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농산물값 고공비행… 원자재 펀드·금 등 헤지성 상품 유망

지난 1982년, 미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 시내 한복판을 행진했다. 농민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고함을 지르는 통에 이 도시는 홍역을 앓았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순박하던 농민들을 수도로 상경하게 한 요인이었다.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발탁해준 카터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독일계 사나이는 줄기차게 금리를 인상했다.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던 미국인들은 금리 인상에 또 한 번 울었다.

2011년 3월, 대한민국은 30년 전 미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연초부터 물가가 급등하면서 정책 당국과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 기준금리는 3%.

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금리 인상 조치인데, 물가 억제 목표 마지노선이 무너지자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든 것.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4.1% 상승하며 물가 당국의 가이드라인(3土1%)을 넘어섰다. 정정불안으로 고공비행 중인 국제 곡물가, 유가 등이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 조치가 인플레이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책 당국자들 입장에서도 가장 인기 없는 정책인 금리 인상을 더 밀어붙이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

지난해 환율 전쟁의 포화가 아직도 자욱한 가운데 금리 인상은 원화가치 상승을 유발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리스크가 있다. 잠재적인 복병인 부동산, 환율, 가계 부채 등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금리 인상은 자칫하다 서민가계의 부채 뇌관에 불을 붙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재테크 전략은 이렇다. 채권, 금, 원자재펀드, 현금, 주식 비율을 재조정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낼 투자 자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금리 상승기에 적합한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라는 주문이다.

물가 상승이나 금리 인상이 주식 투자의 적은 아니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를 비롯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종목 등은 유가 상승이 몰고 올 파장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만회하고도 남을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기예금도 단기상품 갈아타야

“원만한 인플레이션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원재료에 대한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도록 하는 반면, 높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고 경제 전반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中>”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경우 투자를 권할 만한 상품은 무엇일까. 금리 상승기 포트폴리오 구성 상품으로 떠올려볼 금융 자산은 시중은행의 고금리 예금상품이다. 정책 당국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시중은행들도 실세 금리를 소폭이나마 상향 조정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은 투자자들은 고금리 예금상품에 관심을 기울여볼만 하다. 시중은행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스마트폰 상품이다.

금융지주 빅4의 영업대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스마트폰을 새로운 유통채널로 육성하려고 하는 각사의 스마트폰 유통 채널 전략과 맞아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는 것.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전용 상품으로 U드림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4.91%의 금리로 스마트폰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1인당 가입 한도는 500만 원이다. 농협도 채움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스마트 폰으로 가입할 경우 연 4.8%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 상승기에는 정기예금도 단기 상품으로 바꿔 금리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물론 시중은행 고금리상품, 정기예금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는 물가상승률이다.

포트폴리오 박스에 집어넣을 두 번째 상품은 금, 은을 비롯한 보험성 상품군이다. 급격한 경기 하락에서 수익률을 보호할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상품이 금이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 원자재펀드, 현금, 주식 비율을 재조정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통한 고금리 예금상품도 관심 끌어

소액 적립식 투자로 숨고르기

재작년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달러 자산과 더불어 급등세를 보인 금값은 잠시 주춤하며 급등세는 한풀 꺾였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듯, 고공비행을 거듭해온 금값은 지난 2일 현재 온스 당 1415.38달러를 기록했다.

금은 세계 경제가 출렁일 때는 달러를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물가가 상승할 때는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는 상품.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아직 포트폴리오 전체의 수익률을 담보할 보험상품의 성격은 유효하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소액 적립식 투자를 하라는 것이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팀장의 조언이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이 금 관련 예금 상품을 다루고 있다.

원유나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펀드에도 관심을 기울여 볼만 하다. 국제 유가가 올 들어 북아프리카, 이슬람권의 정정 불안으로 급등하며 수익률이 고공비행하자, 원유, 농산물펀드 등도 덩달아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것.

지난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원유 관련 펀드 3개월 수익률은 10%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각각 2.32%, -1.78%인 것을 감안하면 월등한 수치다.

원자재펀드 가운데는 미래에셋맵스의 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원유-파생)’가 3개월 수익률 13.35%로 원유펀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한국투자WTI원유특별자산자 1(원유-파생)(A)’ 펀드도 같은 기간 수익률이 11.27%로 뒤를 이었다.

송민우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 골드PB센터 팀장은 “미국이 지속적인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하다가 금리를 올렸을 때도 다우지수는 오히려 대세 상승한 경험이 있다.
이에 시장이 흔들린다고 위험자산에서 완전히 이탈하기 보다는 물가, 금리, 경기, 주식이 모두 같이 상승하는 시기가 도래할 가능성도 보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박영환 기자 yungh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