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 별종이 떴다”

역발상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최규남 제주항공 대표이사에 대한 업계의 평이다.

애경그룹 계열의 국내 최대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을 이끌고 있는 최 대표는 다름을 창조로, 경쟁을 화합으로 전환해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내는 리더다.

그는 은행과 애널리스트, 투자 고문을 거쳐 외국계 캐피털의 대표를 지냈던 이력만큼이나 금전적인 마인드와 아이디어가 남다른 인물이다.

일례로 지난 3월에는 기내에서 소주를 판매한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주위의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소주를 마시면 취하고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면 안 취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다른 항공사들이 도수가 40도 정도 되는 위스키를 무료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소주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 파괴적인 마케팅이 아니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기내에서 주류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고 국산 소주를 판매하는 것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이 같은 남다른 그의 생각은 지난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는 최규남 대표는 “다른 LCC와는 경쟁도 하지만 협조도 할 수 있다”며 “다른 항공사와의 연계 노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LCC 출현이 10년에 접어든 만큼 산업 자체가 성숙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이나 다른 방식의 협력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LCC를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시장을 함께 키우고 성장시켜 나갈 동반자로 본 그의 시각이 시선하다.

지난 2005년 창립한 제주항공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B737-800 기종 17대를 보유 중이며 국내선 4개 노선과 일본, 중국, 홍콩, 괌, 사이판 등 20개의 국제선 정기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444억원,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31%, 22% 늘었다.

최 대표는 올해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 다른 항공사와의 연계 노선을 강조했다. 직접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지 않고도 제주항공 고객들이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규남 대표는 “미래 비전 ‘스타트 2020’의 일환으로 매년 20개 이상의 연계 노선을 만들 것”이라며 “2018년 이후 본격적으로 장거리 노선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진에어가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을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LCC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데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제주항공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이 진에어나 에어부산 등 후발항공사의 시장 참여에 영향을 준 것처럼 진에어의 대형기 도입과 중장거리 노선 진출의 연착륙 여부는 제주항공의 도입 시기 결정에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의 시도를 시기나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시장과 업계가 살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살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아닌, 잘하는 것을 독려하고 함께 시장을 키우며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만의 새로운 리더십이 보인다.

그의 화합의 리더십은 모기업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다른 생각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대한항공이 또 하나의 LCC를 설립한데 대해 모기업이 대형항공사(FSC)인 LCC가 독립항공사보다 시작은 쉽지만 성장 과정에서 노선 연계 상품 등을 만들 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최규남 대표는 “제주항공의 모회사가 항공사가 아니라 다행이며, 애경그룹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가 과제”라며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수요와 호텔, 백화점 등을 연계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획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남들과 다름을 혁신과 창조로 연계해 경쟁력을 강화해 온 최 대표는 도전, 프런티어 정신을 강조한다.

최규남 대표는 “5년 목표로 제시한 연평균 20% 성장을 위한 방안 가운데 첫 번째로 고객과 소통에 답이 있다”며 “향후 10년 우리가 취항하는 모든 시장에서 현지인들처럼 생각하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그가 추진 중인 신사업 중 하나가 LCC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 노선을 개설하는 것이다. 대구에서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그는 중국시장에서 제2의 창업을 하는 각오로 현지 운송, 영업과 마케팅 방식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임직원을 중국전문가로 만들기 위한 관련 교육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 3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제주항공은 올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름의 리더십으로 제주항공을 연착륙 시킨 최규남 대표가 어떤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줄지 이목이 모아진다.