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누구보다 공기업 개혁에 가장 장 어울리는 인물 중 하나다.

고시를 통해 감사원에 입사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삼성으로 넘어가 ‘경제’를 배우고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온 인물로 그 누구보다 경제와 공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도전’이라는 자서전 제목처럼 공무원, 대기업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제주지사 후보, 마사회장 등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올 봄에는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며 그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현명관 회장은 1941년생으로 행정고시 4회 출신이다. 지난 1968년부터 1978년까지 10년 동안 감사원 부감사관으로 공직에 몸담고 있다가 지난 1989년 호텔신라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지난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시절 첫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과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캠프에 참여해 경제 관련 자문역할을 했으며 지난 2013년부터 마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삼성으로 간 이유에 대해 “경제를 배우러 갔다”고 대답할 만큼 그의 경제관은 삼성, 이건희 회장을 닮았다.

지난 2013년 신임 마사회장으로 취임 한 후 한 인터뷰에서도 그 같은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시 그는 “고객만족 경영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 5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삼성 스타일을 접목해 조직에 도전정신을 심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이 늘 강조하는 ‘고객만족’과 ‘서비스’를 강조한 대목이다. 이 같은 그의 ‘삼성 스타일’은 지난해 ‘마사회 신경영’ 선언에서 보다 더 강화된다.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이후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지내며 개혁을 이끌었던 주역으로써 당시 삼성의 개혁정책을 마사회에 접목한 것이다.

지난해 말 마사회 노사는 500명 이상 공기업으론 처음으로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또, 1인당 연 919만원에 달하던 복리후생비를 547만원으로 47% 삭감하고 고객감동 실천, 말산업 육성, 사업 다각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10대 혁신과제’도 내놨다.

현명관 회장은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조직의 체질을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성과주의, 신속한 의사결정 등 ‘삼성 스타일’을 접목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마사회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모든 것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짧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직에 도전정신이라는 씨앗을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조직원의 10%이며 이런 개혁의 씨앗이 될 사람들을 만들어 자신이 없더라도 마사회의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 회장은 승마와 마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우선 회장 부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써, 노인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활동의 기회를 제공 중이다. 각 지역 내 문화공감센터에 마련된 카페에서는 ‘실버 바리스타’ 직접 고용해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승마가 ‘귀족스포츠’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개선하고자 ‘재활승마’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재활승마’는 196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 된 것으로 지체장애나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마사회 역시, 지난 2012년부터 ‘재활승마지도사’ 자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마사회=경마’, ‘경마=도박’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말을 중심으로 한 레저, 문화, 관광 등이 모두 마사회의 사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천경마공원을 자연생태계 테마공원과 어우러진 가족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다는 계획과 장외발매소를 백화점 문화센터를 능가하는 지역주민의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더 재미있고 익사이팅한 볼거리를 위해 국제경마대회라는 새로운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는 재미를 기수와 말은 능력을 배양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현 회장을 통해 마사회와 승마가 단순히 보기만 하는 오락에서 건강과 생활의 일부가 되는 ‘승마’산업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명관 회장은 안으로는 ‘삼성DNA’를 주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사회공헌과 재활승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스포츠, 문화의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같은 현 회장의 공기업 체질개선이 마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