대목도 극적이다. 자연스럽게 영역의 파괴가 벌어질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헬스의 방향성에 주목하고 다양한 기술을 중심부와 주변부에 위치시키는 대목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 회장부터 이어진 반도체 인프라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으로 응축되는 대목도 있다. 평택의 세계 최대 라인은 일단 모바일 반도체의 낸드플래시 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2017년에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이 부회장의 온전한 공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위기가 닥치면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심지어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오너일가는 다양한 논란의 중심에서 분명한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곤란하다. 대기업의 횡포와 그와 연결된 다양한 패착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낮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단체의 보고서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순수하게 경영능력과 리더십만 보자면, 지금의 이 부회장은 분명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며 이 부회장이 우리의 유일한 구세주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갑작스럽게 경영전반에 나선 이 부회장이 의외로 괜찮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의 숫자를 믿으며, 더 나아가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움직임이 정교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만 하다. 여기에 영역의 파괴로 파고드는 과감한 경영본능도 있다. 이재용의 삼성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현재로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