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각 분야별 혁신 리더와 차세대 리더를 선정해 그들의 리더십을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리더라는 자리는 고유의 경영철학으로 조직과 조직원들의 생존과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고독한 자리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는 리더의 결정이 기업의 10년 후가 아닌 당장 올해의 생존을 결정한다. 리더로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조직과 조직원들을 올바르게 이끌고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마인드가 필요한지 윤석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통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윤석화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경영대 강의 평가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았고 여러 경영 사례와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해 학생들의 참여와 몰입도를 높여왔다.

지난 2011년 받은 서울대학교 교육상은 서울대 전체 1700명의 교수 중 5명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또 지난 2009년과 2012년에 수상한 서울대 경영대학 우수강의상 역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중 5명에게 주어지는 상이기도 하다.

그는 최고경영자과정(EMBA) 학생들을 위해 리더십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리더십 개발 코칭 세션을 수업시간 외에 추가로 실시하는 등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슈퍼맨이 되기를 원하는 시대에서 직장인들의 ‘번아웃(Burnout)’을 막는 방법으로 리더의 감성 배려를 주장한 ‘한국에서 사회적 지지, 일과 가정 간 갈등 그리고 정서 고갈 문제’ 논문이 화제가 된 것도 그가 평소 진행해온 리더십 개발 연구와 무관하지 않다.

<사이콜로지컬 리포트(Psychological Reports)>에 실린 바 있는 이 논문에서 윤 교수는 13개 회사에 재직 중인 풀타임 근로자 1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무엇이 직장인들을 피곤하게 하는지, 이들의 정서적 피로를 덜 방법은 무엇인지 계량 분석해 답을 제시한 바 있다.

논문에서 윤 교수는 직장인들을 정서적으로 탈진시키느냐 아니냐는 직장 상사의 역할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상사가 내 감정과 상황을 잘 배려해줄수록 직장인들이 정서적으로 방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배려 깊은 상사 밑의 부하 직원일수록 직장 일이 가정생활에 방해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서 윤석화 교수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피로가 풀리지 않는 직원들은 업무능력이 떨어져 조직의 효율성 악화도 피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직장과 가정 간 갈등을 해결하고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업무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 조직과 리더의 주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다년간 리더를 위한 연구와 코칭을 진행해온 윤석화 교수에게 현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과 미래 혁신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에 관해 물었다.

 

Q. 혁신이 대세인데 왜 지금 혁신인가?

A. 우리는 지금까지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다. 선도 기업을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이미 선도 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보고, 그들이 닦아놓은 길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빨리 가면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방법으로 성장을 이끌어가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경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초우량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보여주는 초우량 기업은 없다. 우리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더욱이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사용했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이미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결국 우리만의 무엇인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혁신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이제 혁신은 우리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자원 기반 관점(Resource Based View)에 따르면,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4가지의 특성을 지닌 자원이 필요하다. 즉 가치 있고(Valuable), 희귀하고(Rare), 따라 하기 어렵고(Costly to Imitate), 대체제가 없어야(Nonsubstitutable) 한다. 혁신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이런 4가지 특성을 만족할 수 있는 적합한 자원이다.

이제 혁신은 우리 기업들이 후발업체들을 뿌리치고 글로벌 초우량 경쟁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경쟁우위를 가져오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우리가 혁신하지 않으면 누군가 먼저 혁신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과 경쟁하고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 혁신에 답이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 성장했고, 벤치마킹(Benchmarking)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Q.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 현재와 미래에 요구되는 리더상은 무엇인가?

A. 기업과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요구되는 리더상도 변화를 가져온다. 후발업체로 선도 기업을 따라갈 때는 빠르게 선도 기업이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더욱 저렴한 비용에 제품을 만들고 공급할 수 있도록 이끄는 리더십이 요구됐다.

하지만 이제는 구성원들이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고, 혁신을 가져오고, 초우량 기업을 뛰어넘어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를 이끌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독려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것 같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쓰러져가는 애플(Apple)을 다시 일으킨 것처럼,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제프 베조스(Jeff Bezos)처럼,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혁신기업인 아이디오(IDEO)의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처럼 조직 전반에 혁신 DNA를 심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융복합시대에서 리더 혼자서 혁신을 만들어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혁신을 추구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

▲ 윤석화 교수의 강의 모습. 사진=윤석화 교수

Q. 미래 혁신리더로서 갖춰야 할 조건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크게 3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소통이다. 구성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회사에 대해 진지하게 진심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이 우리 사회에서 화두이기도 한데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소통이다.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 아이디어와 견해를 이야기할 수 있을 때 혁신이 가능해진다.

리더들의 생각은 이미 조직에, 회사에 반영돼 있다. 그런데 리더들이 이야기를 더 한다고 해서 혁신이 될까. 새로운 생각은 이제 구성원들에게서 나온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불만이 혁신을 가져온다는 연구가 있다. 단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혁신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언행일치 그리고 솔선수범이다. 경영자부터 혁신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리더가 노력하지 않는데 구성원이 노력할까. 자신이 강조하는 혁신을 몸소 실천하려는 언행일치의 노력과 솔선수범이 꼭 필요하다.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5가지의 특성이 있다고 한다. 1. 끊임없는 의구심을 갖고 질문한다. 2. 주위를 관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s)를 얻으려고 한다. 3.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4.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트렌드(Trend)와 인사이트를 얻으려 한다. 5.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것들도 연결해보려 한다. 예를 들어 서핑과 카약을 합쳐서 패들보드라는 새로운 레저스포츠를 만든 것처럼. 경영자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솔선수범할 때, 구성원들도 혁신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세 번째는 실수에 대한 관대함이다. 우리는 실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3M에서 실패에 관대하지 않았다면 포스트잇(Post-it)이라는 제품은 없었을 것이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할 때 수없이 많은 실패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디슨은 이를 실패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안 되는 다양한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고,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을 할 수도 없으며 혁신도 불가능하다. 실수에 관대할 때, 구성원들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Q. 향후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리더에게 요구되는 점은?

A. 유연함이다. 경영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의 경영방식이 오늘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CT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핀테크(FinTech)는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ICT산업의 벽을 허물고 있다. 어쩌면 더 이상 안정적인 경영환경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조직문화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적응력이 있는 조직문화 즉,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 성과를 낸다고 한다. 바로 그런 조직문화를 만드는 핵심은 경영자다. 그렇다 보니 경영자 스스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꼭 필요하다.

 

▲ 윤석화 교수.

Q. 향후 조직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미래 리더상은 무엇인가?

A. 3가지 정도 간추릴 수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비전 꿈을 줄 수 있고 이를 경영에 실제로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가끔 비전과 목표를 혼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매출 100조 달성’이라고 하면 비전이 아니라 목표다. 뜻밖에 목표를 비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전이라면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비전은 액자 안에 있고 수첩 앞에 적혀 있다…’ 결국 비전은 형식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비전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된다.

비전이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비전을 경영에 녹여줘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경영자인 것도 바로 애플의 비전을 경영에 끊임없이 적용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영자는 결국 구성원들과 같이 성과를 내야 한다. 경영자 혼자서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흔히 힘을 실어주는 것과 권한 위임을 혼동한다. 권한을 위임한다고 힘이 실리는 건 아니다. 구성원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전권을 준다고 힘이 실릴까. 먹고 살기 위해서 벽돌을 놓는 사람과, 후세에 길이 남을 성당을 짓기 위해서 벽돌을 놓는 사람 중 누구에게 더 힘이 실렸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바로 단순한 업무라 하더라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결국 먼저 말한 비전과도 관련이 있다.

세 번째는 진실성(Integrity)과 윤리성이다. 리더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진실성과 윤리성이다.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를 존경할 때, 구성원들은 리더를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더 열정을 갖지 않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누구를 더 믿고 따르고 존경하는지. 답은 명확하지 않을까.

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Information)를 접하게 된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출된다. 진실성과 높은 도덕적 잣대를 리더 스스로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결국 리더는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비전을 경영에 깊숙이 접목하고, 구성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리더를 믿고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가치와 업무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열정을 갖고 업무에 임하며 혁신을 통해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경주(傾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