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한 구원투수.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말 그대로 위기에 강한 혁신CEO다. 2015년 새해와 함께 취임한 정철길 사장은 이미 1분기에 SK이노베이션을 흑자로 돌리며 위기의 순간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 455억원, 영업이익 32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매출은 25.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28.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8.2%나 늘었다.

일단 구원등판이 성공함 셈이다. 하지만 정 사장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임무가 단순히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어떤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게 SK이노베이션을 과거의 비효율적인 체제와 시스템을 완전히 환골탈태(換骨奪胎) 시키는 미션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순간의 위기 모면이 아닌 장기적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속 발전 가능한 기업으로 회사를 조련하는 ‘서바이벌 리더’인 셈이다.

정철길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231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위기상황에서 수장자리에 올랐다.

취임 뒤 임금 삭감을 하지 않는 대신 성과급을 없애고 야근도 부활하는 등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인 헬리오볼트를 청산하고, 태양광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원유 공급선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신년사에서 “지금은 생존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혁신해 한계상황에서도 생존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존조건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수익구조·재무구조 혁신과제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완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한 핵심역량 위주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정유 사업과 석유개발, 2차전지와 전자소재 등 기존 사업은 물론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인천석유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대상으로 비수익 사업이나 한계사업을 과감하게 재편했다.

정철길 사장은 막무가내로 서류만 보고 문서로 통보를 내리는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스타일로 통한다. 올 초부터 울산과 인천, 대전 등 전국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 사기 진작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1월말에는 울산 사업장을 찾아 200여명의 직원에게 큰절을 하며 “우리가 마음과 지혜와 힘을 모으면 반드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독려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 회사가 적자를 내면 직원들이 연봉의 10%를 반납하는 임금유연화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정상 지급하는 등 침체된 분위기를 추스르는 작업도 병행했다.

구조조정과 직원 기(氣) 살리기 작업 중에도 그의 위기의식 고취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2월 사내방송을 통해 “119에 전화해서 (천천히) 우리 집에 불이 났는데요. 오실 수 있습니까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모든 물건을 다 갖고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나와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업무 속도와 실행력을 높여 달라는 주문인 동시에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었다.

생존형 기업, 지속 발전 가능한 기업을 지향하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분기에도 위기의식 고취와 구조조정을 통한 흑자폭을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가안정에 따른 재고손실 축소, 정유마진 개선, 화학분야의 고(高)마진 덕분에 1분기보다 흑자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분석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의 발언도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정철길 사장은 주총 뒤 ‘올 초 경영상태가 많이 회복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봄이 있고 겨울이 있듯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서 버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 계절에 상관없이 다 잘하겠다”고 SK이노베이션의 체질개선을 한번 더 피력했다.

1분기 흑자전환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2분기에 영업이익 4337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보다 1125억원 흑자폭을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철길 사장의 서바이벌 게임 룰은 혁신이다. 때로는 고통의 혁신을, 때로는 소통의 혁신을 취해가면서 2분기에도 안정적 실적 창출을 유도해 SK이노베이션을 생존력 강한 기업, 지속가능 성장기업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정철길 식 '미션 파셔블(Mission Possible)'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