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계에 이만한 여성이 있을까. 10년 이상 CEO직을 맡으며 금융업 최고 수준의 연봉. 하루에 14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하면서도 세 딸을 오롯이 키워낸 ‘억척 맘(Mom)’.

여성 리더와 관련된 수십 가지의 수식어를 달고 JP 모건체이스앤컴퍼니의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는 메리 어도스(Mary Erdoes, 48세)를 이르는 말이다.

메리 어도스는 천부적인 숫자 감각으로 금융권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CEO다. 그는 일찍이 숫자에 밝았다. 그의 능력을 일찍이 감지한 할머니의 남다른 수학 교육은 자연스럽게 그를 조지타운대학교 수학 전공으로 이끌었다.

당시 전공자 중 홍일점이기도 했다. 물론 수석 졸업의 영예도 그의 몫이었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몇몇 금융회사를 거쳐 1996년 JP 모건체이스에 입사하면서부터 그는 뛰어난 수학적 감각을 발휘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업무량과 성과로 증명하는 전형적인 노력파 리더다. 2005년 프라이빗뱅킹 CEO 재직 무렵 연평균 고객 수를 1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매년 15%씩 늘린 일화는 유명하다. ‘엄마’인데 CEO와 같은 중책을 맡을 수 있겠냐는 이사들의 편견 어린 질문에 ‘아빠’라면 안 되겠지만 ‘엄마’라서 가능하다고 한 대답은 금융계의 ‘유리천장’을 깨부순 어록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는 현재 1.71조달러의 자산을 맡고 있는 JP 모건체이스 자산관리 부문 CEO이자 유니세프 미국 지사와 미국-중국 비즈니스 의회 이사,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 뉴욕지사 금융 투자 부문 자문이다.

그를 단순히 ‘잘나가는 여성 CEO’로만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그가 남녀를 포함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자신의 상사인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체이스 CEO를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어도스는 JP 모건체이스에서 유일무이하게 연봉이 인상된 CEO다. 2014년 역시 자신이 관리하는 자산을 9%나 증가시켜서다.

그는 지난 3월 JP 모건체이스의 사실상 2인자였던 루스 포랏 모건스탠리 전 CFO가 구글로 이직하면서 JP 모건체이스의 차세대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리더인 어도스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어도스가 이끌 JP 모건체이스에 대한 도전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환율 조작 문제로 260억달러의 벌금을 냈을 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업체들이 무섭게 위협해오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를 금융위기의 불안감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가 실무형 리더에서 혁신형 리더로 변신하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차세대 리더 어도스에게는 JP 모건체이스의 나아갈 방향과 전략 설정이라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놓여있다.

어도스의 혁신적 리더십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덩치 큰 금융기업 중 하나인 JP 모건체이스의 미래가 달려있다. 금융전환기의 그를 이제 여성 리더가 아닌 글로벌 금융기업의 혁신적 리더로 불러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