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경영목표, 경영이념, 슬로건, 경영방침과 같은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대부분 한국기업 경영철학에는 매출과 이익에 관련된 지표가 당연히 내포돼 있지만, '고객을 향한 마음'도 담고 있다. 고객 유형에는 회사매출 관련 <소비자>를 우선 떠올리지만, 넓게는 <회사 주주>와 <임직원>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익잉여금 1/3을 회사에 유보하고, 1/3은 주주배당으로 처분한다. 그리고 1/3까지는 아니지만 나머지의 일부를 고객과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3・3・3방침도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고객'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IR에서도 고객은 정말 중요하다. IR의 고객은 해당업종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와 해외・국내 주주 또는 잠재적 투자자인 주식투자자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IR의 고객인 주식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IR 원칙에는 신뢰성, 적극성, 공정성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게다가 일관성, 편의성, 지속성 등 다른 요소도 갖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IRO는 주식관계자에게 정확하게 얘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경영현황과 장점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당연히 그 해결방안과 대체 가능한 요소도 같이 제시해주면 금상첨화다. 그 문제점을 주식관계자가 먼저 거론할 경우에는 IRO가 인정할 건 인정해주는 것이 좋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IR을 처음 시작하던 2000년 당시 필자가 소속된 메리츠화재(옛 동양화재) 주가는 300원대(액면가 500원기준)였다.

Lee Capital(대표이사 이남우)의 애널리스트 겸 펀드매니저인 이형진 부장과 미팅할 때가 생각난다. 이익규모와 매출의 마켓쉐어(MS)가 정체돼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이었다.

앞으로 이익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반박한 필자는 MS 정체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이 부장은 깜짝 놀란 눈치다. 회사 약점을 IR팀장이 곧바로 인정하니 말이다. 필자는 이외 다른 약점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해결방안과 대체요소를 제시했다.

이후로 잡힌 미팅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약점에 대한 해결방안과 메리츠화재 미래 전략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이 부장은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당사 주식을 엄청나게 샀다.

얼마 지난 후, 어떻게 그렇게 금방 의사결정을 해 우리 회사 주식을 사들였냐고 물어봤다.

그는 "회사의 단점을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길래 장점과 미래전략도 당연히 믿었다"고 말했다.

이형진 부장은 더군다나 당사를 대신해 다른 기관에게도 IR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물론 주가는 1년 만에 4배가량 올랐다.

지금은 못 만난 지 5년이 넘었지만 당사 최초 기관투자자로 당사 IR에 큰 신뢰를 보여준 이남우 대표와 이형진 부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IRO는 주식관계자에게 자료제공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당사 분석자료 뿐만 아니라, 해당업계와 경쟁사 분석 자료도 공시위반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는 재빨리 제공하면 금상첨화다.

2000년 메리츠화재는 당사 데이터를 포함해 경쟁회사, 손해보험업계 분석자료를 애널리스트에게 제공했다. 업계 처음이다. 공시 사항인 각사 사업보고서 자료를 정리해 항목요소별 회사별(업계평균, 상위사평균) 분석자료를 매월 정기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타사를 디스(Dis:disrespect-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타사와 손해보험업계와 비교해, 당사의 위치, 우위와 열세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이 다 분석해 리포트가 나온 후에 제공하는 것보다 그 이전에 신속하게 전달함으로써, 애널리스트에게는 본인의 리포트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게 하고, 펀드매니저에게는 신속하게 주식매수를 의사 결정하는데 지원이 되게 한 점이 매우 좋았던 IR전략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시점부터 메리츠화재가 IR을 잘하는 회사라 불리기 시작했다.

2002년 미국 투자신탁회사인 킹던캐피탈(Kingdon Capital:대표 Sanjay)은 당사와 IR 미팅후 메리츠화재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10%에 가까운 메리츠화재 주식을 추가매수하기 시작한 것은 당사와 한국 손보업계 동업사 분석자료를 타사보다 먼저 제공한 시점부터다.

물론 외국인 지분도 2002년 5%였던 지분이 2004년에는 40%까지 상승했고, 2005년 주가는 2002년에 비해 4배, 2000년 비해서는 무려 16배가량 뛰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IR은 정확하게 얘기하되, 장점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솔직하게 얘기할 것을 추천한다.

주식관계자에게 자료를 제공할 때는 최대한 신속하게 하는 것이 좋다. 두 가지가 상대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할 때, IR을 잘한다고 평가받기 시작한다.

참고로 지난 연재물 '우리 회사에 정통해라①편'에서 메리츠화재 자금부 기호준 팀장과 기획관리실 부하직원 신 대리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더니, 주위에서 신 대리가 누구냐고 많이 물어보셨다. 2003년 전후에 퇴직한 신민경 대리로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